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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 치닫는 '초계기' 갈등… 해법은? [뉴스+]

입력 : 2019-01-29 19:28:10 수정 : 2019-01-29 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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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계산적 접근서 벌어진 일… 美의 중재노력 필요” / 韓·日 갈등 해법 전문가 조언 / “현재 상황 방치땐 양국 모두 치명타 / 외교적 해결땐 ‘도덕적 우위’ 중요 / 특사파견·긴급 외교장관 회의 가능” / 30일 한·미·일 외교 당국자 회동
일본 초계기의 근접위협비행으로 촉발된 한·일 양국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한·미·일 동맹 속에 우호관계를 바탕으로 이어온 양국 관계는 역사적인 특수성으로 더러 긴장관계를 노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군사 부문의 갈등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태가 장기전으로 비화하면서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일 갈등을 풀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과 북·중 밀월의 가속화 속에 한·일 관계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런 점에서 부진한 미국의 중재 역할에 아쉬움을 표하는 시각도 있다.

국방부가 지난 4일 한일 `레이더 갈등` 일본 측 주장을 반박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사진은 조난 선박 구조작전 중인 광개토대왕함 모습(위)이다. 잠시 후 저고도로 진입한 일본 초계기(아래, 노란 원)가 보인다.
연합뉴스
◆양국 갈등 고조, “해결” 목소리 분출

한·일 관계는 최근 들어 순탄하지 않은 시간을 견뎠다.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 등 문화교류 증대로 양국 사이의 신뢰감이 고조된 때를 제외하면 해마다 크고 작은 갈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대표적인 게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이를 교과서에 실어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이었다.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찾은 시민이 조문을 마치고 눈물을 흘리며 빈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정부는 물론 국민정서도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위안부 피해자 배상 문제를 놓고도 갈등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2015년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양국 갈등은 소강 국면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2016년 말 부산 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 문제와 지난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로 파국으로 치달았다.

결정타는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의 우리 함대 근접위협비행이었다. 일본은 의도적일 정도로 이번 사태를 악화시키며 여론전을 전개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갈등이 양국 정부의 정치적 계산에서 고조된 측면이 있지만, 애초 일본의 계산적인 접근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방치하면 한·일 양국 모두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양국 정부가 적극적인 갈등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한·일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라며 “해결책을 모색할 생각이 있다면 지금이 정부가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국무총리실이 징용 배상 판결 관련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해 관계 부처 간 의견을 조율하고 있지만, 사건 발생 3개월이 지나도록 능동적인 해결책을 마련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신 전 대사는 “우리 정부와 기업, 그리고 일본 기업 3자가 출자해 마련한 기금으로 피해자를 지원하자”며 대안을 제시했다. 기금 마련 해법은 사법적 해결을 피하면서도 피해자에게 직접적 지원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한·일 간 사안에서 자주 제안되고 있지만, 청와대는 이 같은 방식이 제안됐다는 보도를 최근 부인했다.

우리 정부의 도덕적 우위 확보 필요성을 제안한 목소리도 나왔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도덕적 우위’를 다져야 한·일 갈등 상황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국제대학원장은 “군사적 갈등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아베 신조 일본 정부보다 우리 정부가 도덕적 우위에 서 있다”며 “이러한 도덕적 우위를 명확히 하면 한·일 갈등은 외교적으로 풀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일본에 특사를 파견하거나 한·일 긴급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그는 조언했다.

한·일 갈등 해결엔 미국의 중재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회동은 미국의 중재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근본적으로는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와 달리, 한·일 중재 갈등에 소극적인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왼쪽부터) 신범철 센터장, 신각수 전 대사, 김성한 대학원장
◆미국 뒤늦은 중재 가능성… 한·미·일 당국자 회동 예정

미국의 역할 부재설 속에 한·미·일 외교·국방 당국자들은 30∼31일 일본 도쿄 인근 요코다 공군기지에서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진 외교부 북미국장은 유엔사 측 초청으로 유엔사 후방기지를 방문해 유엔사와 주일미군 관계자와 면담한다. 김 국장은 일본 외교부 측 북미국장과도 만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국장의 표면적 방문 목적은 주일미군 시설 견학이지만, 이를 계기로 한·일 당국자 간 접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서는 한·미·일 3국 접촉 가능성도 높다. 한·일 갈등에 대해 미국이 나서기로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이 그간의 입장을 바꿔 3국 접촉에 나선다면 양국 갈등 해결의 단초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물론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한·일 관계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을 위중하게 인식하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김 국장의 방일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초보 단계의 의견 조율 기회일 뿐이라는 시각도 팽배하다. 현 단계는 양국 최고위급의 직접 통화나 접촉이 필요할 정도로 한·일 관계가 꼬여 있기 때문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실무자 선이 아니라 양국 정상이나 장관 등 고위급이 만나서 논의해야 한다”며 “현재 초계기 갈등은 한·일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일본이 품은 불만이 표출된 ‘갈등의 결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역사 문제나 한·일 관계 전반에 대한 정치적 차원에서 해결책이 모색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정선형·홍주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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