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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통해 작가들 삶 엿보며 동행하는 계기됐으면…”

입력 : 2019-02-19 21:02:03 수정 : 2019-02-19 21: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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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미술전’ 참가 작가 3인 인터뷰
“관람객들이 작품을 마음으로 느끼며 작가들의 서로 다른 삶을 엿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세계일보 창간 30주년을 기념해 오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예술재단에서 열리는 ‘세계미술전’에 참여한 강찬모 화백과 이외수·이헌정 작가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같이 입을 모았다. 작품을 있는 그대로 봐 달라는 것. 세 작가의 작품세계에 빠져들다 보면 문득 이들의 일상, 영감의 원천이 궁금해진다. 그 답은 자기 복제와 매너리즘을 경계하는 공통된 철학에 담겨 있었다.
◆“그림, 나 자신만큼 보여… 마음이 중요”

강찬모(70) 화백은 경기도 용인 화실에서 수도승처럼 생활한다. 두문불출하다시피 하며 그림만 그린다.

“자다 깨다가도 그리죠. 별을 그릴 때면 (화폭에) 별들이 나타나는 순간이 그렇게 좋습니다. 항상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하죠.”

올해 고희인 강 화백은 “지난해까지는 막 그렸는데 요새 철이 드는 것 같다”며 웃었다.

강 화백은 삶의 본질을 찾아 헤맸다고 한다. 이는 곧 성인들의 진리를 믿고 수용하는 과정이었다. 그 중심에 ‘자연’이 있다.

“제게 자연은 절대적인 겁니다. 저를 포함한 전체를 뜻하죠. 인공과 자연으로 나누는 게 아닙니다. 우주도 좀 거창합니다.”

강 화백이 1년에 한 번 히말라야산맥으로 떠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달쯤 머물며 트레킹을 한다. 스케치는 거의 하지 않는다.

“스케치하는 시간이 아깝기 때문입니다. 산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시간, 제 마음이 소중하죠. 그 감동을 (한국에) 가져와 그립니다. 인간은 나 자신만큼 봅니다. 히말라야라고 별것 있겠습니까. 마음의 움직임이 있을 때 자연도 움직이는 거죠.”

강 화백은 때 묻지 않은 마음을 강조했다. 그는 “현대미술이라고 특별한 건 아니다”며 “꽃 보는 듯이 그대로 보고 본 대로 느끼면 되는 것 같다. 때 묻지 않은 자아를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생각과 마음 구분을… 예술은 무한한 암호”

이외수(73) 작가는 대학 시절 습작기를 “어리석었다”고 수차례 회고했다.

“처음엔 서양화를 했는데 아무리 해도 흡족하지 않았습니다. ‘내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죠. 먹으로 바꾼 뒤 이유를 알았습니다. 정서의 문제였죠. 먹이 화선지에 배어드는 것과 물감을 캔버스에 바르는 건 엄청난 정서적 차이가 있습니다.”

이 작가는 ‘먹은 병자처럼 갈고 붓은 장수처럼 써라’라는 옛말을 인용했다. 먹을 8시간 동안 벼루에 가는 일도, 붓을 한 번에 휘둘러 절정에 이르는 일도 수행이었다.

“붓을 쓰는 걸 운필이라 하죠. 기운을 쓴다는 겁니다. 먹은 ‘기운생동(氣韻生動)’이 중요해요. 저는 거의 한 번의 호흡으로 붓에 먹을 딱 한 번 찍고 몇 초 만에 작품을 구현합니다.”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없이 다시 그린다.

이 작가도 “다들 인생을 생각으로 살아가는데 마음으로 사는 게 중요하다”면서 마음을 강조했다.

“‘마음이 있는 자리에 도가 있다’고 하죠. 우리는 생각과 마음의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합니다. 내가 대상과 하나가 되면 마음입니다. 나와 대상이 따로따로 있으면 생각이죠.”

이 작가가 “(작품에 대한) 작가의 설명보다 관람객의 느낌이 옳다”고 하는 이유다. 그는 “점 하나를 보더라도 느낌이 무한하다”며 “예술이 암호가 아니겠느냐. 판독하거나 해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영감은 항상 내면에서… 세상을 객관화해야”

이헌정(52) 작가는 최근 들어 한 해의 절반 정도는 해외에서 지낸다. 19일에도 포르투갈로 향했다.

이는 경기도 양평군과 서울 신당동의 작업실이 ‘창작공간’이 아닌 ‘제작공간’이 돼 버린 느낌 때문. 단, 타향에서 작업활동은 하지 않는다. 글쓰기나 드로잉, 스케치 등을 통해 생각의 깊이와 폭을 넓힌다.

여행이 영감을 주는 건 아니다. 이 작가는 “항상 내 안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잘라 말했다.

“영감은 대부분 고민하거나 생각할 때보다 일할 때 자꾸 떠오릅니다. 여행은 나를, 우리 사회를 객관화하기 위한 것이죠. 예술가는 주관이 강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나와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다음 단계로 어떻게 나아갈지 모색할 수 있습니다.”

이는 ‘예술은 새로운 무언가를 지향하는 것’이란 이 작가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 중 ‘자화상(self portrait·2018년)’에 유독 애착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꽃을 생각하는 소년을 형상화한 이 작품은 예술가로서 이상의 끈을 놓지 않는 그의 모습이다.

이 작가의 창작 활동 원천은 도예다. 매번 예상하지 못한 결과물이 나올 때 매력과 재미를 느낀다.

“(도예를) 가마에 가만히 넣어 두고 기다리며 항상 기대합니다. (신당동 작업실의 한 화분을 가리키며) 이 화분은 같은 유약을 칠했는데 파란빛과 보랏빛을 동시에 띠고 있습니다. 불의 온도, 불길 등에 따라 달라진 거죠.” 그에게는 도예 작품 하나를 빚어내는 일도 여행이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사진=이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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