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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목적지에 갈 수 있는 특별한 택시의 정체

입력 : 2019-01-23 11:34:56 수정 : 2019-01-23 11: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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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님 광화문이요"

목적지를 말하는 승객의 말에도 택시에는 침묵만 흐른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이 택시의 이름은 '고요한 택시'다.

'모든 사람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지만 청각 장애인이 택시 운전대를 잡는다는 건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택시는 손님과 직접 소통해야 하기 때문.

그런데 청각 장애인 기사가 운행하는 택시가 있다. 이미 서울, 경기, 경주에서 운행 중이다.

'고요한 택시'에서는 승객과 기사는 택시 앞자리와 뒷자리에 설치된 태블릿을 이용하여 의사소통한다.


승객들은 음성인식을 이용하거나 직접 메시지를 적어 기사에게 목적지 등을 전송할 수 있다.

기사는 '목적지 인근에 도착했습니다. 상세한 주소를 입력하세요' 같은 미리 정해진 간단한 문구를 선택해서 승객에게 알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청각 장애인이 운전하는 택시는 위험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하지만, 청각 장애인도 운전이 가능하다.

청각 장애인이 모든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시행령 제45조에 따르면 55데시벨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하다. 이는 교통 소음을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이며, 원활한 운전이 가능하다. 실제 청각 장애인 교통사고 발생률은 0.012%에 불과하다고. 


그럼에도 걱정할 승객을 위해 '고요한 택시' 기사의 딸은 택시에 쪽지를 남겼다. "저는 기사님의 딸입니다. 의사소통은 조금 불편하시겠지만, 운전실력만큼은 딸인 제가 보증합니다. 안심하고 이용하세요"라는 내용이다.

지난해 8월부터 택시운행을 시작한 서울시 첫 번째 '고요한 택시' 이대호 기사는 "승객의 목소리는 듣지 못해도 마음은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친절하고 안전한 운행을 하겠다"고 전했다.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국내 한 대학생들이 만든 택시 내 의사소통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다. 동국대 창업 동아리로 시작한 소셜벤처 ㈜코액터스 송민표 대표는 지난해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개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청각 장애인은 외관상 비장애인들과 다를 바 없어서 오히려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더 많다"며 "이 문제를 해결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의 대표로서 이윤 창출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업을 통해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개선되기를 바란다"며 "다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데 돌 하나 놓는, 발판을 만드는 사업을 꾸려가고 싶다"고 했다.


청각 장애인 기사가 도로 위에서 그 어떤 차별과 제약 없이 달릴 수 있도록 현대자동차그룹도 '소리 정보 변환 기술'을 택시에 장착시켰다.

차량 내·외부 모든 소리 정보를 시각화한 기술로 외부 소리와 소리 방향, 주변 장애물과의 차간 거리를 안내해준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전달되고, 들리지 않아도 소리가 보이는 특별한 택시가 있다"며 해당 택시를 소개한 영상은 460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

한누리 온라인 뉴스 기자 han62@segye.com
사진=고요한 택시 페이스북, 현대자동차그룹(HYUNDAI)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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