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장 "남는 게 없지만 자식 먹이는 심정으로 가격 안 올려" "전통시장 구석에 있는 30년 된 떡볶이 가게에 서울, 제주도, 중국, 일본, 네팔 사람들까지 다녀갔어. 유튜브가 대단하긴 한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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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로 북적이는 부산 금정시장 떡볶이 가게 |
기껏해야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 동네 주민, 시장 상인들이 찾던 떡볶이 가게에 여행용 가방을 끈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아오게 된 것.
지난 8일 시장을 찾는 손님이 뜸한 시간대인 오후 5시.
떡볶이 가게만 여행용 가방을 든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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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유튜브를 보고 떡볶이 가게를 찾은 관광객 |
김씨와 자녀들은 서울에서 느낄 수 없는 부산 떡볶이 맛에 연신 감탄을 했고, 떡볶이, 튀김, 어묵이 개당 200원이라는 가격에 또다시 놀랐다고 했다.
이곳에 왜 갑자기 손님이 몰렸을까.
1988년 1월부터 '영국이네'에서 장사를 해온 정순달(68·여) 씨는 지난해 유튜브에서 먹방(먹는 방송)을 하는 BJ들이 다녀간 후 손님이 5배 넘게 많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에서 한 먹방 BJ가 지난해 '200원 떡볶이, 어묵, 튀김이 존재한다고'라는 방송으로 영국이네를 소개했다.
이 동영상은 단박에 조회 수 220만 이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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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들이 다녀간 모습을 캡쳐해 가게에 내 걸었다. |
떡볶이 가게와 함께 덩달아 유명해진 정씨는 "TV 맛집 프로그램에서 이런 전통시장 떡볶이 가게를 소개할 일은 없지 않겠느냐"며 "200원 떡볶이를 좋게 봐준 아들딸 같은 BJ들이 아니었으면 유명해지지 못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정씨는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1988년 1월 떡볶이를 개당 100원에 판매했다.
10여년 전 200원으로 가격을 올렸는데 30년 동안 떡볶이 가격을 100원밖에 올리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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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원에 판매되고 있는 떡볶이와 어묵. 다른 가게보다 크기가 훨씬 크다. |
정씨는 "자식들에게 떡볶이를 파는 마음으로 장사를 해왔다"며 "가게를 자주 찾는 인근 초등학교 학생을 비롯해 단골들에게 가격을 올려 받기 미안해 가격을 수십 년째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베푸는 마음으로 한 떡볶이 장사를 통해 1남 2녀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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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가게에 붙어 있는 정씨 가족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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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금정시장에서 떡볶이를 팔아온 정순달 씨 |
정씨는 "가끔 서울에서 온 손님들이 내 말투에 적응하지 못하고 화를 내며 가는 사람들도 봤다"며 "동네 사람들만 올 때는 내 말투가 거친지 몰랐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국산 떡과 고추장을 써 200원에 팔아도 남는 게 없어 손님이 많이 와도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돈 욕심은 없지만 내 자식들한테 먹이는 마음으로 힘이 닿는 한 장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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