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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혈세 빼먹는 '가짜해녀'…전국 바다 소탕령

입력 : 2019-01-27 18:23:13 수정 : 2019-01-27 17: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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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보상금 사기’ 전수조사 / 울주 무더기 가짜해녀 사건 계기 / 타지역서도 부정수급 만연 추정 / “시공사측, 돈으로 입막음도 문제” / “실제 조업여부 따져 진위 가릴 것” / 경찰 ‘떴다방’식 운영 브로커 수사 / “단속과 함께 제도적 정비도 시급”
‘잠수나 물질(주로 해녀들이 바닷속에 들어가 해산물을 따는 일)을 못 해도 나잠어업(산소호흡장치 없이 바다에 잠수하며 해산물을 캐내는 어업) 신고증 받아 보상금 타내고’, ‘연간 조업 60일 이상 규정 준수하는지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확인도 안 하고’….

울산 울주군의 한 어촌마을 주민 절반이 ‘가짜 해녀’로 등록하거나 조업실적을 허위로 꾸며 수십억원대 어업 피해 보상금을 챙겼다가 적발된 사건을 계기로 해양경찰청이 전국의 ‘가짜 해녀’ 단속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나잠어업(일명 해녀업) 관련 피해 보상 체계에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동해·서해·남해와 제주 해안지역에는 각종 발전소와 방파제, 항만·원유시설 등이 많아 어업피해 보상 수요와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관련 공사비보다 보상금이 더 많이 든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27일 “지역마다 나잠어업 신고자 현황 등의 차이가 있는 점을 감안해 지방청별로 사전 조사를 거쳐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전국의 나잠어업 피해 보상 과정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안지역 관할 지자체 등을 상대로 나잠어업 신고자 현황과 실제 조업 여부를 파악해 해녀의 진위를 가려내겠다는 것이다. 

해경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나잠어업 신고자는 제주 3985명 등 전국적으로 1만2000명가량이다. 하지만 ‘울주군 무더기 가짜 해녀’ 사건에서 보듯, 이 중에는 어업 피해 보상금을 노리고 신고한 사람 등 ‘서류상 해녀’인 사람이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잠어업 피해 보상금 체계에 구조적으로 구멍이 많은 것과 무관치 않다.

울산해양경찰서가 지난 15일 울주군의 A마을 어촌계장 B(62)씨와 전 이장 C(60)씨, 전 한국수력원자력 보상담당자 D(62)씨를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하고, 주민 130명과 모 대학 E교수를 불구속 입건한 사건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피해 보상은 고시일 기준 나잠업 신고자를 대상으로 과거 3년치 조업실적 등을 감안해 1∼5등급으로 나눠 이뤄진다. 하지만 울주군은 어촌계장 등의 확인서만 있으면 누구에게나 신고증을 내주고 ‘연간 60일 이상 조업’ 규정 준수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2007년 규모가 제법 컸던 고리원자력발전소 측의 피해 보상 당시 90여명이었던 A마을 해녀는 그 직후 50명 가까이 급증했다.

울산해양서 관계자는 “1·2등급은 물질을 해서 먹고살아 주민들이 인정하는 해녀이지만 3등급부터는 그러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3∼5등급은 물질도 안 하면서, 1·2등급은 조업실적 자료를 허위로 꾸며서 보상금을 타간 게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상공사는 그 특성상 공사비가 크고 건설 때만이 아니라 운영 과정에서도 피해 보상 요구가 잇따르는데 보상 절차가 어민들 주도로 이뤄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A마을 주민들이 보상업무에 정통한 전 한수원 직원 D씨를 통해 허위 조업자료를 만들고, 가까운 지역의 피해조사 용역기관 대신 전남의 E교수에게 조사보고서를 맡긴 것도 입맛대로 많은 보상금을 타기 위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E교수는 A마을 어민들의 조업실적을 조사하면서 물질도 안 하는 5등급이 ‘진자 해녀’인 1등급보다 더 많은 조업 품목과 실적을 낸 사실 등을 무시한 채 어촌계에서 제출한 자료와 등급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경찰은 특히 D씨를 비롯해 사실상 ‘어업 피해 보상금 브로커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관련 지역을 돌며 ‘떴다방’식 영업을 한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조사받은 어민 중 상당수가 잘못을 뉘우치기보다 앞으로 추가 보상을 못 받는 것을 우려해 놀랐다”며 “시공사 측의 ‘많은 돈을 주더라도 어민들만 조용히 시키면 된다’식 태도도 문제다. 과도한 보상금은 결국 국민과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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