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2016년 영화 ‘인터스텔라’(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에서 모래폭풍이 덮치는 야구장 장면과 거의 흡사하다. 주인공 쿠퍼(매튜 맥커너히)는 미우주항공국(NASA)의 우주비행사 출신이지만, 우주개발이 중단된 후 옥수수 농사를 지으며 살아간다. 그는 ‘옛날엔 모두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우주에 대해 궁금해했지만, 지금은 땅만 보면서 먼지투성이 지구를 걱정한다’며 안타까워한다. 지구는 점차 황폐화되어 거대한 황사가 도시를 집어삼켜 바로 앞이 안 보일 지경이 됐다. ‘식량의 보고였던 이 흙이 우리를 배신할 줄 누가 알았겠느냐’, ‘병충해 때문에 밀을 다 불태우고, 옥수수만 심었다. 사방이 흙먼지였다’, ‘식탁에 그릇을 놓을 땐 전부 엎어놨다’라는 노인들의 말이 자주 화면에 등장한다. 영화는 흙먼지로 오염된 지구는 농사짓기도 어려워져 지구를 떠나 살 행성을 찾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는 새로운 행성을 탐험하는 과정에서 4차원적 시공간을 전제로 하는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바탕으로 한 웜홀(worm hole·블랙홀과 블랙홀 사이를 연결하는 지름길)을 통해 우주과학의 세계를 독특하게 구현한다.
희뿌연 시야가 앞을 가리는 현실에서 우리가 할 것은 가능하면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 시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밖에 없을까. 지금이라도 인간이 진정으로 자연의 일부분임을 의식해 조금씩 환경을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해답이 되지 않을까. 살충제 폐해로 봄이 와도 숲에서 새가 울지 않는 ‘침묵의 봄’을 예견했던 환경학자 레이첼 카슨은 지구보호라는 아직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미세먼지를 축출하고 새 봄기운을 불러일으킬 카드는 아직 우리에게 남아 있는 셈이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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