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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 ‘패딩 테러’ 피해 호소… 교수 “변태적 성욕과 관련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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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12 10:00:00 수정 : 2019-01-12 13: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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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 ‘패딩 테러’ 논란
“지하철에서 누군가가 제가 입고 있었던 롱패딩을 뒤에서 칼로 여러 번 그어놓는 피해를 당했다.”

지난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선명하게 칼자국이 난 패딩점퍼 사진이 여러 장 올라왔다. 인천 지하철 수인선 이용 중 피해를 봤다며 해당 사진을 게시한 20대 여성은 “바로 경찰 신고 접수는 했는데 랜덤으로 저지르는 것 같다”며 “저 말고도 피해자가 있을까 (글을 올려) 찾아본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이용한 지하철 역사 등지의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누리꾼 사이에 ‘패딩 테러’에 대한 공포가 퍼지고 있다.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이 대부분 여성인 것으로 알려지며 ‘신종 여혐 범죄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전문가는 “패딩 테러가 이전의 ‘신촌 스타킹 먹물 테러’ ‘도서관 테러’ 등과 유사한 성격의 범죄로 보인다”며 “이는 넓은 의미에서 변태적인 성욕과 관련 있다. 가해자가 수동적 공격성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다 그것이 충족이 안 되면 과감한 형태로 범죄가 진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나도 당했다” 피해 제보 줄이어

A씨의 피해 사실이 알려지자 비슷한 피해를 본 누리꾼들의 제보가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8일 온라인커뮤니티에 외피가 찢어져 깃털 충전재가 빠져나온 패딩점퍼 사진을 올리고 “재작년에만 겨울에 세 번 그런 일이 있었다. 바깥에 외출하고 오면 칼집이 나서 안에 털이 날려 있길래 제 실수로 가방인가 모서리 긁혀서 그런 줄 알고 하나는 버리고 두 개는 수선했다”며 “버버리 패딩, 노비스 패딩 고가라서...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소름 끼친다. 저도 테러당한 거였을까”라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은 “여의도 퇴근길에 버스 타고 왔다가 저리 되었는데 어디 긁힌 줄 알았다”며 ‘ㄱ자’로 외피가 잘린 패딩점퍼 사진을 올렸다. “아닐 수도 있는데 제 롱패딩도 비슷하게 (칼로) 그은 것처럼 찢어졌더라고요”라며 사진을 올린 누리꾼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겠지만 패딩을 칼로 긋는 행위는 재물손괴와 폭행죄로 처벌이 가능한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패딩이 두꺼워 외부 충격을 쉽게 느끼지 못하는 점을 노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얼마나 상습적으로 행위를 반복했나에 따라 실형 선고도 가능하며, 피해자는 피해를 확인한 순간 곧바로 경찰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과거에도 ‘먹물 테러’ ‘침 테러’ 등 여성 대상 범죄 일어나

‘패딩 테러’가 과거 ‘먹물 테러’ ‘침 테러’ 등과 범죄 성향이 유사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가해자가 치마, 패딩점퍼 등 특정한 옷을 입은 여성만 노렸다는 게 그 이유다.

2016~2017년 서울, 부산 등에서 남성이 스타킹 신은 여자의 다리에 잉크를 뿌리고 도망가는 ‘먹물 테러’ 범죄가 발생했다. 2016년 서울 강남구 강남역 부근에서 16차례 여성들의 다리에 먹물을 뿌리다 붙잡힌 남성 B(30)씨는 “여성의 스타킹에서 성적 쾌감을 얻었다”며 “욕망이 꿈틀댈 때마다 거리에 나와 여성들 다리에 먹물을 뿌렸다”고 털어놨다.

이듬해 부산 금정구 부산대에서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고 도주한 혐의를 받은 남성 C(35)씨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구두약을 뿌리면 여학생들이 깜짝 놀라는 데 쾌감을 느꼈고, 성적 욕구를 해소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7월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역에서 여성들에게 상습적으로 다리에 침을 뱉은 혐의로 남성 D(38)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성적인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피해자는 “자신이 치마를 입었을 때만 다리 쪽에 반복적으로 액체가 튀었다”며 강제추행을 주장했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범죄심리학 교수 “가해자, 극히 소수이거나 한 명일 가능성 농후”

공정식 경기대(범죄심리학) 교수는 10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패딩 테러’는 여성으로 피해자를 표적화해 공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 부분에서 ‘먹물 테러’ ‘침 테러’ 등과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며 “가해자가 선호하는 피해자 모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패딩 입은 여성’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그렇게 본다면 가해자는 선택적-연쇄적 범죄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패딩을 몰래 찢는 행위를 통해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 보상체계가 있는 것”이라며 “패딩을 선호하는 남자들이 많은지 모르겠지만 극히 소수나 동일인이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여성에게 관심받고 싶은 심리가 수동적 공격성으로 표출... 변태적 성욕과 관련”

공 교수는 범죄 이유에 대해 “대상이 여성이라는 점에 비춰 현실적으로 여성들과 가까이 사귈 수 없는 현실적 불만이 수동적인 공격성으로 표출될 수 있다”며 “여성들로부터 자신이 인기가 없고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나 부러움 등이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이지 않게 해를 끼쳐 만족감을 얻는 행동들의 이면에는 여성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깔려있다”며 “이는 넓은 의미에서 변태적인 성욕과 관련 있다”고 밝혔다.

공 교수는 범죄 성향이 격화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가해자가 처음에는 수동적 공격성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다 그것이 충족이 안 되면 과감한 형태로 범죄가 진화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직접적인 폭행이나 상해를 가하거나 극단적으로 살해까지 갈 수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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