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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적 부담 덜어 교육 정상화” vs “교육적 지도 효과 감소 불 보듯”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 2019-02-10 21:01:00 수정 : 2019-02-10 16: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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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대응절차 개선안 놓고 찬반 논쟁 / 학내 기구인 학폭위, 교육지원청 이관 / 학생부 기재 1회 유보·자체해결제 등 / 양대 교원단체선 한목소리로 “환영” / “교사만 편할 뿐 학생 중심 대책 아냐” / 일각선 법적 다툼 심화 우려 목소리 / 일각선 법적 다툼 심화 우려 목소리 / 대책 악용·가해자에 면죄부 지적도
“교총의 전방위적인 요구 활동이 결실을 본 것으로 환영한다.”(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학교교육 정상화라는 큰 틀에서 환영한다.”(전국교직원노동조합)

양대 교원단체가 최근 한목소리로 반긴 정책이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대응절차 개선방안’ 입니다. 주요 내용은 △학내 기구인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의 교육지원청 이관 추진 △경미한 학교폭력 사건의 학교자체해결제 도입 △가해학생 조치 1∼3호는 1회에 한해 생활기록부 기재 유보 등입니다. 1∼3호 조치란 학폭위 처벌 중 가장 수위가 낮은 교내선도형(서면사과·접근금지·교내봉사)을 뜻합니다.

교원단체들은 교육부의 이번 대책이 학생을 향한 교사의 교육적 지도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는 학교폭력 사건의 경중과 관계없이 기계적으로 학폭위를 열어 조치한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가해학생의 반성과 상호 간 화해 등 교육적 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가해자와 피해자 간 소송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실제 전국 초·중·고교의 학폭위 심의는 2013년 1만7749건에서 2017년 3만993건으로 약 176%, 학폭위 재심은 2013년 764건에서 2017년 1868건으로 약 245% 폭증했습니다.

학폭위 교육지원청 이관, 학교자체해결제 도입 등은 사건 해결 과정에서 학교·교원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것을 막고 학폭위의 신뢰도를 높이는 대책으로 꼽힙니다. 현재 학폭위는 변호사, 의사, 경찰 등 전문가 참여 없이 조처를 내리고 있어 가·피해자 모두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한데, 앞으로 교육지원청에서 전문가를 포함한 학폭위를 열어 전문성을 높인다면 이런 불만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또 경미한 사건의 경우 학교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바닥에 떨어진 교권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학생부 기재 유보는 ‘낙인효과’를 방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이번 대책이 학생보다는 학교와 교사에 더 초점을 맞춘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학교의 행정적 부담을 덜어줄 순 있어도 진정 학생을 위하는 실효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학교폭력 전문가인 전수민 변호사(법무법인 현재)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제도개선 시행 이후 학교폭력 사건을 다루는 과정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상했습니다. 그는 “학폭위가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면 그때부턴 그야말로 ‘학생 법정’이 될 것”이라며 “학부모들이 학폭위 단계부터 변호사를 선임해서 대응할 게 불 보듯 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학폭위가 학내 기구를 벗어난다면 징계위원회, 재판의 성격이 강해져 오히려 교육적 지도 효과는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학교자체해결제도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학교 현장에서 이미 시행하는 절차를 제도화하면 법적 다툼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 변호사는 “지금도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피해학생, 학부모에게 학폭위 개최 여부를 먼저 물어본다”며 “학교자체해결제는 사실상 학교 현장에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것)를 정식으로 도입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내다봤습니다.

학교자체해결제가 가해학생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학폭위 개최는 2011년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이후 학교폭력예방법이 개정되면서 2012년부터 도입됐습니다. 당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권모군의 어머니인 교사 임지영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선생님과 가해 학생이 일을 크게 키우지 말자며 압박한다면 어쩔 수 없이 학교 내 해결에 동의하게 될 것”이라며 “피해학생이 동의하는데 어느 부모가 판을 키워 교육지원청까지 가서 학폭위를 열겠다고 하겠느냐”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학생부 기재 1회 유보 대책은 어떨까요. 전 변호사는 해당 대책이 악용될 소지가 많다고 우려합니다. 그는 “학교에서 부담을 느끼다 보니 학폭위 처분을 1∼3호 조치로 유도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며 “재심 청구가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 4∼6호 조치를 받은 가해학생 측에서 학생부 기재를 피하기 위해 처분을 1∼3호로 내리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중순 학생, 학부모, 교원 및 일반시민 등 2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학교폭력 재발방지 효과가 약화할 것이라는 이유로 학생부 기재 유보에 반대하는 의견(59.8%)이 찬성(40.2%)보다 20%포인트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육부는 학폭위 교육지원청 이관, 학교자치해결제 등 법 개정이 필요한 대책에 대해 하루빨리 2월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교사만 편할 뿐 학생 중심의 대책이 아니다”라는 반대 측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교육부의 학교폭력 개선방안,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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