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과 미국은 1994년 1차 북핵위기 이후부터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가 다시 냉각기로 접어들기를 반복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시작된 북·미 협상에서는 이전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대좌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오는 27∼28일 만남에서 25년간 다뤄 온 그간의 의제에서 보다 구체화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미 간 의제의 핵심은 북한 비핵화다. 북·미 양국은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로드맵 입구 단계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영변 핵시설을 중심으로 한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동결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공개 폐기와 검증 △풍계리 핵실험장의 완전한 폐기와 검증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미국이 주장했던 ‘단계적이며 동시적인’ 비핵화 로드맵이 합의된다면 △핵 프로그램 전체에 대한 포괄적인 신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수용이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북·미 간 합의가 극적으로 타결된다면 모든 핵무력의 폐기 및 반출 등에 대한 비핵화 시간표도 제기될 수 있다.
다만 극적 타결은 물론 높은 단계의 비핵화도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실행하기 위한 ‘시간표’가 합의문에 들어간다면 상당히 큰 성과를 이룬 것으로 평가될 전망이다. 북·미가 포괄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하는 ‘빅딜’에 합의할 것인지, 현 단계에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반출에 그치고 비핵화는 뒤로 미루는 ‘스몰딜’에 그칠 것인지는 회담을 앞두고 계속 논란이 돼왔다.


북·미 관계 개선은 1990년대 냉전 붕괴 이후 북한이 체제 보장을 위해 일관되게 추구하는 목표 중 하나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남한은 중·러와 수교했지만 북한은 미국과 수교하지 못하면서 생긴 힘의 불균형을 핵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오늘날 북핵 문제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북·미 관계 개선과 관련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의제로는 연락사무소 개설이 꼽힌다. 미국 CNN방송은 18일 양측 논의에 정통한 2명의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북·미 간 연락관 교환 방안이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다”며 “이 계획이 진전되면 북한에 연락사무소를 차리기 위해 여러 명의 고위 공무원이 파견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연락사무소 개설은 북·미 수교의 첫 단추를 끼우면서 북한의 국제사회 복귀와 정상국가화를 알리는 의미가 있다.

북·미 수교는 향후 북·일 수교의 길잡이 역할도 할 수 있다. 일본은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 관계 발전 속도에 보조를 맞추려 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선형·홍주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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