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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안 돼 폐업합니다”…자영업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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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27 13:00:00 수정 : 2019-01-25 17: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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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 위기의 자영업자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27일 발표한 '2018년 12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9월 개편 후 처음 돌아선 소비자심리지수(CSI)는 97.2로 전달대비 소폭 상승하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심리를 높였다. 하지만 경기를 비관적으로 내다보는 소비자가 많고, 자영업자들은 ‘역대 최악’이라고 깊은 한숨을 내쉰다.

오씨는 “성수기로 불리는 12월, 수백만원에 이르는 광고비를 지출하면서도 매출은 곤두박질쳤다”고 설명했다.
◆“창업 6개월 만에 폐업하게 됐다”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에서 프랜차이즈 분식점을 운영하는 오모(40)씨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 한파를 버티지 못하고 창업 반년 만에 가게 문을 닫게 됐다.

프랜차이즈 기업에서 일했던 오씨는 비수기로 꼽히는 한여름에도 단일품목으로 월매출 2000만원 넘게 올린 어느 자영업자를 보고 창업을 결심했지만, 그의 환상이 깨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8월 가게 문을 연 오씨는 “창업 후 반짝 오른 매출이 반 토막도 아닌 그 이하로 떨어지기까지 불과 석 달도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창업 첫 달 주문 건수는 10건도 되지 않았으며, 하루 13시간 일하고도 1건 주문받는 날도 있었다고 오씨는 덧붙였다.

본사 조언에 따라 오씨가 광고를 내면서 11월 한 달은 매출이 올랐지만, 얼어붙은 소비심리 탓인지 성수기로 꼽히는 12월의 곤두박질친 매출 앞에 도리어 허탈함만 깊어졌다.

◆폐업 앞두고 남은 건 수천만원 빚

오씨는 창업 당시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4500여만원을 마련했다. 지금 남은 건 은행에 갚아야 할 빚 4200만원뿐이다. 처음에는 없던 빚이 오씨의 발목을 붙잡는다.

가맹비, 광고비, 배달대행료, 상가임대료, 재료비, 매월 광고비, 인건비 그리고 공과금이 매월 고정 지출의 60%를 차지한다면서 오씨는 “직원 월급까지 주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오씨는 “지출을 줄이고자 직원을 내보내고 직접 배달하며 가게 유지를 위해 노력했지만 빚만 늘어났다”며 “다음 달(2월)에는 광고할 돈도 없어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하루 주문 1건인 날도”…최저임금 인상은 원인이 아니다

하루 13시간을 일하는 오씨의 평균 월매출은 760만원이다. 한 달에 25일 일한다고 가정하면 하루 30여만원, 한 시간에 약 2만5000원을 번다는 뜻이다. 창업 전 영감을 줬던 어느 자영업자의 월매출 2000만원에 반도 못 미친다.

취재일인 지난 24일에도 아침에 문을 열고 오후 2시를 넘기까지 주문은 단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기자가 시킨 만원짜리 음식이 유일한 매출이었다.

과당경쟁이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오씨의 가게가 들어선 지역의 경쟁업체는 무려 82곳이며, 같은 동네에만 프랜차이즈 분식점 22곳이 있어 광고비로 수백만원을 내도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씨는 “경쟁이 덜한 지역에서도 40곳에 달하는 업체가 경쟁을 한다”며 “시장조사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100여 곳에 달하는 경쟁업체가 있다. 상권이 좋아도 경쟁이 심해져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오씨는 “협소한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손님을 끌려는 출혈이 일고 돈 없으면 광고도 내지 못해 결국 뒤처지게 된다”며 “최저임금, 주휴수당 고민은 그나마 장사가 되는 분들의 고민이다”라고 덧붙였다.

오씨는 “성수기로 꼽히는 12월, 1월의 부진은 얼어붙은 소비심리도 한몫하는 거 같다”며 “최저임금, 주휴수당이 자영업자를 힘들게 하는 건 사실이지만 폐업의 원인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달 23일, 주문은 단 1건에 그쳤다.
◆수입 없어도 좋습니다…가게 운영만이라도

오씨는 수입이 없어도 가게를 운영할 수만 있다면 좋다고 생각할 만큼 절박하다. 그는 가게를 닫은 후에도 은행 빚을 갚아야 하며, 남은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해산 위약금도 내야 한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가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의점, 음식업 등 생계형 창업에 뛰어들어 시장의 포화도가 높아지고, 자영업자끼리 경쟁이 심해지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8월 기준 전국 소상공인(자영업자) 수는 568만명에 달한다. 국세청은 지난해 창업자 대비 자영업자 폐업 비율이 72.2%이라고 밝혔다. 2017년을 기준으로 총 115만9802곳이 문을 열었고, 83만7714곳이 문을 닫았다. 국세청의 ‘2018년 국세통계연보’에는 2016년의 90만9202명에 이어 2017년에 개인·법인사업자를 합해 총 90만8076명이 폐업했다고 나와 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경기가 나빠지고 위축된 소비심리 영향을 받아 전체 자영업자 수가 감소했다”며 “한계에 다다른 자영업자의 폐업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지난해 한 조사에서 밝힌 바 있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에서 날로 심해지는 경쟁과 비용 부담 가중으로 창업과 폐업을 반복하는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일까.

글·사진=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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