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인류의 역사 움직이는 ‘소셜네트워크의 힘’

입력 : 2019-02-16 03:00:00 수정 : 2019-02-15 21:20:4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유대인 후손 19세기 로스차일드 가문/가족간 혼인 고집 다국적 공동체 이뤄/자체 통신망 구축… 정치 엘리트 접근/
온라인 플랫폼 기반 거대기업 일군/페북·아마존·애플·구글의 세계 지배
니얼 퍼거슨 지음/홍기빈 옮김/21세기북스/4만원
광장과 타워-프리메이슨에서 페이스북까지, 네트워크와 권력의 역사/니얼 퍼거슨 지음/홍기빈 옮김/21세기북스/4만원


대부분의 인류 역사는 계급에 따라 기술되어 왔다. 즉, 교황과 대통령, 총리 같은 고위급 ‘사람’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역사를 들여다보면 ‘네트워크’가 면면히 작동해 왔다.

미국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 겸 옥스퍼드대 선임연구원인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은 네트워크가 어떻게 실제 역사를 만들어 왔는지를 풀이한다. 현대 역사학의 아버지 아널드 토인비를 존경한다는 그는 ‘시빌라이제이션’, ‘위대한 퇴보’ 등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저명학자이다. 4년반 동안 공들여 이 책을 완성했다.

저자에 따르면 소셜네트워크는 이 시대에 나온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종교개혁을 이끈 인쇄공들과 설교자들부터 미국 혁명을 이끈 ‘프리메이슨’까지 네트워커(networker)들이 역사를 움직이고 이끌었다. 대표적으로는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 블룸스버리클럽, 로스차일드, KGB, NSA(미국가안보국), 알카에다, 페이스북, 애플 등이다. 이들이 만들어온 네트워크가 지금 인류 현대사를 움직이고 있다.

유대인 후손인 로스차일드 가문을 보면 네트워크의 힘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은 19세기 돈의 힘으로 유럽 평화를 지켜냈는가 하면, 전쟁을 통해 엄청난 돈도 벌었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성취는 실로 근·현대사의 획을 긋는 것이었다. 이들은 독특한 사업구조, 즉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그 구조는 가족 간의 동업관계로 엄격하게 제한되었다. 동시에 다국적 규모였다. 프랑크푸르트, 런던, 빈, 파리, 나폴리 등에 있는 ‘사업소(houses)’를 연결해 단일공동체(general joint concern)’를 이뤘다. 그들은 자본이 흩어지는 원심력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족내혼을 했다. 물론 19세기 사촌 간의 결혼은 일반적이었지만 그들만의 족내혼을 고집했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강점은 정보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구축이었다. 이는 정치 엘리트들에게 접근하는 결정적인 방식이었다. 물론 경쟁자를 따돌리는 방법으로도 써먹었다.

니얼 퍼거슨 교수는 책에서 “과거 인류 역사는 계급에 의해 쓰였다면 앞으로는 보통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역사를 써 나갈 것”이라고 했다.
우편서비스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발명품이었다. 1814년 파리에서 프랑크푸르트로 보낸 편지는 보통 24시간이면 도착했지만, 런던에서 보낸 편지는 프랑크푸르트까지 일주일이나 걸렸다. 파리에서 베를린까지는 9일이 걸렸다. 로스차일드 형제들은 이 못 믿을 우편서비스 대신 자체 통신 및 배달망을 구축했다. 나폴레옹이 워털루에서 패했다는 소식을 런던에서 가장 먼저 접한 이가 로스차일드 가문이었다. 그들은 먼저 알고 있었기에 많은 돈을 벌었다. 1823년 ‘로스차일드로부터 뉴스를 얻는 것’이 유럽 귀족들의 일상사가 되었다. 주요한 정치사건뿐만 아니라 비밀정보는 공식적인 채널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로스차일드 통신망을 통해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전달됐다. 각국의 정치지도자들과 외교관들은 앞다퉈 로스차일드의 통신 네트워크를 사용했다. 이러한 네트워크 확장은 로스차일드 은행의 이익 증대로 연결된다. 당시 유럽 리더들 사이에는 이런 말이 번졌다.

“로스차일드는 현대 은행업이 낳은 불가사의다. 유럽 대륙 전체를 자기들 손아귀에 넣었다. 이들의 조언이 없이는 그 어떤 나라의 내각도 움직이지 못한다.”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게 된 것은 네트워크의 힘이었다.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거대기업을 이룬 기업들이다. 로스차일드의 정보능력을 모방한 것이다.

오늘날 온라인 네트워크의 힘을 가장 잘 이용한 인물로 도널드 트럼프를 꼽는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여 소셜네트워크의 힘을 맘대로 쓸 줄 몰랐다면 트럼프는 결코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인터넷 이전 시대의 선거운동이었다면 그는 힐러리 클린턴의 적수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 2016년 당시 텔레비전 선거 광고가 가장 중요했다. 선거 광고는 계속 돈을 쏟아붓는 옛날식의 소모전이었다. 트럼프에게는 그런 정도의 자금을 동원할 수 없었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트럼프는 소셜네트워크 덕분에 훨씬 더 효율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16세기 네트워크는 새로운 사상과 함께 질병과 종교적 갈등을 퍼뜨렸다. 게다가 21세기 테러리스트들의 네트워크는 국가적인 규모로 갈등을 확산시키고, 민주주의의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니얼 퍼거슨은 “역사상의 주요한 변화는 기성의 위계 조직들이 각종 네트워크에 의해 파괴적인 도전에 처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천우희 '미소 천사'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