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의 프리랜서 기자 뱅상 글라가 2009년 만든 비공개 페이스북 그룹 ‘리그 오브 LOL’은 지속적으로 여성들을 공격해 왔다. 기자, 홍보인, 그래픽디자이너 등 주로 30대 남성들이 멤버인 이 그룹의 공격 타킷은 페미니스트로 보이는 여기자나 여성 블로거들이었다고 AFP는 전했다. 이들은 ‘Laugh Out Loud’(큰 소리로 웃다)에서 머릿글자를 따 와 LOL이라는 그룹명을 지었다.
이들은 비디오저널리스트 플로라스 포셀에게 유명 TV프로그램의 PD인 척 전화해 일자리를 제안한 뒤 그녀의 반응을 녹음해 인터넷에 뿌렸다. 다른 여성 얼굴 사진과 포르노 사진을 합성한 이미지를 만들기도 했다. 성폭행에 관한 저속한 농담은 일상적으로 이뤄졌다.
프랑스의 음악·문화 잡지 ‘레 쟁로퀴티블’(Les Inrockuptibles)이 발행인, 편집장 및 전 직원 명의로 올린 LOL 사건 사과문. 레 쟁로퀴티블 홈페이지 캡처 |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하는 스테팡 데 올누와는 11일 LOL에서 활동한 것을 사과하며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자신의 블로그도 닫았다. 그는 “(LOL은) 반복적인 온라인 괴롭힘을 저질러 왔다. 내가 고통을 준 모든 이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온라인 잡지 ‘슬레이트’ 프랑스판도 편집장이 LOL에 연루돼 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사측은 “그는 LOL의 소극적 구성원으로서 어떠한 공격·모욕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면서 그의 직책을 유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LOL의 공격을 받았던 언론인들은 소셜미디어에 피해 사실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놀림감으로 만든 짜깁기 영상물의 한 피해자는 “그들은 대중 앞에서 내게 모욕을 줬으며, 우리의 고통이나 감정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며 “나는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가짜 일자리 제안 사건의 피해자 포셀은 “부끄러움과 굴욕감, 두려움으로 울었다”고 했고, LOL의 표적이 됐던 시민운동가는 “스나이퍼에게 쫓기는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무니르 마주비 프랑스 디지털부 장관은 “여러분은 가해자들이 새로 순수성을 획득하기 위해 자기가 쓴 트윗을 삭제하고 평등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페미니스트들의 업적을 되뇌는 장면을 보고 있다”면서 LOL 가담자들을 “패배자들”(Losers)이라고 묘사했다.
마를렌 시아파 양성평등부 장관은 “LOL한테서 성적 괴롭힘을 당해야 했던 언론인·블로거들에게 내 모든 지지와 연대 의사를 전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그는 온라인 괴롭힘이 불법임을 강조하면서 이들을 기소하기 위해 관련 범죄 소급적용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2013년 이후의 일에 대해서만 기소가 가능하다.
프랑스의 인종차별 감시 단체 ‘SOS 라시즘’은 파리 검찰에 LOL 사건에 대한 예비조사 착수를 촉구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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