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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보호"vs"무고 발생"…'비동의 간음죄'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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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2 13:00:00      수정 : 2019-02-12 10:49:07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항소심이 열린 지난 1일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혐의 사건을 계기로 ‘비동의 간음죄’ 신설을 둘러싼 논란도 불붙을 조짐이다.

비동의 간음죄는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를 한 경우 폭행이나 협박 등이 없더라도 처벌하자는 것이다. 현행법은 폭행이나 협박, 위계나 위력, 항거불능 등의 조건을 갖춘 경우에만 성범죄로 처벌할 수 있다.

지난 1일 안 전 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문을 보면 ‘의사에 반하여’라는 표현이 16차례에 걸쳐 등장한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와 피해자 김지은씨의 성관계에 명시적 합의가 없었다고 판단하면서 “피해자가 간음에 동의하지 않았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자신의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지난 1일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연합뉴스
◆여성계 “비동의 간음죄 필요”

이에 여성계를 중심으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를 막기 위해 비동의 간음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성계는 비동의 간음죄가 국제적 추세라는 점을 들며 신설을 적극 촉구한다. 실제 미국과 영국에서는 비동의 간음을 강제적 성관계로 보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명시적 동의가 없는 성관계를 성범죄로 처벌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도 최근 비동의 간음죄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연구결과를 내놨다. 형사정책연구원이 펴낸 ‘성적 자기결정권의 합리적 보호를 위한 성폭력 범죄 관련 법제의 개선방향 연구’에는 “비동의 간음죄의 신설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사법부가 성적 자기결정권의 충실한 보호라는 관점에서 제대로 기능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사법부의 엄격한 내지 소극적 해석 관행이 정당화된다면 ‘비동의 간음죄’의 신설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고 돼 있다. 
◆반대 의견도 만만찮아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반대론자들은 성인 남녀 간 성관계 시 사전에 상대가 명확히 동의했는지 여부를 매번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특성상 두 사람이 동의한 관계였음을 입증해줄 증거나 목격자가 있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 쪽이 사전에 동의했으나 사후에 마음이 바뀌어 ‘동의하지 않았다’고 할 경우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든다.

법조계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이유다.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백성문 변호사는 “법원이 폭행, 협박의 정도를 엄격하게 해석한다면 비동의 간음죄 신설 여부를 고민해야겠지만, 최근 법원의 판결은 (기존에 알던) 폭행이나 협박과 (기준이) 다르다”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피해자가 ‘그때 나 싫었는데요’라고 경찰에 고소를 하면 (무조건) 수사를 해야 한다”며 “폭행, 협박이 전혀 없고 거부가 없었는데도 가해자가 아닌 사람을 가해자로 둔갑하게 만드는 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노영희 변호사는 “비동의 간음죄는 기존의 형법 297조를 개정하자는 것”이라며 “폭행이나 협박이 더 이상 요건이 아닌 상황에서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을 의사 표시한 사람에 대해 강간한 자로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노 변호사는 “여성(피해자)들이 자신의 성행위에 책임감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며 “실제적으로 상대방이 (동의 여부를) 헷갈릴 수 있는 상황이나 여지를 만들었다면 본인도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비동의 간음죄는 지난해 8월 안 전 충남지사의 1심 판결을 계기로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어떤 위력을 행사했다고 볼 만한 상황이 보이지 않는다”며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이정미 정의당 의원 등이 비동의 간음죄 신설을 담은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현재 국회에 계류된 관련 법 개정안은 9건에 달한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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