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문제, 중국 변수 본격 부상
김 위원장은 지난해에도 북·미 간 중요 이벤트를 앞둔 시점이나 직후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졌다. 이같은 관행을 볼 때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최근 북한과 미국 사이 2차 북·미회담을 앞두고 어느 정도 사전 조율이 이뤄지고 있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관련 소통을 하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단순히 남북회담 또는 북·미회담을 앞두고 중국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 한반도 문제에서 보다 적극적인 중국의 역할을 예견하는 분석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제2차 북·미회담이 중요하지만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단순히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며 “북한이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짧게는 2019년, 길게는 2020년까지의 로드맵을 들고 방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도 이날 논평에서 “김 위원장이 작년에 시진핑 총서기에게 한 ‘중국 동지들과 한 참모부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협동할 것’이라고 한 약속을 이행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시진핑 총서기의 초청 형식으로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김 위원장의 방중 제안을 중국이 수락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새해 벽두 동북아 강대국 경쟁에서 중국 존재감 드러내
김 위원장의 새해 첫 방중은 북·미 정상회담이 가까워왔다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북한과 중국의 밀착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것을 반기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미·중·일·러 경쟁이 격화되는 동북아 지역에서 북한 문제를 지렛대로 중국의 존재감을 확대하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껄끄러운 일이라는 지적이다. 미·중간 무역전쟁과 아시아 전략경쟁이 강화되는 구도 속에 중국이 대미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이 이달 1일자로 발간한 ‘2019 한국의 선택’에 따르면 동북아 지역에서 한·일 관계, 한·중 관계, 일·러 관계의 회복과 개선은 더딘 속도로 진행되는 반면 북·중 관계의 개선은 비교적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대한반도 영향력 강화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러 관계 역시 진전돼 새로운 북·중·러 3각 협력관계가 구축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반면 미·중간에는 무역전쟁 뿐만 아니라 군사·안보 분야에서도 경쟁 심화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남중국해에서의 안보 갈등 뿐만 아니라 한반도 문제도 그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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