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워마드의 분열…"혐오 미러링이 무너지고 있다"

입력 : 2019-01-16 06:00:00 수정 : 2019-01-16 07:35:2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혐오의 파시즘] 김선희 교수 인터뷰

여성혐오에 대항한 남성혐오, 이른바 ‘혐오 미러링’을 전략으로 사용한다는 평가가 제기된 여성 커뮤니티 워마드 내부의 ‘룰’(규칙)이 최근 들어 변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과거에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에 나타난 여성혐오 표현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커뮤니티가 활동했다면 지난해 6월 혜화역 시위(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서 ‘재기해’, ‘한남충’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뒤 소수자 비난을 일삼는 등 그동안 유지해 온 기조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결과 일각에선 워마드가 ‘자기파괴’의 길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여성혐오 반발로 등장한 ‘혐오 미러링’

워마드 분석 전문가인 김선희 이화여대 교수(철학)는 지난 11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워마드가 ‘놀이’라고 표현해 온 커뮤니티의 전략적 룰이 지난해 6~7월부터 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과거 ‘혐오미러링’은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며 “여성들에 대해서는 비난하지 않는다든가 성소수자는 예외였지만 약자에 대한 혐오는 안에서 자정하려 하고 자제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워마드의 미러링 전략은 여성혐오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나왔다. 예컨대 여성혐오 표현인 ‘김치녀’의 대응차원에서 ‘한남충’이란 표현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성혐오 표현이 존재하지 않는 것에 혐오를 하면 ‘분탕’이라며 내부에서 자정하는 현상도 있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스스로를 놀이터로 규정하는 워마드의 놀이 전략은 현실에 영향을 준다기보다 규칙 안에서 이뤄졌고 이에 대한 도덕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었다”며 “이는 혐오가 갖는 비윤리적인 비난을 벗어나는 방식이었고 그 안에는 저항의식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 ‘자기파괴’로 어긋난 미러링 전략

반면 워마드의 여성혐오에 대한 저항의식은 점차 사라져 갔다는 지적이다. 여성을 혐오하는 기득권 세력에 향해야 할 혐오는 난민과 장애인 등 소수자로 향했다. 지난해 7월 태아 시신을 훼손한 사진이 워마드에 올라왔고 “남자 장애인을 사살해야 한다” 등의 소수자를 비하하는 게시물도 잇따라 올라와 물의를 빚었다. 김 교수는 “혐오는 약자를 배척하기 위한 사회적 무기가 될 수 있다”며 “워마드가 (혐오)미러링을 강자에게 하는 게 아니라 (또다른) 약자에게 행함으로써 결국 약자를 공격하게 되는 역설적이고 모순적인 상황에 당면했다”고 꼬집었다.

워마드 내부에서 여성들끼리 계급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마드가 ‘여성 우월’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진짜페미’, ‘가짜페미’를 나누는 등 분리와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문화적, 정치적, 육체적 억압에서 벗어나자는 ‘탈코르셋 운동’은 처음 워마드 안에서 긍정적이었다”며 “하지만 점점 변조돼 탈코르셋을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또 다른 규범을 강요하는 여성 간 갈등이 발생했다”고 했다. 탈코르셋은 자유를 중시하는 해방의 의미인데도 역설적으로 규제하기 시작했고 결국 여성 내 계급 분리까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현상을 ‘자기파괴’로 정의하며 “여성들도 처음에는 (워마드를) 지지했으나 이런 부분 때문에 이탈한 경우가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김선희 이화여대 교수(철학). 본인 제공.
◆ “혐오의 언어를 정치적 언어로 바꿔야”

김 교수는 페미니즘 운동이 관심을 받기 시작한 시점에서 이제는 ‘혐오의 언어’가 아닌 ‘정치적 언어’의 페미니즘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감각을 갖추고 성 평등 관련 제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생산적 논쟁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워마드가 비난받고 있지만 온라인상에서 사회 전반의 이슈를 제기해 강남역 살인사건, 미투운동, 혜화역 시위 등 여성들을 결집할 수 있는 역할을 한 부분이 있다”며 “이제 미러링에서 나타난 혐오의 언어대신 법과 제도 개선을 위한 정치적 언어로 나아가 책임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워마드 규제’ 논란과 관련, “혐오표현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차별”이라며 “제도와 인식 개선을 통해 사회의 자정능력을 키워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