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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0'페이?"…소비자, 자영업자, 정부 '동상삼몽'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9-03-08 05:46:48 수정 : 2019-03-08 05: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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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소득공제 존폐 기로…혜택 단계적 축소 방침에 무게 / 직장인들 세금 부담 낮추는 효과 높아…폐지시 조세 저항 상당할 듯 / 정부 '제로페이' 활성화 카드 만지작…작년 말 시범 서비스 시작, 소비자들 외면 받아와 / 카드업계 거센 반발…"부가서비스 줄일 수 밖에 없어 결국 소비 활성화에도 악영향 미칠 것" 주장
직장인들이 연말정산 때 핵심 공제항목으로 손꼽고 있는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올해 또다시 존폐 기로에 서 있습니다. 아예 사라지기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이 축소되고, 제도 자체는 존속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요.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이른바 '13월의 보너스'라고 불릴 정도로 직장인들의 세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상당해 이를 아예 폐지하면 조세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빗발칩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연말정산을 통해 환급받은 금액은 1인당 평균 51만원이었는데요. 이 가운데 신용카드 소득공제로 감면받은 세금이 24만5000원으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정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강행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소상공인의 카드 결제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한 '제로페이'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제로페이는 지난해 12월 시범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소비자의 외면으로 당국의 고민이 적지 않았던 상황입니다.

이에 카드업계는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카드 매출과 수익이 줄어들면 부가 서비스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결국 소비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13월의 보너스'라 불리는 연말정산 때 핵심 공제항목으로 손꼽혔던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앞으로 축소될 것으로 보여 정부와 직장인, 자영업자 간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 '제로페이'를 이용할 때 공제 혜택을 40%로 책정했는데요. 이는 신용카드(15%)나 직불카드(30%), 현금영수증(30%)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제로페이는 서울시가 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제로(0)'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 추진한 일명 '서울페이'를 기반으로 한 결제 서비스입니다. 연매출 8억원 이하 사업자에게 결제 수수료 0%를 적용해주는 간편결제 수단으로 지난해 12월20일 시범 서비스가 시작됐는데요.

지난 1월28일부터 전국을 대상으로 유동인구가 많고, 소상공인 점포가 밀집한 시범상가 109곳에서 확대·시행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QR 코드를 찍으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돈이 이체되는 방식으로 결제가 진행됩니다.

제로페이에 참여하는 은행들이 계좌이체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플랫폼 사업자도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해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제로페이는 이용자 입장에서 볼 때 신용카드와 대비해 혜택이 적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는 연이어 제로 페이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먼저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의 대표 정책인 제로페이 서비스의 본격 활성화를 앞두고 소비자 사용 유인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시, 제로페이 사용하면 마일리지로 돌려준다

서울시는 이달 하순부터 '모바일티머니'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결제액의 1∼2%를 'T-마일리지'로 돌려준다고 5일 밝혔습니다.

T-마일리지로는 교통카드인 '티머니'를 충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정 금액이 쌓이면 현금으로 전환할 수도 있어 일반 신용카드 '캐시백'과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제로페이에 참여하는 6개 은행과 간편 결제사 3곳은 근거리 무선통신(NFC) 교통카드 기능을 탑재하도록 해 범용성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상반기부터는 한강공원과 어린이대공원 등 390여개 서울 공공·문화시설에서 제로페이 할인이 제공된다고도 합니다. 이에 공유 자전거 '따릉이'를 이용하거나 월드컵 경기장, 시가 운영하는 주차장과 운동장 등에서 시민의 체감 혜택이 클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아파트 관리비와 전기요금, 지방세, 범칙금 등을 제로페이로 납부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알렸습니다.

중소기업벤처부와 서울시는 그간 소비자와 가맹점이 제기해온 결제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가맹점에 비치된 포스(POS·바코드 인식 결제 단말기)의 연동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CU를 비롯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등 6대 편의점이 내달까지 제로페이에 일괄 가맹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소비자가 금액을 입력할 필요 없이 QR 코드 또는 바코드를 인식시키기만 하면 결제가 됩니다.

이와 함께 제로페이에 참여를 결정한 60여개 프랜차이즈와 골목상권에서도 순차적으로 가맹 등록을 추진, 결제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는 게 정부와 서울시의 복안입니다.

현재 시범상가를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 상인회 등과 협업을 진행해 포인트 적립과 같은 공동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골목상권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포인트 충전 결제방식을 도입해 온누리상품권이나 지역사랑상품권을 제로페이 포인트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같은 유인책 강화에도 신용카드 공제혜택을 대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인 상황입니다.

◆정부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 단계적으로 축소할 듯…'제로페이' 활성화하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열린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과세, 감면제도 전반을 종합 검토하겠다"며 근로소득자에 대한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카드 소득공제) 축소 가능성을 취임 후 처음 공식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앞서 김동연 전 부총리가 작년 11월 국회에 출석해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과표 양성화 취지로 도입했는데, 일몰도 검토할 수 있다"며 "다만 국민이 이걸 하나의 시스템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급속한 공제축소는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저의 입장"이라고 답변한 것과 비교하면 축소 쪽에 한층 무게가 실린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카드 소득공제는 1999년 8월31일 시행된 개정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에 처음 반영됐습니다.

당시 연간 급여의 10%를 초과하는 금액의 10분의 1을 근로소득 금액에서 공제하기로 하고, 연 300만원 또는 총급여 10% 중 적은 금액을 한도로 정했는데요.

카드 소득공제는 2002년 11월30일까지 사용분에 대해 한시적으로 부여하는 일몰 형태로 법에 규정했습니다.

2002년 12월 조특법을 개정하면서 일몰 시점을 2005년 11월 말까지 3년 연기했으며, 공제 한도를 상향하는 등 금액 산정 기준을 일부 수정했는데요.

카드 소득공제는 이런 식으로 그간 8차례에 걸쳐 일몰 기한이 연장, 직장인의 연말정산 필수 항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전통시장이나 대중교통 관련 지출에 대한 공제율을 차등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정책 목적에 따른 세부 조정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현행 조특법에 의하면 카드 소득공제는 연말 종료됩니다. 

애당초 카드 소득공제는 사업자의 탈세를 막는 수단으로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카드 소득공제를 급격히 축소 또는 폐지하면 소비 위축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일어 일몰 연장의 근거가 되기도 했는데요.

일몰 시기가 다가오면 시민단체가 사실상 증세라며 공제 폐지 반대 운동을 벌이는 등 납세자 반발도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홍 부총리의 이번 발언과 관련해 당국은 일단 과표 양성화라는 목표는 충분히 달성된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카드 공제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정부는 제로페이에 소득공제율 40%를 적용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인 만큼 이와 연계해 카드 공제 혜택을 축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위해 공제율을 낮추거나 공제 한도 자체를 줄이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현재 전통시장과 대중교통 등 별도로 규정한 지출분 외에는 신용카드에는 공제율 15%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카드업계 "제로페이 몰아주기"…소비자들 "굳이 갈아탈 필요 있을까?"

정부가 최근 간편결제 사업자 활성화 대책에 이어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방침을 밝히자 카드업계는 '제로페이로 몰아주기가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정부의 수수료 인하에 따른 부가서비스 축소로 신용카드의 입지가 줄어든 상황에서 소득공제마저 줄어들면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입을 모아 우려하고 있습니다.

카드업계는 제도 도입 취지를 달성해 소득공제를 축소한다는 정부의 설명에 '왜 카드만 내리느냐'고 반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직불카드나 페이, 현금영수증 역시 신용카드와 같이 세원이 노출되는 효과를 노리기는 마찬가지지만, 유독 카드만 낮추겠다는 정부 방침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소득공제 제도의 변천을 보면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혜택을 조정해온 측면이 적지 않은데요.

가맹점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직불카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직불카드의 공제율을 신용카드와 차별화했고, 전통시장에서 소비를 늘리기 위해 전통시장 사용분에 대해 추가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업계는 소득공제 축소가 현실화되면 신용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근로자들의 세 부담이 늘어나고, 현금이나 예금이 없어 주로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신용 거래자가 현금·예금보유자와 비교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가뜩이나 부가 서비스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소득공제 혜택까지 줄어들면 카드 사용 저조로 민간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고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부 대책을 보면 제로페이를 몰아주는 것 같기도 하다"며 "제로페이 활성화 취지 자체는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카드업계를 역차별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제로페이 인프라 미비, 시범서비스 실적 저조…자영업자 "혜택 생각보다 크지 않아"

업계의 반발에도 제로페이를 강화한다 하더라도 서비스 활성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입니다.

제로페이는 시행 초기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제로페이에 동참한 가맹점 수가 많지 않은 데다 개개인의 결제 습관을 바꾸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됩니다.

다만 정부가 제시하는 각종 정책이 제로페이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섣불리 성패를 예단하기 이른 시점입니다.

금융감독원이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제로페이 결제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1월 중 결제 건수는 8633건, 결제금액은 1억9949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20일 제로페이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월 실적이 사실상 첫 달 실적입니다. 

서울시가 '시기상조' 논리로 공개를 거부했지만, 금감원을 통해 수치가 드러났습니다.

이 같은 실적을 제로페이를 홍보하기 위해 투입한 금액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나마도 자체 페이를 연동시킨 케이뱅크에서 발생한 결제금액이 거의 절반(44%)에 달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실적 부진 요인은 기반 미성숙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31일 기준 제로페이에 정식 등록한 가맹점은 4만6628곳으로, 서울의 약 66만 자영업자 기준으로 보면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소비자가 제로페이로 결제를 하고 싶어도 가맹계약이 체결돼 있지 않아 쓸 수 없는 상황인데요. 가맹계약이 체결된 곳이 10곳 중 1곳도 되지 않아 한두번 시도해보다 아예 포기하게 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이 점차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사진

그렇다면 소상공인들은 제로페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을까요.

제로페이로 결제 시 판매자가 내는 수수료가 연 매출 8억원 이하는 0%, 8억원 초과∼12억원 이하는 0.3%, 12억원 초과는 0.5%입니다. 기존 카드결제 수수료가 평균 2%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혜택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문제는 영세 소상공인에 적용되는 신용카드 우대 수수료율입니다. 연매출 3억원 이하인 영세 가맹점의 가맹점 수수료율은 0.5%(체크카드)와 0.8%(신용카드)인데요. 3억∼5억원 매출 가맹점은 체크카드 1.0%와 신용카드 1.3%를 적용받습니다.

여기에 연매출 10억원 이하에 적용되는 부가가치세 매출세액 공제 한도를 적용하면, 실질 수수료율은 0.1~0.4%로 낮아집니다.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 입장에서는 제로페이가 갖는 장점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뜻입니다.

결제는 개개인의 습관인 만큼 쉽게 변하지 않고, 사회 분위기에 따라 일정 시점에서 급변하는 경향이 있어 제로페이도 이 같은 흐름을 탈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5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에서 모바일 직거래 결제 시스템 '제로페이'를 이용해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지난 5일 박 시장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찾았습니다.

신원시장은 119개 점포 중 89개가 제로페이에 가입한 '모범단지'로 일종의 현장 시찰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박 시장 일행은 약 1시간 동안 가맹점포 7곳을 찾아다니며 결제를 시연하고 반응을 들었는데, 상인들의 '조언'에서 제로페이 활성화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한 분식집 상인은 "카카오페이는 2만원 결제하면 5000원을 준다"며 제로페이 사용에 따른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옆에 있던 다른 상인은 "제로페이를 많이 쓰게 하려면 신용카드 기능도 넣어줘야 한다"고 거들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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