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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늘며 혼밥·혼술 증가 / 사회적으로 고립된 싱글 늘어 / 日처럼 고독사 늘어날 우려도 / 셰어하우스 등 대안 수립 시급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인 가구수는 2000년 222만가구였으나 2017년 562만가구로 두 배 이상 증가하면서 가장 높은 비중을 점하는 가구형태로 부상했다. 최근의 추세에 비춰볼 때 이제 한국사회도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싱글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이 틀림없는 듯하다.

 

일단 싱글 하면 결혼 적령기를 넘긴 미혼(未婚; 결혼하기를 원하지만 아직 배우자를 만나지 못한)이나 비혼(非婚; 결혼할 의향이 없는) 층으로, 부모에게서 독립해 단독가구를 구성한 경우를 떠올리게 된다. 물론 이들이 전형적 싱글 범주를 구성하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싱글에 이르는 경로는 두 가지가 더 있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 사회학

그중 하나로는 배우자와 이혼한 후 홀로 남게 되는 ‘돌싱’(돌아온 싱글)이 있다. 돌싱은 재혼하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싱글 지위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재혼을 통해 다시 결혼제도 속으로 들어감으로써 싱글 지위를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이혼 후 재혼 건수가 근소한 폭이지만 감소 추세이고, 이혼 건수 대비 재혼 건수도 2015∼17년 기간 중 45.1%에서 41.9%로 감소하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여성의 재혼율이 남성에 비해 낮은 현실에 비춰볼 때 ‘싱글의 여성화’ 현상이 점차 심화하리라 예상된다.

 

또 다른 경로는 배우자와 사별 후 홀로 남게 되는 상황이 있다. 이때도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길고, 재혼 의지도 약하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여성 노인을 중심으로 한 싱글화현상의 가속화를 예측해 볼 수 있다. 일반 가구원 중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이 남성은 30세(22.5)지만, 여성은 83세(34.4)로 나타나고 있음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싱글의 존재 자체는 역사적으로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결혼을 당연시해온 전통사회에서도 농촌 지역에서는 ‘처자식 입에 풀칠할 땅 한 뙈기가 없어’ 결혼하지 못한 노총각이 즐비했다는 기록이 있다. 덧붙여 축첩(畜妾) 관행이 널리 퍼져 있던 상황하에서 첩의 지위는 국가가 인정해주는 결혼제도의 바깥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법률상 싱글로 남아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남편과 사별한 ‘과부’ 또한 주위에서 익숙하게 만나볼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단 전통사회의 싱글은 가족이나 친족 아니면 이웃이나 지역 공동체 안에 이런저런 형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법률상 배우자나 가족이 없는 싱글도 넓은 의미의 가족 일원이 돼 보살핌과 돌봄을 받고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도움을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반면 오늘날의 싱글은 문자 그대로 가족이나 여타의 사회적 관계망으로부터 고립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들로 인해 혼밥 혼술이 확산하고 있고 솔로를 위한 공연 관람석 및 여행 패키지의 등장 등 다양한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앞으로 고립화한 싱글 숫자가 계속 증가할 경우 가까운 미래에 예상되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고독사 내지 무연사임이 이웃 일본의 경험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현재 30대가 생애미혼율(평생 독신 상태를 유지하는 비율) 20%를 기록하게 될 경우, 연간 사망자 수를 150만명으로 잡는다면 적어도 30만명이 고립사(孤立死)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추론되고 있다. 만일 생애미혼율이 25%로 증가하게 된다면 고독사에 직면하게 될 숫자가 37만5000명으로 증가하리라는 추계도 나와 있다.

 

결국 싱글의 고립화가 거스를 수 없는 사회 트렌드로 부상하는 상황에서는 고립화로 인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요구됨은 물론이다. 일본의 가족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가 제안하는 대안으로는 셰어하우스의 활성화가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식 셰어하우스 모델은 거주자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 공간과 각각의 사생활이 보장되는 사적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덕분에 공동 공간에서 함께 거주하는 셰어 메이트와 가족 같은 친분을 쌓을 수 있고, 개인 공간에서는 자신만의 프라이버시를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로써는 시험 단계이긴 하나 향후 빠른 속도로 확산할 새로운 주거양식임이 분명한 듯하다.

 

셰어하우스 형식의 확장된 형태로서 커뮤니티하우스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커뮤니티하우스의 규모는 매우 다양해서, 단독주택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셰어하우스에 가까운 형태도 있고, 아파트 한 동에 100여명이 함께 공동생활을 하는 비교적 대규모의 커뮤니티하우스 사례도 있다고 한다. 거주 면적은 다양하지만 공동으로 사용하는 식당 및 취사장을 갖춘 상태에서 개인별로 방을 따로 배정하는 형태가 가장 일반적이라 한다. 한편 고령의 독신자를 위한 선택지로서 재택간호와 요양 시설의 중간 유형에 해당하는 그룹홈도 아직 대중화하기 전이지만 유용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들 주거양식의 다양화 못지않게 보다 근본적으로는 누구나 가족의 보살핌 및 도움을 받고 있으리라는 전제 자체가 흔들리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는 충고도 새겨볼 만하다. 1인 가구의 증가 내지 싱글 시대의 도래는 가족양식의 다양화를 넘어, 국가와 가족 그리고 개인의 관계를 둘러싼 보다 근본적인 인식 전환을 요구하는 사건임이 분명하다 하겠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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