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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3人3色 작품 세계에 흠뻑 취해볼까

입력 : 2019-02-12 21:22:01 수정 : 2019-02-12 16: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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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미술전 15일 개막 / ■강찬모 화백 / 히말라야 절경 옮긴 ‘빛의 연작’ 압권 / 특유의 선명하고 단순한 색감 돋보여 / ■이외수 작가 / “목적이 같은 사람과만 동행할 수 있어” / 작가 가치관 담긴 신·구작 여럿 선보여 / ■이헌정 작가 /“동행은 집으로 돌아오는 여행같은 것” /‘집’ 주제로 한 도예작 등 눈길 사로잡아
강찬모(왼쪽 부터), 이외수, 이헌정
강찬모, 이외수, 이헌정. 각자의 영역에서 서로 다른 길, 그러나 예술가라는 외길을 걸어 온 세 작가가 한자리에 모인다. 

15일 펼쳐지는 세계미술전에서다. 세계일보는 올해 창간 30주년을 맞아 15∼25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서울예술재단에서 ‘동행(同行)’을 주제로 세계미술전을 연다. 지난 30년간 세계일보가 걸어 온 길, 앞으로 함께 통합으로 나아갈 길을 되새겨 보는 자리다. 

세 작가의 작품 40여점이 전시된다. 관람료는 무료.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이 말하는
동행의 의미와 이들의 작품세계를 미리 만나 본다.

강찬모 화백의 ‘빛의 사랑’ 연작. 각각 2018(위쪽), 2017년 작품이다. 붉은 해와 흰 그믐달, 산꼭대기의 간극이 원근감과 동시에 자연의 위대함을 선사한다.
더 트리니티 제공

◆강찬모 “동행은 ‘영원한 사랑’”

“동행은 영원하고 무한하며 아름다운 사랑이다.”

강찬모(70) 화백은 동행은 곧 사랑이라고 말한다. 이 때문인지 강 화백의 작품명에는 ‘사랑’이란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빛의 사랑’ 연작이 대표적이다. 강 화백이 2004년 처음 마주한 히말라야산맥의 절경, 눈부신 설원을 화폭에 옮겼다. 그가 ‘히말라야의 작가’로 불리는 이유다.

한지에 전통 채색 기법 등으로 그렸다. 강 화백 특유의 단순하면서도 선명한 색감이 도드라진다.

특히 짙푸른 하늘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해 또는 달과 산꼭대기의 간극은 자연의 위대함, 자연 앞에서 겸손한 마음을 상기한다. 여기에 한지의 독특한 질감은 입체성을 더한다. 강 화백은 “히말라야산맥의 풍광은 맑고 성스러워 다른 차원을 보여주는 메시지였다”면서 “대지가 빛을 듬뿍 받는다고 생각해 보라. 빈 공간에도, 모두 (빛의) 사랑이 가득하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이유로 강 화백은 사랑의 감동을 장엄한 산으로 구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3년 프랑스 보가드성 박물관의 살롱전 금상을 받는 등 해외에서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전시에서 ‘빛의 사랑’ 연작은 물론, ‘상 - 금강산도’ 등 강 화백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이외수 작가의 지난해 작품 ‘새날’. 희망의 새날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이외수 “목적지가 다른 사람과는 동행 못 해”

“걸음이 느린 사람과는 같이 갈 수 있어도 목적지가 다른 사람과는 같이 갈 수 없다.”

이외수(73) 작가의 가치관은 분명하다. 목적지가 다른 사람과는 동행할 수 없다는 것. 인생의 방향이 중요할 뿐, 속도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

우리에게 소설가로 친숙한 이 작가는 화가이기도 한 다재다능한 예술인이다. 1990년대 화단에 등단해 개인전과 단체전을 6차례 열었다.

이 작가는 화선지에 먹이나 채색 등으로 그린다. 단 한 번의 호흡만이 필요하다. 주로 한 획으로 작품을 완성한다. 일획봉황(2019년)이나 일획산수(2009년)가 단적인 예. 이를 두고 그는 “신선이 놀고 간 것”이라며 신선 ‘선(仙)’ 자를 써서 자신의 화법에 ‘선화’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작가는 최근 암 투병에 이어 감성마을 집필실 사용료를 둘러싼 강원도 화천군과의 법적 분쟁 등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최신작에는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가 묻어난다. 지난해 그린 ‘새날’이 대표적이다. ‘산 위에 해뜬다’는 작품 속 글귀처럼 태양을 형상화한 붉은 반원에 새날에 대한 희망이 충만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획봉황과 새날, 숲에는 바람, 청심 등 그의 신작과 구작을 동시에 소개한다.
도예가이자 설치미술가인 이헌정 작가의 2014년 도예작품 ‘집’.
더 트리니티 제공

◆이헌정 “동행은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

“동행이란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여행은 귀환을 전제로 완성된다.”

도예가이자 설치미술가인 이헌정(52) 작가는 동행을 여행에 빗대어 말한다. 다른 사람과 어디론가 떠났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여정 말이다.

이 작가의 이런 철학은 작품세계에서 오롯이 드러난다. 그는 건축과 도예, 설치미술, 조각 등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과감하면서도 세련된 작품을 선보인다. 다만 도예라는 작품의 밑바탕은 변하지 않는다. 여행의 종착지가 결국 집인 것과 같은 이치다.

이 작가에게 도예는 곧 집이다. 홍익대에서 도예를 전공한 뒤,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 대학원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가천대에서 건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집(House)’이란 이름을 가진 작품이 적지 않은 건 단지 우연일까.

이 작가는 조각이면서도 가구로서의 실용성이 있는 아트 퍼니처(Art Furniture)란 영역도 개척했다. 2009년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가 그의 탁자 작품을 구입한 일화는 유명하다. 공공 미술도 이 작가의 활동 영역이다. 2005년 청계천의 정조대왕 능행반차도는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길이 186m, 높이 2.4m의 세계 최대 도자 벽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달항아리, 아트 퍼니처 등 이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한꺼번에 만나 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박소정 더 트리니티 대표(큐레이터)는 “세 작가는 작품관은 서로 다르지만 각자 여정을 거쳐 독보적인 자리에 올랐다”며 “세계일보 창간 30주년을 기념한 올해 세계미술전은 이들 작가의 작품을 통해 동행의 의미를 다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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