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신오리 기지는 한·미 정보당국이 1990년대 후반부터 파악하고 있었던 데다 국내 언론에도 수차례 보도된 곳이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공식화한 직후 보고서가 발표된 것을 두고 북한 핵·미사일 협상에 대한 미 조야의 회의적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CSIS 산하 한반도 전문포털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이날 공개한 ‘미신고 북한: 신오리 미사일 운용기지와 전략적 부대 시설’ 보고서에서 “군사분계선에서 212㎞ 떨어진 신오리 미사일 기지에는 연대 규모의 노동 1호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배치돼 있다”고 밝혔다.
CSIS는 지난해 4월과 12월에 촬영된 위성 사진들을 분석하며 “신오리 기지와 이 기지에 배치된 노동 미사일은 한반도 전역과 일본 열도 대부분에 대한 핵이나 재래식 탄두를 이용한 전술 선제 타격 능력을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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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1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북한 신오리 미사일 기지 위성사진. 이 사진은 지난해 12월 촬영된 것으로 미사일 관련 지하시설이나 벙커, 미사일 운반차량 보관소로 추정되는 시설이 다수 있다고 CSIS는 추정했다. CSIS 보고서 캡처 |
신오리 기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7년 2월12일 첫 시험 발사된 북극성 2호(KN-15) 탄도미사일의 개발에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CSIS는 분석했다. 아울러 북한군 전략군의 미사일 개발 및 운용 시험장과 훈련 시설로 사용되는 등 폭넓은 임무를 수행해왔다고 덧붙였다.
CSIS는 “언론의 주목을 받은 서해 위성발사장 해체로 인해 신오리 기지를 비롯해 북측이 공개하지 않은 탄도미사일 기지들이 한·미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다소 희석된 측면이 있다”며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외교적 노력이 필수불가결하지만, 차후 북한과 진행할 협의는 한·미 안보에 위협이 되는 북한의 모든 미사일 운용 시설들도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보고서는 미 국방정보국(DIA) 분석관 출신으로 북한 전문 사이트인 38노스 연구원으로 일했던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과 빅터 차 한국 석좌, 리사 콜린스 연구원 등 3명이 작성했다. 차 석좌는 NBC방송에 출연해 “북한은 그들이 밝히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협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개된 핵 시설들을 파괴한다 해도 운용 역량은 여전히 보유하게 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CSIS는 지난해 11월 북·미 고위급 회담 무산 직후 삭간몰 기지를 소개한 바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CSIS 보고서가 2차 북·미 회담을 앞두고 미국 조야에서 일고 있는 부정적 견해를 대변할 뿐이라고 평가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보고서에 대해 “미국 정부의 (공식)입장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도 “CSIS 측 입장이 미국 정부의 시각은 아니며, 미국 정치권과 외교가에서 일고 있는 회의적 시각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 아사히신문은 22일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청와대에 근무했던 전직 한국 고위 관리를 인용해 “북한에서 핵무기 원료를 생산하는 우라늄 농축시설이 다수 분산돼 있다”며 “북한이 (평북) 영변 핵시설 파괴를 약속해도 북한의 핵 개발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전직 관리는 “(북한에는) 비밀 시설을 포함해 농축시설이 최대 10곳 안팎 있는 것으로 한·미 당국이 분석하고 있다”면서 “북한에 존재하는 핵물질 생산시설이나 핵무기 저장시설 등은 300곳 가까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도쿄=정재영·김청중 특파원, 정선형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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