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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어떠냐고? 세상이 건강한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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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20 09:25:39 수정 : 2019-02-20 09: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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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대통령’ 이외수 작가 인터뷰 / “속임수, 혹세무민 ‘난무’” / “정부, ‘블랙리스트’ 공식 해제를” / “우리나라 떠받치는 건 ‘장인 정신’” “세상이 건강합니까? 저는 여러 병을 겪었습니다만 세상이 저보다 훨씬 더 병들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언론도요.”

203만여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트위터 대통령’ 이외수(73) 작가는 건강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은 우문현답을 내놓았다. 최근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의 5·18 망언을 두고 한 말이었다.

세계일보 창간 30주년을 기념해 오는 25일까지 열리는 ‘세계미술전’에 참가한 이 작가를 지난 16일 서울 동대문구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 학장실에서 만났다. 그는 약 1시간 동안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서울예술재단에서 열린 ‘세계미술전’ 개막식에서 이외수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뒤에 있는 그림은 그의 작품인 ‘달마메기(왼쪽)’와 ‘청심’이다. 이제원 기자
“정치권에 존재 자체가 무의미한 인간들이 많습니다. 바퀴는 둥글고 상자는 네모반듯해야 제구실하는데 거꾸로 빡빡 우기는 거죠. 자기 백성을 때려잡기 위해 탱크를 내려보내고 헬리콥터를 띄워 놓고 ‘29만원밖에 없다’, ‘내가 한 일이 아니다’고? 그런 자를 아직도 추종하다니 이 세상이 언제 깨어납니까.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이) 다 밝혀지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 시대를 살았거든요. (문제의 국회의원들이) 속임수를 쓰며 혹세무민하는 겁니다. 세상에 또 태극기 부대가 애국 단체라니 아이고, 참.”

이 작가는 언론과 지식인들도 비판했다. 그는 “그에 합세하는 언론도 책임이 있다”며 “나 같은 글쟁이, 지식인들이 침묵하는 것도 비굴하다”고 말했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이 작가에게 ‘술 권하는 사회’다.

“저는 술과 동행해 왔습니다. 세상 꼴을 보면 술을 마시지 않고 살 수가 없죠. 사람들은 제정신으로 살아가는데 제가 볼 때 그건 제정신이 아닙니다. 저는 늘 웁니다. 진짜 통곡하고 싶습니다.”

어느새 그의 눈가에 눈물 한 방울이 맺혀 있었다.

이 작가는 직설적 화법 때문에 한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 그는 “욕이 막 나와서 욕도 했는데 그것 때문에 엄청난 수난을 겪었다”며 “정부가 살풀이든 공식적인 해제든 (후속 조치를)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내 생존경쟁이 당연시되고 경제가 우선시되는 데 대해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글, 문화(文化)는 인간만이 갖고 있습니다. 그걸 놓아 버리고 산다는 건 짐승이 된다는 겁니다. 생존경쟁, 약육강식은 정글의 법칙입니다. 인간의 법칙이 아니죠. 대기업에 취업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처럼 ‘돈이 곧 행복’인 가치관이 권위가 되면 절대 안 됩니다. 잘못된 가치관입니다. 모든 젊은이가 삼성화(化)하고 다 재벌이 돼야 행복인 줄 아는데 그런 세상은 오지 않습니다. 돈, 돈 하면 사람이 없습니다. 솔직히 얘기하면 경제는 좀 망하면 어떱니까. 국민들이 저마다 행복하면 되는 거지.”

이외수 작가가 2013년 그린 ‘청심’. 그가 1990년대 화단에 등단해 개인전과 단체전을 6차례 연 화가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더 트리니티 제공
이 작가는 열강에 둘러싸인 우리나라를 떠받치는 힘은 ‘장인 정신’이라고도 강조했다. 장인 정신은 건국 이념인 홍익인간과 상통한다.

그는 “우리나라가 반도체와 정보통신(IT), 전자 등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놓치지 않는 이유, 그 뿌리는 장인 정신에 있다”면서 “장인은 자기가 쓰는 건 대충 만들고 남이 쓰는 건 온 정성을 바친다. 이게 바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금형·목공 등 직종의 역량을 겨루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대한 관심도 촉구했다.

“우리가 세계기능올림픽(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19연패를 했어요. 난리가 나야 하는데 아무도 모릅니다. 특히 언론이 가만히 있습니다. 대회에 나가 금메달을 따는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실력자입니다. 예술의 경지이면서 신의 경지인 거죠.”

한국은 2015년 제43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19번째 종합 우승이란 쾌거를 이뤄냈다. 2017년 제44회 대회에서는 금·은·동메달을 8개씩 획득해 중국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했다. 제45회 대회는 오는 8월 러시아 카잔에서 진행된다. 지난 16일 인천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에서 국가 대표 선수들의 입소식이 열렸다. 이 작가가 이 대회를 언급한 건 결국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일침이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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