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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을에 개 농장만 4곳…"밤마다 울려 퍼지는 비명에 소름"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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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23 08:32:37 수정 : 2019-02-23 12: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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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 법의 사각지대 개 사육장
동물해방물결 제공
경기 김포 지역 주민 A씨는 몇년 전부터 마을에 개 농장이 잇따라 들어선 뒤 고역을 겪고 있다. 밤이 되면 인근 개 농장 쪽에서 나는 악취와 개 비명소리에 밤잠을 설칠 때가 많다. A씨는 “개를 불태울 때 나는 고약한 냄새와 소음 문제로 관할 당국에 민원을 제기해도 ‘처벌근거가 없다’는 말만 반복하니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 몫”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개를 불에 태워 죽여도 된다는 법이 존재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살아남은 개들도 얼마 전까지 함께 지내다 불에 타죽는 개들을 보면 두려움과 스트레스가 엄청날 것 같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작은 시골 마을에 자리한 개 농장들.
김포지역의 한 시골 마을에 개 사육 농가가 잇따라 들어선 후 인근 주민 불만이 적지 않다. 사회적으로 개 사육을 둘러싼 갈등과 논쟁 속에서 개 사육 환경을 개선한 농가가 늘고 있지만 그러지 않은 곳도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악취와 소음, 비위생적인 사육환경, 잔인한 도축 과정 등이 그렇다.

◆작은 시골 마을에 개 농장만 4곳…애견농장, 식용 개 농장, 투견사육장, 고양이 농장도 

서울 광화문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인 김포 지역 한 마을에는 투견 사육장, 식용·반려견 사육 농장, 고양이와 개를 함께 사육하는 농가가 몰려 있다. 공장이 밀집한 마을 초입에는 애견분양숍도 있었다.
마을 회관에서 만난 노인은 22일 “여긴(사육 농가들은) 업자에게 개를 파는 곳이라 개인에게는 팔지 않을 것”이라며 “보신탕 먹으러 온 것이면 인근 보신탕집을 가라”고 말했다. 마을을 조금 벗어난 대로에는 영양탕 간판을 내건 식당들이 눈에 띄었다.
사진=동물해방물결 제공
◆‘출입·사진 촬영 고발’ 엄포···“도살된 개 모습 참혹”

마을 주민들의 안내를 듣고 찾아간 B농장은 입구에 ‘주인 동의 없이 출입과 촬영을 금한다’는 경고와 ‘무단 침입시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는 경고문을 내걸었다. 문이 단단히 잠겨 내부 진입이 어려워 주위를 살폈다. 농가 배수관에서 흘러나오는 잿빛 오수와 짐승 고기 특유의 기름기 냄새인 누린내가 진동해 머리가 지끈할 정도였다. 악취도 심하게 풍겨 비위생적인 환경임을 짐작게 했다.

지난달 이 농장에 들어가봤다는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공동대표는 통화에서 내부의 참혹한 실상을 전했다. 
식용 개 농장에서 도살된 개 모습. 불에 그을려 참혹한 모습이다.
사진=동물해방물결 제공
이 대표는 “도살당한 개가 눈도 제대로 감지 못한 채 방치돼 있었다”며 “농장 안에는 개 도살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전기봉과 ‘토치(금속 따위의 절단이나 용접에 사용하는 버너)’가 벽면에 걸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단체가 촬영한 사진에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개가 불에 까맣게 그슬려 죽은 모습이 담겨 있었다. 전기봉을 이용해 개를 기절시키거나 죽인 후 토치로 털을 제거한 것으로 추정됐다. 

식용 개 농장 앞에 붙은 경고문. 사진 및 출입을 금지한다고 적혀있다.
◆개들의 무덤(?)···“살아 들어가 죽기 전까진 못 나와”

한 마을 주민은 “개들이 살아 들어가 죽어야 나오는 곳”이라며 “농장에서 개를 사랑하고 예뻐서 키우겠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일부(농장이나 개)는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식용 개는 잡아먹기 위해, 애완용은 팔기 위해 키우는 것”이라며 “식용 개는 몸집이 커지면 도살돼서, 이쁜 강아지를 낳는 개는 우리 에서 번식만 하다 죽어서 농장을 나와 처분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살아서 나오는 개도 있는데 그 개는 태어난 지 두세 달 지나 농장을 벗어나니 어쩌면 행복한 건지 모르겠다”며 “부잣집으로 팔려가 사랑받고 살면 개 인생치곤 행복한 거다. 그러나 같은 새끼라도 잡종은 성견이 돼 죽어나오니 농장은 개가 살아 들어가 죽어서야 나오는 곳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개 농장 인근에 빈 우리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관련법 제출됐지만 국회서 계류

현행 축산법상 개는 가축에 속해 개 농장과 같은 사육이 가능하다. 그러나 축산물 위생관리법에는 개가 빠져 법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처벌 근거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이른바 ‘개 식용 종식 트로이카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해당 법안은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축산법 개정안’(개를 가축에서 삭제)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동물의 임의 도살 금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음식물 폐기물을 동물의 먹이로 사용 금지)이다. 

이지연 공동대표는 “지금도 법의 사각지대에서 개를 도살하거나 식용으로 유통하더라도 마땅한 제재나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라며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글, 김포=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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