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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의영화산책] 침묵의 땅에 봄기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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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18 21:01:36 수정 : 2019-01-18 21: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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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경보 때문에 전화통화가 끊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닐 정도로 미세먼지 경보가 잦아졌다. 외출 시 미세먼지용 마스크는 필수품이 됐고, 심지어 실내 미세먼지 농도도 매우 나쁨인 곳이 많아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작년 11월 말에는 중국 북서부 간쑤성을 덮친 모래폭풍이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실제상황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높이로 고층건물까지 모래먼지에 휩싸였다.

이는 2016년 영화 ‘인터스텔라’(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에서 모래폭풍이 덮치는 야구장 장면과 거의 흡사하다. 주인공 쿠퍼(매튜 맥커너히)는 미우주항공국(NASA)의 우주비행사 출신이지만, 우주개발이 중단된 후 옥수수 농사를 지으며 살아간다. 그는 ‘옛날엔 모두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우주에 대해 궁금해했지만, 지금은 땅만 보면서 먼지투성이 지구를 걱정한다’며 안타까워한다. 지구는 점차 황폐화되어 거대한 황사가 도시를 집어삼켜 바로 앞이 안 보일 지경이 됐다. ‘식량의 보고였던 이 흙이 우리를 배신할 줄 누가 알았겠느냐’, ‘병충해 때문에 밀을 다 불태우고, 옥수수만 심었다. 사방이 흙먼지였다’, ‘식탁에 그릇을 놓을 땐 전부 엎어놨다’라는 노인들의 말이 자주 화면에 등장한다. 영화는 흙먼지로 오염된 지구는 농사짓기도 어려워져 지구를 떠나 살 행성을 찾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는 새로운 행성을 탐험하는 과정에서 4차원적 시공간을 전제로 하는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바탕으로 한 웜홀(worm hole·블랙홀과 블랙홀 사이를 연결하는 지름길)을 통해 우주과학의 세계를 독특하게 구현한다.

희뿌연 시야가 앞을 가리는 현실에서 우리가 할 것은 가능하면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 시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밖에 없을까. 지금이라도 인간이 진정으로 자연의 일부분임을 의식해 조금씩 환경을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해답이 되지 않을까. 살충제 폐해로 봄이 와도 숲에서 새가 울지 않는 ‘침묵의 봄’을 예견했던 환경학자 레이첼 카슨은 지구보호라는 아직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미세먼지를 축출하고 새 봄기운을 불러일으킬 카드는 아직 우리에게 남아 있는 셈이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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