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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자"VS"대표적 항일 영웅"…김원봉 독립유공자 지정 논란

입력 : 2019-02-07 18:14:07 수정 : 2019-02-07 18: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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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 '의열단' 일원으로 활약을 펼친 약산(若山) 김원봉의 독립유공자 지정을 주제로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국가보훈처의 자문기구인 '국민중심 보훈혁신위원회는 오는 3·1절에 광복군 부사령관 등을 역임한 김원봉 의열단 단장을 올해 3·1절 계기에 독립유공자로 포상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국가보훈처는 이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원봉이 의열단을 조직해 조국 독립을 위해 투쟁한 것은 사실이나 그가 사회주의 노선을 따른 것과 해방 이후 북한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낸 것이 현행 독립운동자 기준과 더불어 여론의 분란을 빚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 '독립운동가' 김원봉…"대한민국 보훈의 어두운 단면인가" 

1898년 경남 밀양에서 출생한 김원봉은 3·1운동이 열린 그해 1919년 의열단을 조직했다. 

의열단은 창단 직후 '공약10조'와 '5파괴', '7가살(可殺)'의 행동목표를 기본규약으로 삼고 무장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5파괴란 일제 식민지 통치 기관 및 그 관련기관의 시설에 대한 폭파 대상으로 △조선총독부 △동양척식회사 △매일신보사 △각 경찰서 △기타 왜적 주요기관이 타깃이었다.

7가살이란 의열단이 암살대상으로 정한 목표로 △조선총독 이하 고관 △군부 수뇌 △대만총독 △매국노 △친일파 거두 △적탐(밀정) △반민족적 토호열신(土豪劣紳) 등이 그에 해당됐다.

김원봉은 의열단의 초대 단장으로 활동하며 일제와 대적했다. 

2015년 개봉해 큰 흥행을 거둔 영화 '암살'에서는 조승우가, 2016년 개봉한 영화 '밀정'에서는 이병헌이 맡은 김원봉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로 인해 김원봉은 이제 이념을 차치하고 우리 민족에게 대표적 항일 독립운동을 펼친 인물로 깊이 새겨졌다. 

7일 보훈처가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실에 제출한 '국민중심 보훈혁신위원회 의결 권고안'에 따르면 혁신위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군무부장, 광복군 부사령관을 지낸 의열단 단장 김원봉조차 독립유공자로 대우하지 못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보훈 현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사회주의자' 김원봉…"아직 북한이 있는데" 

의열단이 요인암살 등 무장 운동을 펼치며 일제에 공포를 심었다는 것은 분명히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의열단은 1920년대부터 사회주의 노선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특히 1929년  12월 북경에서 ML파와 합동하여 조선공산당재건동맹을 조직했을 때부터 타파계급(打破階級)·평균지권(平均地權)을 단원들의 이상으로 여기며 본격적인 급진좌파단체가 됐다. 이 가운데 김원봉이 있었다.

해방 후 김원봉은 제1기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지냈다. 6·25전쟁 후에는 월북해 북한 공산당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을 거쳐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지내기도했다.

최근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조금씩 싹트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분단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경력을 가진 인물을 대한민국에서 독립유공자로 인정한다는 것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김원봉의 유공자 선정에 관해 "북한정권 수립에 부역하거나 6·25때 전범 활동에도 관계없이 독립유공자로 서훈하고 후손에게 독립연금을 준다면 가장 먼저 김일성에게 독립훈장 주고 후손인 김정은에게 연금 주어야 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아울러 현행 독립유공자 서훈 기준으로는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인물은 선정이 불가능한 점도 현실적인 문제다. 

◆ 보훈처 "심사기준 개정은 국민 여론 고려돼야" 

현재 보훈처는 김원봉에 대한 3·1절 계기 독립유공자 서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보훈처는 지난해 독립유공자 선정 기준을 개정해 '광복 후 행적 불분명자'(사회주의 활동 경력자)도 포상할 수 있도록 했지만  '북한 정권 수립에 직접 기여하지 않은' 인물이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보훈처 관계자는 "현행 기준으로는 김원봉을 독립유공자로 선정할 수 없다"며 "혁신위의 권고를 따르기 위해서는 심사기준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는 국민 여론을 고려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3·1절 계기 독립유공자 포상 때 한모 선생 등 사회주의 활동 경력자 5명이 포상 대상자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준 온라인 뉴스 기자 james1090@segye.com
사진= 국가보훈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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