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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를 막아라” 고독한 노인들의 청년동거인·내 집 찾기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입력 : 2019-02-03 13:00:00 수정 : 2019-02-02 1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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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노인과 젊은 세대를 잇고, 고령자의 ‘내 집 찾기’를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업체가 일본 사회에 등장했다.

노인은 젊은 세대의 도움을 받고,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젊은 세대는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방을 얻을 수 있어 반응이 괜찮다. 혼자 집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을 돕는다는 점에서 ‘노인들의 고민을 덜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인은 젊은 세대의 도움을 받고, 젊은 세대는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방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 프로젝트 온라인 캡처
◆고독한 노인들의 청년동거인·내 집 찾기

일본 도쿄에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이들의 집에서 세들어 살길 희망하는 젊은 세대를 연결하고, 노인에게 임대하는 이색적인 회사가 있다. 도교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임대주택 중개업을 하는 A기업에는 월평균 40~50건 정도의 문의가 들어온다. 아무래도 저렴한 임대료 덕에 인기다. 임대료는 주택 유형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6만~8만엔(약 61만 2000원~81만 6000원) 정도 하는 물건이 전체 50% 이상을 차지한다. 얼핏 보면 비싼 듯하나 일본 도쿄 신주쿠의 맨션 임대료를 기준으로 놓고 보면 절반 이하도 안 되는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A기업 대표는 “청년과의 동거(임대)를 희망하거나 반대로 방을 구하는 노인은 전국적으로 약 200만명 정도 추산한다”며 “서비스 범위가 확대되면 이용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인들 ‘고독사’ 우려해 방 임대

노인들이 방을 임대하는 목적은 안타깝게도 ‘고독사’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방을 임대하는 노인 다수는 혼자 지내는 노인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고독사하면 부동산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남은 가족들이 다음 입주자를 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가족들에게 시간적·금전적 손실을 입힐 것 것이라고 우려한다.

혼자 사는 노인에게 집을 빌려주는 집주인들도 고독사를 우려해 임대를 꺼린다. 도쿄 도심에서 아파트 임대업 하는 한 업자는 “공실을 줄이고 싶지만 고령자가 사망하면 시신이나 유품 정리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며 “빈집은 앞으로도 점점 늘어난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입주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이나 노인을 어떻게 수용할지가 큰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노인들이 선호하는 집은 △햇빛이 잘 들고 △유흥가와 떨어져 치안이 좋으며 △계단이 적거나 오르내리기 쉬운 저층 △그리고 버스정류장에서 가까운 곳 등이다.  
월 6만~8만엔 정도인 물건이 전체 50% 이상을 차지한다. 도심 기준 저렴한 편이다. 사진= 마이니치신문 캡처
◆“고독사를 막아라”

부동산 회사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일본 도쿄의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가족이나 친인척 없는 60세 이상인 노인을 집주인에게 소개하면 대부분 부정적인 생각을 드러낸다”며 “‘문제없다’고 확답하지 못하면 (임대에 따른) 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회사는 고독사 방지 대책으로 모니터링 서비스와 보험을 제안한다. 모니터링 서비스는 아침과 저녁 전기 사용량을 확인해 이상 여부를 관리자에게 통보한다.

고독사 대책은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민간 임대 주택과 빈집을 활용해 노인, 저소득자, 육아 세대 등이 차별받지 않고 집을 구할 수 있게 돕는 ‘주택 안전망 제도’를 도입했다. 제도는 올 1월 기준 전국에서 7000여 가구가 가입했다.

지자체도 새로운 제도를 선보였다. 도쿄도 나가노구는 혼자사는 노인이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안부 확인 및 사후 장례·유품 정리를 등을 통합한 지원을 마련했다. 대상은 연소득 256만 8000엔(약 2626만 6531원) 이하 저소득층으로 이들은 매월 일정 금액(월 1만원 정도)을 내고 주 2회 안부 확인 전화를 받는다. 문제 발생시 입주자가 지정한 연락처로 이상 여부가 전달된다. 또 사망시 장례·유품 정리, 수리비용 등도 제공된다.

전문가는 “급증하는 독거노인과 이들의 고독사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른 지금 노인에게 닥칠 어려운 미래를 고민해 봐야 한다”며 “노인과 임대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보호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 동거인…“감사하고 미안한 마음 뒤에는..”

한편 노인과 동거하는 청년들은 “저렴한 가격에 방을 사용하는 등 도움받는 건 감사하지만 미안한 마음과 세대차이, 생활방식에서 오는 마찰은 피할 길이 없다”고 토로한다.

이들은 노인과 함께 거주하며 불편을 돕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PC나 스마트폰 사용, 간단한 심부름 등을 도와준다. 그러나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사는 젊은이들의 도움은 주말로 한정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또 내 집처럼 ‘편안함을 누릴 수 없다’는 점과 생활방식 차이에서 발생하는 충돌도 있다. 한 청년은 “쉬는 날 집에서 게임을 즐기면 곱지 않은 시선과 잔소리가 뒤따라 사생활을 침해받는 기분”이라며 “도움받는 처지라 그들의 기분을 맞춰 행동하는 불편이 뒤따른다”고 털어놨다.

다른 청년은 “친구들과 어울린 후 밤늦게 들어가면 우려 섞인 말이 나와 곤란함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불편은 감수할 부분이지만 생활방식에서 오는 차이를 노인들에게 이해받긴 힘들다”고 말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 연구소가 발표한 ‘2017 출생·사망 중위 추계’에 따르면 고독사는 매년 증가를 거듭해 2020년에는 141만명, 2030년 160만명, 2040년에는 168만명이 외로운 죽음을 맞이할 것으로 추산됐다.

저출산 고령화 늪에서 빠진 일본은 출산율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미래가 예고되면서 고령자와 젊은 층을 잇는 서비스를 비롯해 독거 노인을 대상으로 한 안부확인, 보험 상품 개발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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