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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정치?…4대강 보 처리 논란, 어디까지 사실일까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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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27 15:41:28 수정 : 2019-02-27 15: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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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한 수질 지표만 골라서?… 대체로 사실 아님 / 수질 지표, 녹조 발생 빈도 등 5가지 /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 제외 두고 논란 / 위원회 "고여있는 물은 COD, 흐르는 물은 BOD 이용" / 홍수 예방효과 과소평가?… 대체로 사실 아님 / MB정부, "4대강 준설로 홍수 위험 낮아졌다" 발표 / 핵심은 '보' 아닌 '준설' / 박재현 교수 "보 자체는 물 흐름 방해해 홍수 유발…홍수 대응력 커진건 수위 낮아진 덕분" / 보 해체 시 홍수 예방 커지는 게 중론 / 정확한 예측 어려워 장담 불가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금강·영산강 5개 보의 처리방안 제시안을 발표한 지 닷새가 지났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시작부터 과학적 검증보다 정치 논리에 휩쓸렸던 만큼 보 해체를 결정하는 과정 역시 과학과 정치의 경계를 가르기 애매한 경우가 많다. ‘수질 지표 선정이 자의적이다’, ‘보의 홍수 예방효과를 무시했다’는 지적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위원회 분과 위원들의 설명과 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은 전문가, 4대강 관련 감사원 감사 결과,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 결과(2014년) 등을 참고했다.

해체 의견이 제시된 영산강 죽산보
연합뉴스
◆유리한 수질 지표만 골라 썼다? → 대체로 사실 아님

지난 22일 위원회가 발표한 수질 지표를 보면 녹조 발생 빈도와 클로로필-a(Chl-a), 저층 빈산도(DO) 빈도, 화학적산소요구량(COD), 퇴적물 오염도 이렇게 5가지다.

이를 두고 위원회가 또 다른 대표적 수질지표인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나 총인(TP)은 일부러 빠뜨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환경공학) 연구팀이 지난달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전·후인 2009년과 2013년 금강 하류 수질을 비교한 결과 BOD는 38%, TP는 58.2%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분석에서도 BOD는 좋아진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그러나 TP는 4대강에 설치된 보 덕분에 개선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TP는 강 주변 축사나 생활계에서 흘러드는 오폐수가 주범이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을 하며 총인처리시설 같은 수질개선시설이 대거 설치돼 총인 배출량 자체가 줄었다. 즉, TP가 개선된 건 보의 유무 때문이 아니라 ‘외생변수’인 수질개선시설 덕분인 것이다.

홍종호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위원회는 세종보와 죽산보는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뉴시스
BOD가 빠진 건 논란의 여지가 조금 있다.

위원회 측 설명은 “고여있는 물에서는 COD, 흐르는 물에서는 BOD를 쓴다”고 설명한다. BOD와 COD는 모두 물에 있는 유기물(탄소·C)을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지표다. 물에 있는 탄소를 태우는데 필요한 산소의 양을 계산해 역으로 ‘유기물이 많다, 적다’를 판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방에 있는 사람의 수를 직접 계산하지 않고, 줄어드는 산소량으로 인원을 짐작하는 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수질환경기준은 하천에서는 BOD, COD를 둘 다 쓰지만, 호소에서는 COD로 관리해왔다. 그러다 이런 간접적인 지표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직접 탄소의 양을 측정하는 총유기탄소(TOC)를 도입해 하천과 호소 모두 2016년부터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고인 물인 보의 수질을 BOD가 아닌 COD로 평가한 것 자체를 ‘자의적 판단’이라 보기는 어렵다.

물환경분과위원장은 이학영 전남대 교수는 “TOC로 비교하면 좋겠지만, TOC는 보 설치 이전 자료가 없기 때문에 호수 수질지표인 COD를 활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구분 자체가 자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동일 충남대 교수는 “댐, 보, 하천이 다 연결된 것인데 댐과 보는 COD만 쓰고, 하천은 여러 지표를 다 본다는 건 일본에서 건너온 방식일 뿐, 미국에서는 지역별로 문제 원인에 따라 다양한 지표를 활용한다”며 “수질을 제대로 들여다보려면 다양한 지표를 함께 들여다봤어야 옳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4대강 보는 설치되지 말았어야 한다”면서도 “사람의 건강 상태에 따라 눈여겨보는 검사항목이 다르듯이 수질도 저마다의 검사가 필요한 것인데, 이번 위원회의 방식은 엑스레이 하나만 놓고 강 상태를 논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0년 8월 광주 남구 승촌보 공사 현장에서 준설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보의 홍수 예방효과가 과소평가됐다? → 대체로 사실 아님

이명박 정부는 2010년 8월 태풍 ‘뎬무’가 지나간 뒤 보도자료를 통해 ‘4대강 준설로 홍수위험이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100년 빈도의 홍수량에 대해 최대 1.7m까지 홍수위가 저감돼 태풍 뎬무가 왔어도 별다른 수위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위원회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이 점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다만 여기서 핵심은 ‘보’가 아니라 ‘준설’이다.

수리·수문분과위원장을 맡은 박재현 인제대 교수는 “보 자체는 (물 흐름을 방해해) 홍수를 유발하는데, 4대강 사업을 하며 준설을 해 전반적으로 수위가 떨어져 홍수 대응력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수에 미치는 보의 악영향을 준설이 상쇄해준 덕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보가 생겨 물 흐름이 느려지면 다시 강바닥에 퇴적물이 쌓일 수 있다. 2014년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는 준설 후 2년 간(2011∼2013년) 재퇴적량은 전체 준설량의 12분의 1 정도인데 대부분 사업 직후 쌓인 것이라 추가적인 퇴적량은 많지 않을 것이라 발표한 바있다. 이번 위원회도 하상이 안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상태에서 물 흐름을 막던 보를 해체한다면 홍수 예방효과는 더 올라갈 것이란 게 중론이다. 그러나 보 해체 후 하상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홍수 예방효과 역시 어느 한쪽으로 장담하기 어렵다.

2017년 여름부터 순차적으로 수문을 여는 과정에서 발생한 지하수 문제는 어떻게 봐야할까.

지난해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 때 취수구를 높였다. 원래 수문 개폐에 관계없이 보의 물을 뽑아쓰는데 문제 없도록 취수구를 설치해야 하는데 상당수가 관리수위에 맞춰져있다. 관리수위는 보에 물이 가득 찬 상태를 말한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취수구 조절 비용을 이번 경제성 분석에서 ‘물이용 대책 비용’으로 포함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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