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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270조원 투입…軍 전력증강 순항할까 [박수찬의 軍]

'2019~2023 국방중기계획' 청사진 공개 / '군사력 건설 지속'에 초점 / 文 정부 첫 전력증강이라는 점에서 의미 / 이번 계획도 형식적 수준이라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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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11 15:15:39      수정 : 2019-01-11 15:35:42
남북 화해 분위기에 밀려 지난해 발표가 미뤄졌던 ‘2019~2023 국방중기계획’의 청사진이 공개됐다. 국방부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207조7000억원을 투입, 군 전력을 증강하는 국방중기계획을 11일 발표했다. 

공군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이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공군 제공
국방부가 내놓은 국방중기계획은 한반도 긴장완화와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의 군비증강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안보환경을 의식, 어떠한 위협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군사력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문재인정부의 국방개혁 2.0 관련 소요를 포함해 방위력개선사업에 94조1000억원, 국방운영에 필요한 전력운영비는 176조6000억원을 반영했다. 하지만 남북 관계 변화와 국가 재정 등의 문제가 남아있어 국방부의 의도대로 국방중기계획이 추진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군사력 건설 지속’에 초점 맞춘 계획

국방중기계획 중 방위력개선사업은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대응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국방개혁 2.0 △국민 보호 분야에 재원이 투입된다.

우선 핵과 WMD 위협 대응,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한국군 핵심 능력 확보, 군 구조 개편 관련 력 확보에 65조6000억원을 배분했다.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가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록히드마틴 시험비행장에서 이륙하고 있다. 공군 제공
정찰위성과 중고도, 고고도 무인정찰기, 장거리공대지미사일 등 ‘전략표적 타격 능력’과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 탄도탄작전통제소 성능개량, 철매-Ⅱ 요격미사일 성능개량 등을 포함한 ‘한국형미사일방어능력’, 탄도미사일과 대형수송헬기 성능개량 등 ‘압도적 대응 능력’ 확보가 추진된다. 기존의 한국형 3축 체계 용어는 폐기됐으나 관련 사업은 그대로 추진함으로서 대북 억제력을 유지한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항공통제기, 전술지대지미사일 등 10여개 사업이 새로 추가됐다.

2017년 한미 미사일협정 개정으로 개발이 가능해진 탄두중량 2t 수준의 현무-4 탄도미사일과 전술지대지미사일(KTSSM) 등도 포함됐다. 국산 훈련기와의 멎교환 거래 가능성으로 주목받은 대형수송기사업은 소요검증을 거쳐 ‘2020~2024 국방중기계획’ 반영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전작권 전환을 위한 군사적 능력 강화를 위해 대포병탐지레이더-Ⅱ, 230mm급 다련장로켓을 전력화해 대화력전 수행 능력을 2배 높이고 정밀유도무기 소요 대비 확보 수준을 현재 60%에서 85%까지 끌어 올리며, 지휘통신 능력을 보강할 예정이다. 국방개혁 2.0에 군구조 개편 추진을 위해 차륜형장갑차,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상륙기동헬기, 한국형전투기(KF-X) 등을 배치한다.

테러와 재해 및 재난 등 초국가적, 비군사적 위협 대응과 재외국민 보호에는 1조1000억원을 반영했다. 굴절총, 양안형야간투시경, 폭발물 탐지 및 제거로봇 등을 대테러부대에 배치하며 의무후송전용헬기, 대형수송함 등을 전력화해 구호 및 재외국민 보호능력을 강화한다.

병력집약적 군구조 유지를 위한 소모성 예산 사용에서 벗어나 전투능력 발휘에 효율적인 국방운영 체계로 개선하는데 176조6000억원이 투입된다. 

해군 함정들이 2019년도 신년 기동훈련에 참가, 포구를 표적을 향해 돌리고 있다. 해군 제공
상비병력 감축 및 병사 복무기간 단축과 연계해 전투능력 발휘에 효율적인 인력구조로 개편하는데 68조8000억원을 반영했다. 전투부대 간부 비율을 높이고 비전투부대에는 민간인력 활용을 확대하며, 간부 중간계급 비중 확대로 숙련된 전투력을 확보하는 등 국방인력구조를 재설계한다. 예비군 훈련을 과학화하고 훈련장의 장비를 보강하며, 동원예비군 보상비를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장병 복지 및 처우개선을 위해 2022년까지 2017년 최저임금의 50% 수준으로 병사 급여를 인상하고, 전투복 품질 및 급식의 질 향상, 병영생활관 현대화 등을 통한 장병 의식주 개선을 추진한다. 제초와 청소 등 장병 사역을 대체할 민간인력을 확대하고 직업군인의 복무여건 개선에도 재원이 투입된다.

◆실효성, 지속 가능성 놓고 논란 불가피

국방부가 11일 발표한 ‘2019~2023 국방중기계획’은 문재인정부의 첫 전력증강 청사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명박, 박근혜정부 당시 추진됐던 주요 전력증강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남북 화해 분위기와는 별도로 군사력 확충 기조는 유지한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국방중기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원래 ‘2019~2023 국방중기계획’은 지난해 상반기에 발표됐어야 했으나 정권 교체와 국방개혁 2.0 수립에 밀려 발표가 6개월 이상 지연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방부는 ‘2020~2024 국방중기계획’을 올해 상반기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발표된 국방중기계획의 효력이 발생하는 기간은 길어야 5개월 정도인 셈이다. 이번 계획이 형식적인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정권교체기에 발표가 늦어진 적이 세 차례 있었다”며 “국방개혁 2.0을 완성해서 그 내용을 담는 작업을 하는 기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산 탐색기를 장착한 신궁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이 공중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국방기술품질원 제공
국방중기계획에 반영된 5년 동안 국방비의 연평균 증가율을 7.5%로 산정하고 “평화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힘으로 뒷받침한다”고 강조한 대목도 ‘눈속임’ 논란을 빚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국방비 증가율은 7%로 박근혜정부 기간 증가율인 4% 내외를 뛰어넘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이명박, 박근혜정부 시절 북한 도발 대응을 위해 발주한 대규모 무기도입사업 과정에서 구입한 무기의 대금 지급이 늘어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업 초기에는 계약금 정도만 지급하므로 지출규모가 작지만, 무기가 실제로 인도되는 시점에서는 지급해야 할 대금이 급증한다.

2017년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방위사업청에서 제출받은 ‘총사업비 상위 27개 사업 연차별 투자계획’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정부가 집행한 예산보다 문재인정부가 부담해야 할 잔금이 많은 사업이 27개 중 16개에 달했다. 이 중에서 문재인정부가 부담해야 할 잔금 규모가 큰 사업은 11개 사업으로, 이들 사업비용을 모두 합하면 31조6604억원에 달한다. 박근혜정부는 전체 비용의 14%인 4조5862억원을 집행한 반면 문재인정부는 18조9647억원의 잔액을 부담해야 한다. 사업을 취소하거나 조정하면 배상 문제 등이 얽혀있어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어차피 지급해야 할 대금을 계획에 반영해놓고 국방비 증액 기조라고 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시행된 GP 시범철수 지역에 포함된 우리측 GP에서 장병들이 GP의 문을 잠그고 있다. 국방부 제공
과거 정부가 계약한 사업을 승계해 진행하면서 집행해야 할 대금이 많으면 신규 사업 추진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현 정부의 전략적 선택 폭을 좁힌다. 박근혜정부 시절 국방중기계획에 적의 전력망을 파괴하는 탄소섬유탄(정전폭탄)과 적 미사일 요격용 레이저무기 등 첨단 군사력 개발 계획이 포함되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던 것과 달리 현 정부가 ‘사업 지속’에 방점을 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전력증강 기조가 유지될 것인지 여부도 관심이 쏠린다. 2017년까지는 북한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도발로 전력증강 계획은 확대일로를 걸었다. 현무 탄도미사일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첨단무기 도입과 부대 창설계획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남북 군 당국 간 군비통제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전력증강계획도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올해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남북 군사공동위원회에서 군비통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과 노무현정부 당시 국방개혁 2020에 설정된 국방비 증가율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던 전례도 이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어 국방부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집중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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