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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위기' 국내 클래식 음악시장 해법 모색

입력 : 2019-02-12 03:00:00 수정 : 2019-02-11 21: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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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티스트 포럼’ 현장이슈 토론 / 문화예술기관장 낙하산 인사 쟁점 / 전문성 부재… 고질적인 병폐 지적 / 엔터테인먼트·흥행 중시 풍조 만연 / 순수예술 진흥 등한시 기조도 문제 / 클래식 저변 확대 성과 사례도 소개 / 정책지원 강화·업계 내부 변화 강조 피아니스트 조성진 등 샛별의 등장과 세계적 아티스트 내한공연의 화려한 조명 아래 국내 클래식 무대는 일견 화려하다. 하지만 지난달 말 ‘순수예술시장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열린 영아티스트포럼앤페스티벌(YAFF)의 정례 포럼에선 고사(枯死) 위기에 처한 국내 클래식 전반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기조발제를 맡은 공연기획사 빈체로 대표 이창주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장은 “2019년 현재 클래식을 중심으로 한 순수예술시장은 예술의 진흥은 등한시하고 엔터테인먼트와 흥행만을 중시하는 정책 기조, 전문 예술가 지원보다는 시민예술 우선 지원으로 전문가와 아마추어가 혼재되는 문제, 정권 교체 시마다 불거지는 문화예술기관의 낙하산 인사로 인한 전문성 부재, 주 52시간 근로에 따른 공공 공연장과 기획사 운영의 어려움 등으로 순수예술은 점차 위축되고 민간 기획자들과 전문 예술가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클래식 공연장·기획사·연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홀에서 순수예술시장의 위기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 제공

◆문화예술기관장 낙하산의 악순환

공연장과 기획사, 연주단체 등 클래식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이날 토의에서 비중 있게 다뤄진 쟁점은 정권 교체 때마다 불거지는 문화예술기관장 낙하산 인사였다. 자생력 취약한 클래식 분야 발전을 위해선 공적자원을 운용할 수 있는 문화예술기관장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정작 각 기관장 인선은 그만한 자격 검증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고질적 병폐로 지적됐다.

오병권 대전예술의전당 관장은 “지난해 지방선거로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 취임 이후 적잖게 많은 공연예술기관장이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사직을 강요당하고 사직했다”며 “지자체장 인맥 중에 문화 분야에서 조금이라도 활동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경력을 앞세워 문화예술기관장으로 임명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실상을 전했다. 문화예술기관장이 반드시 해당 분야 전공자일 필요는 없더라도 최소한 전문식견을 갖추고 기관을 이끌어 갈 행정력과 지도력을 갖춘 경험자여야 한다는 게 오 관장 지적이다.

강창일 사단법인 ‘찾아가는박물관’ 이사(전 안산문화재단 대표이사)도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이 문화공연계 정규직 고용을 어렵게 하면서 기관장 전문성이 더욱 중요해졌으나 그 기준이 모호한 현실을 지적했다. 강 이사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관장은 기관의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바, 수많은 사안에 신속·정확·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하고, 결정한 사안이 진행되는 동안 목표하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행정적 노력과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적극 참여하는 능력을 우선해야 한다”고 예술 관련 기관장이 갖춰야 할 자격을 제시했다.

◆자력갱생의 길

기획사를 이끌며 다양한 음악가를 만나온 윤보미 봄아트프로젝트 대표는 클래식 무대 확장을 위해선 주인공격인 연주자들의 노력도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현시대가 요구하는 아티스트는 본인이 연주하는 음악에 대한 확실한 이해와 표현, 연주력은 물론 관객을 포함한 기획자, 공연 관계자와 공연 이전, 공연 중, 공연 이후에까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며 “많은 한국 아티스트 중에는 연주는 일정 수준 연마되었으나 본인이 무엇을 관객에게 이야기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떠한 태도로 관객을 만나고 기획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지, 심지어는 기본적인 문서작업조차 못하는 아티스트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건 결국 음악분야도 ‘벼락치기’로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을 우선적으로 키워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윤 대표는 “콩쿠르 우승만을 목표로 연주 기량만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나와서 사회에서 연주자로 살아나가기 위한 기본적인 태도와 사고의 유연함을 연마할 수 있는 다양한 과정들이 교육과정에 녹아 있어야 사회에 나와서도 소통 가능한 아티스트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탁상행정의 부작용

이날 포럼에서 이강원 크레디아 이사와 김지현 서울튜티앙상블 예술감독, 이신규 클래시칸앙상블 부대표는 관객 개발 등 클래식 저변 확대를 위한 그간 노력과 성과도 소개했다. 이 이사는 ‘클래식을 공감’하는 것을 미션으로 2007년부터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과 함께 다양한 시도를 해왔던 앙상블 디토의 경험을 소개하며 “관객들이 가장 큰 호응을 보내준 것은 디토의 도전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매년 전국 음악대학에서 쏟아지는 음악도들, 전 세계 콩쿠르에 입상소식을 전해오고 있는 수많은 젊은 음악가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음악시장)에서 생존하기는 어렵고 종사자들 역시 위축된 채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클래식 음악이 대중과 더욱 멀어져 ‘그들만의 리그’ 안에 갇혀 버린 상황인 만큼 순수예술의 진흥을 위해 적극적인 클래식 정책과 지원, 그리고 업계 내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이사는 “무대와 관객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공연장의 책임과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전국 공연장들은 단발적인 성과를 이유로 티켓 수입이 보장된 유명 연주자와 유명작품들을 주로 유치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신인 연주자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소개하고 그들만의 팬을 만들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피아니스트이자 31년 역사의 서울튜티앙상블 김지현 예술감독은 “가장 아쉬운 점을 꼽자면 민간예술단체는 당장 다음 해의 연주 일정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기 어렵다. 외부지원이 절실하다”며 장기계획 설정이 어려운 공공지원 제도상의 허점을 지적했다. 또 김 감독은 “‘문화가 있는 날’이 제정되어 무료입장, 무료관람, 염가판매를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김영란법’이 생겨 공연티켓을 주고받는 것에 눈치를 보게 됐다”며 ‘예술을 글로 배운 행정적 시각의 정책으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초·중·고 예체능 수업 활성화 등 정책 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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