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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전투기 개발 ‘합종연횡’ 시작…한국은?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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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20 10:41:05 수정 : 2019-02-20 10: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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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손으로 만든 전투기로 우리 영토를 지키자.” 1945년 이후 냉전 체제가 들어서면서 세계 각국은 너도나도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산업적 기반을 갖춘 프랑스와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은 물론, 이집트나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개발도상국도 경쟁적으로 전투기 개발에 몰두했다.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하면서 고(高)부가가치 산업인 항공우주산업을 육성하는 효과를 노린 정책이었다.

영국이 개발을 선언한 6세대 전투기 템페스트. 강력한 스텔스 성능을 바탕으로 전자장비와 엔진 성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21세기에 접어든 현재, 독자적으로 전투기를 만들려는 시도는 점점 줄어드는 대신 공동개발을 통해 차세대 전투기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핵심인 프랑스와 독일이 6세대 전투기를 공동개발하기로 한데 이어 영국의 템페스트(TEMPEST) 6세대 전투기 프로젝트에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추가 참여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한국은 2030년대부터 배치될 한국형전투기(KF-X) 외에는 별다른 고민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전투기 개발, 유럽 ‘동상이몽’, 아시아는 ‘따로따로’

F-35A와 F-22 스텔스 전투기를 뒤를 이어 등장할 6세대 전투기 개발의 신호탄을 쏜 나라는 프랑스와 독일이었다.

지난 7일 프랑스와 독일은 6세대 전투기인 FCAS(Future Combat Aircraft System)의 개념연구에 합의했다. 2040년 실전배치돼 프랑스 라팔 전투기와 독일 타이푼 전투기를 대체할 FCAS는 프랑스의 항공우주산업체인 닷소와 에어버스가 개발을 주도하되 엔진은 프랑스의 사프랑과 독일의 MTU 에어로 엔진이 참여, 설계와 제작 및 생산 등을 분담할 예정이다. 프랑스의 전자시스템 업체인 탈레스와 유럽의 미사일 생산업체 MBDA 참여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럽 에어버스가 공개한 6세대 전투기 컨셉. 4차산업혁명 기술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에어버스 제공
FCAS가 어떤 형태로 개발될 것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에어버스가 지난해 공개한 6세대 전투기 컨셉이 참고가 될 수 있다. 에어버스에 따르면, 6세대 전투기는 스텔스 설계를 대폭 받아들여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와 유사한 외형을 띠게 된다. 스텔스 기술을 보유하고도 미국의 F-22와 같은 형태 대신 현재의 타이푼 전투기로 선회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유인, 무인체계 통합운용을 적용, 무인전투체계를 함께 활용해 더 많은 정보를 수집, 임무를 수행한다.

양국이 6세대 전투기 공동개발에 나선 것은 영국의 브렉시트로 흔들릴 수 있는 유럽연합의 결속력을 다지면서 양국간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전투기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해 전력증강과 항공우주산업 기반 발전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타이푼 전투기, A400M 대형수송기 등을 생산하는 스페인이 공동개발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규모의 경제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브렉시트로 FCAS 개발에 참여하지 못한 영국은 지난해 7월 6세대 전투기 템페스트 개발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영국의 유력 방위산업체인 BAE시스템스와 항공기 엔진 업체 롤스로이스, 유럽 미사일 업체 MBDA 등이 참여하는 템페스트 전투기는 스텔스 기술과 레이저 무기, 인공지능, 증강현실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대거 투입된다. 유인비행 외에 원격조작을 통해 무인비행도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영국 방산업체 BAE 시스템스가 2014년 공개한 2040년의 항공작전 상상도. 레이저 무기로 지상표적을 파괴하는 전술이 등장할 것으로 BAE 시스템스는 전망했다. BAE 시스템스 제공
영국은 템페스트 개발을 통해 자국 방위산업 기반을 유지하면서 브렉시트 이후에도 다른 나라와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영국 전투기 산업의 연간 매출은 60억 파운드(약 8조9500억원) 이상이며 지난 10년간 군수품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FCAS 프로젝트에서 소외된 이탈리아가 템페스트 개발에 참여할 의사를 보이고 있으며, 독자적인 전투기 개발을 진행중인 스웨덴의 참여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럽의 전투기 공동개발에 맞서 중국과 일본은 독자적인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태세다. 중국은 인공지능과 드론 통제 능력, 고성능 스텔스 성능을 갖춘 6세대 전투기를 2035년까지 개발할 것이라고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 타임스가 지난 12일 보도했다.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 J-20 개발자 왕하이펑은 이날 인터뷰에서 “중국이 차세대 전투기(6세대)를 2035년 또는 그 이전에 개발할 것”이라며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적용하고, 레이저 무기 등을 장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도 미국 록히드마틴이나 영국 BAE 시스템스 등과의 협력 대신 독자적인 F-3 전투기 개발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KF-X로 2030년대 세계 시장 진입 가능할까

세계 각국의 6세대 전투기 개발이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와 독일의 FCAS는 양국간 무기수출 통제체제의 차이, 방산업체들의 주도권 경쟁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영국의 템페스트 전투기는 브렉시트에 따른 행정적 절차 증가로 유럽 국가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일본은 막대한 개발비, 중국은 기술력 등에서 약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미 공군 F-22 스텔스 전투기가 훈련을 위해 비행을 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한국도 KF-X 프로그램을 통해 전투기 개발 대열에 합류했다. 2015년 12월 체계개발에 착수한 KF-X는 설계 작업과 구성품 개발 등을 거쳐 2021년 4월 시제기 출고가 예정되어 있다. T-50 고등훈련기와 FA-50 경공격기 개발을 통해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임무 및 비행제어컴퓨터와 전자장비 등의 국산화가 진행 중이다. 개발 리스크를 낮춰 실전배치 일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진화적 개발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KF-X가 계획대로 개발된다 해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KF-X의 모습을 보면, 본격적인 5세대 스텔스 전투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대표적인 5세대 전투기이자 한국 공군의 차기 전투기인 F-35A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KF-X가 당초 설정된 성능을 완전히 확보하는 시기는 2030년대 중반 이후로 전망된다. 이때는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이 개발한 6세대 전투기가 등장할 시기다. 국내에서 개발돼 후속군수지원이 용이하다는 측면에서 가동률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만, 레이저 무기나 무인체계와의 통합 운용 등 미래전에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이 포함되기는 쉽지 않다. 성능 측면에서 KF-X가 대등하게 맞서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 해병대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가 지상 기지에서 급유를 받고 있다. 미 해병대 제공
수출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2030년대가 되면 F-35A의 대당 가격이 F-16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서방 세계를 중심으로 F-35A가 대중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F-16은 한국 공군의 FA-50처럼 전쟁 위협이 매우 낮아 공중치안유지 임무만 수행하는 나라에서 여전히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라팔이나 타이푼, 그리펜 등 전투기를 이미 개발해본 유럽 국가들도 수출에 애를 먹는 상황에서 획기적인 기술 적용이 이뤄지지 않은 KF-X로는 한계가 있다.

일각에서는 유럽의 6세대 전투기 개발에 한국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KF-X 개발에 상당한 인력과 비용이 투입되고 있어 여력이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항공 선진국들이 미래 항공전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미래 기술개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기술보호 추세가 강화되면서 외국서 무기를 도입하는 대가로 기술을 이전받는 것이 어려워지는 만큼 공동개발에 참여하는 방안이 6세대 전투기 관련 기술 확보에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인력과 자원의 제약으로 독자적인 미래 항공전 준비가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어 향후 군 당국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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