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거부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곤충에서 추출한 액과 분말 등을 활용해 각종 에너지 바, 건빵, 숙취해소 음료 등 완제품을 만들었기에 육안은 물론 맛을 보고 나서도 곤충 성분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어렵다는 직원의 설명이 돌아왔다. 알고 보니 기자가 과음 후 자주 마시는 한 편의점의 숙취해소 음료에도 귀뚜라미 즙이 1000㎎이나 들어있었다.
고기 애호가에 소문난 미식가라 ‘햄버거 블라인드 테스트’ 정도는 여유롭게 통과할 수 있다면서 호기를 부려가며 여유롭게 시식을 마친 후 자신만만하게 “정답”을 외쳤지만, 기자는 뜻밖의 결과에 어리둥절해졌다. 일반 햄버거와 맛, 질감상 별다른 차이를 못 느껴 한참을 망설인 끝에 일반 패티가 들어갔다고 지목한 햄버거 안에 곤충 패티가 들어있었던 것. 김용욱 대표는 “밀웜 패티는 아직 개발 단계인데, 올해 곤충 떡갈비와 소시지 등이 줄줄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람들이 흔히 곤충이 들어간 식품이라 하면 ‘마니아들이 아니면 자기 만족이나 과시용으로 먹는 ‘괴식가’를 떠올리지만, 요즘에는 식용곤충이 대중화하면서 사람들의 거부감을 없애면서 기호성은 높인 곤충 완제품들이 보다 활발하게 개발되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푸드 테크가 발달하면서 곤충 분말 등을 활용해 만든 어묵, 면, 소시지, 인조 쌀, 발효 고추장, 부각, 뻥튀기, 김가공식품, 찐빵, 강정, 웰빙 고기, 콩, 과자, 시리얼, 우유, 게맛살 등 식용곤충 식품들도 어마어마하다.
식용곤충으로 만든 요리 |
대다수 식용곤충산업 관계자와 곤충요리 전문가, 음식 인류학자 등은 우리나라의 식용곤충 가공·처리 기술은 동아시아에서 단연 최고 수준이라 입을 모은다. 특허 건수도 타국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데다 가공된 식품 종류도 많은 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22일 농촌진흥청과 특허청의 검색 시스템에 따르면 식용곤충의 사육·처리·가공 등과 관련해 등록된 특허는 193건이나 된다. 곤충 증류수 제조법, 곤충 국수 뽑아내는 기술, 곤충을 활용한 천연 조미료 만드는 법, 곤충을 이용한 치즈 제조법 등 곤충이 ‘미래 식량’ ‘농가의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만큼 기발한 특허들도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곤충식품 원료로 쓰이는 밀웜, 귀뚜라미 식용누에 번데기, 장수풍데이 유충(장수애) |
곤충식품 원료로 쓰이는 밀웜. 남정탁 기자 |
아직 정식 식품으로 인정된 곤충이 7가지밖에 없는 탓에 요리 다양화를 위해서는 식용곤충 추가 승인이 절실하다는 요리전문가들의 제안도 잇따랐다. 송 대표는 “학부에서부터 곤충학을 전공해 다양한 곤충을 맛보며 레시피를 개발해 왔다. 새콤달콤한 맛이 나는 개미를 튀기면 형체는 사라지고 콩 모양처럼 바뀌는데, 멸치 튀김에 얹어 먹으면 맛이 일품”이라며 “이외에 피자와 음식 궁합이 잘 맞는 닭가슴살 맛과 유사한 삶은 매미, 꿀벌 등 다양한 곤충에 대한 안전성 검증에 박차를 가해 승인된 식용곤충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식용곤충 관련 특허가 200건에 근접한 데다 관련 제도들도 타 선진국에 비해 잘 정비되어 있다는 게 곤충 식품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엽기 음식이라는 공고한 편견과 곤충에 대한 뿌리 깊은 혐오감 등에 소비시장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면서도 여전히 주춤한 상태다. 블루오션이라는 말만 믿고 뛰어들었다가 폐업하는 곤충 농가도 속출한다.
일부 학자들은 아파트 문화가 발달한 데다 급속한 도시화 과정을 거친 우리나라에서 곤충은 곧 박멸 대상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탓이 크다는 진단도 내놓는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학과 교수는 “사실 예전에는 벼메뚜기를 튀겨 안주로 내놓는 등 곤충을 혐오하는 문화가 특별히 있었던 게 아니었다”며 “오히려 아파트 거주 문화가 강해지면서 ‘완벽한 위생’에 대한 일종의 강박감이 생기고, 도시화 진전으로 곤충을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할 일이 없어지다 보니 곤충을 공생하는 존재라기보다 ‘박멸의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강해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유치원 때부터 자연에서 인간과 공생하는 동식물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향도 곤충에 대한 막연한 혐오감을 키우게 한 주요 원인일 수 있다는 진단도 있다. 오병인 곤충요리 연구가는 “유치원들과 함께 곤충요리 실습을 하다 보면 유치원생들이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건조된 식용곤충들을 친구들과 함께 맛있게 집어 먹고는 부모님께 여러 통을 사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고 응답했다.
류시두 퓨처푸드랩 대표는 “마니아층을 겨냥해 곤충 날것 그대로를 활용해 파는 경우도 많지만 대중성을 높이기 위해 가급적 곤충의 형태는 없애고 풍미와 영양소만 살린 형태로 요리를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무조건 곤충식이 징그럽거나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식용곤충 사업 관계자들은 사람들의 인식도 문제지만 식용곤충 사업을 부업으로 하는 영세업자가 대부분인 현재의 곤충사육농가도 큰 문제라고 꼽았다. 식용곤충을 대량으로 생산·처리할 수 있어야 단가가 충분히 낮아져 자연스레 시장도 커지면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데, 아직 대규모 사육시설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더불어 곤충음식 활성화를 위해 농장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는 한편, 먹거리 안전성 기준을 통과한 업체에는 인증마크를 별도로 부여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가장 최근 통계인 2017년 말 식용곤충 사육 농가는 농가형 1465개(69.4%), 업체형(사업자등록 개인) 485개(23%), 단체형(생산자단체) 160개(7.5%) 등 2100여개에 달한다. 그러나 대부분이 다락방에서 사육할 만큼 규모가 대체로 영세한 데다, 이마저도 주업(전체 소득의 80% 이상)으로 하는 업체는 37.5%로 겸업(497개·23.7%)이나 부업(816개·38.9%)을 하는 업체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규모가 영세하다 보니 단가 경쟁력 면에서 유럽 등에 밀릴 수밖에 없다.
식자재 개발 회사 ‘케일’의 김용욱 대표가 고소애(갈색거저리 유충)로 만든 패티를 넣은 햄버거를 선보이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송 대표는 “관련 부처에서 위생상태 등을 꼼꼼히 점검해 일정 기준을 통과하는 농가에 인증마크를 주는 방식으로 위생을 검증해 준다면 환자식이든 간식이든 다양한 방법으로 식용곤충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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