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미국 측이 북한에 에스크로 방식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보상책으로 에스크로 계좌를 개설하고 관련국들이 제3국 계좌에 돈을 예치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 단계별로 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개념이다.
에스크로는 ‘조건부 양도증서’로 구매자와 판매자 간 신용관계가 불확실할 때 제3자가 거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중계를 하는 매매 보호 장치다. 1997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돼 미국에서는 주로 부동산 거래에서 활용됐다.
하지만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에스크로 방식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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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로 베트남이 유력한 가운데 주베트남 북한대사관 홍보판에 걸린 사진이 남·북 정상회담 기념사진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치적을 홍보하는 사진으로 교체됐다. 연합뉴스 |
한 대북 소식통은 1일 “에스크로 방식은 대북 협상에서 아주 세세한 내용들을 다룰 때 생각해볼 수 있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훨씬 더 큰 개념의 의제들이 다뤄지기 때문에 에스크로 방식이 거론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북한 입장에서 봐도 현재 이는 큰 의미가 없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도 언론 인터뷰에서 “(에스크로가) 참신한 아이디어이긴 한데 해법이 되긴 어렵다”며 “제재 완화도 안 된 상태에서 에스크로를 얘기하면 먹지도 못할 떡을 올려놓고 ‘말 잘 들으면 떡 줄게’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고 잘라 말했다. 문 특보는 “북한은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것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라며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제재 완화가 안 되면 남북 경협이라도 면제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과 협상을 하려면 협상카드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다양한 협상카드를 점검하는 과정에 에스크로가 나온 것 같다”며 “이런 방식을 북한이 받아들일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북한으로서는 한번에 목돈을 받고 싶어하기 때문”이라며 역시 에스크로 협상안의 가능성을 작게 봤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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