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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칼럼] 2019년 트럼프 대외정책 올바로 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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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30 20:58:53 수정 : 2018-12-30 20:5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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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하는 것처럼 보이는 / ‘트럼피즘’은 사실 현실적 정책 / 美 이익과 협상력 극대화 계산 / 정책 시그널·지향성 주목해야 2019년 새해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외정책 방향을 올바로 읽고 대응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트럼프 대외정책이 원칙과 일관성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세간의 비판은 잘못됐거나 과장됐다. 미군의 계속적인 아프가니스탄 주둔, 폴란드 내 미군기지 상주 검토,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대북 제재의 지속과 같이 기존 대외정책 원칙의 연장선상에서 펼친 정책이 있는가 하면, 주이스라엘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파리기후변화협약 및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특정 무슬림국가 출신 국민의 미국 입국 금지, 미·멕시코 국경장벽 건설과 같이 전격 단행된 새 정책도 있다. 최근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IS)와 싸우고 있는 2600명 규모의 미군을 갑자기 철수할 방침을 발표한 데 이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과 싸우고 있는 미군 1만4000명 중 절반을 철수하는 방안 검토에 착수한 것도 국제사회가 예측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정책 전환이다.
최원목 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것처럼 보이는 트럼프 대외정책은 사실 매우 일관된 원칙에 기초하고 있다. 더 이상 국제질서가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인하고, 중국·러시아·일본·유럽연합(EU)과 같은 지역 강국과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미국의 경쟁력과 안보를 극대화하려는 계산이 지배하고 있다. 미국 국력의 원천이 무모한 대외개입에서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세력균형 유지와 협상 레버리지(압박카드) 확보에서부터 발생한다는 현실적 인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각종 구호와 현란한 정책 전환에 주목할 게 아니라, 정책에 깔려있는 시그널과 지향성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 대외정책의 자율성과 협상 레버리지 확보, 동맹관계의 상호성 회복, 미국 경제력의 원천 회복, 에너지 분야의 미국 지배력 유지 등 말이다. 2017년 12월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선언을 통해 ‘미국민의 안전, 번영 및 이익을 우선시’하겠다는 대외정책을 선언한 것은 이러한 지향성을 반영한 것이다. 1년 전 국제환경 하에서 시리아와 아프간에서 미군 증원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이란 제재와 터키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협상 레버리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미군의 철수 제스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세계의 호구(suckers)가 아니며, 계속해서 세계의 경찰일 수 없다”는 자신의 입장을 갑자기 확인했다.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우리가 불이익을 당하면서 부자 나라에 보조금을 지급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방위비 조정 협상을 통한 동맹관계의 상호성 확보라는 정책 지향성을 달성하기 위한 협상 레버리지를 극대화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원칙 있는 현실주의 정책(principled realism)’이라고까지 불릴 수 있다. 대외정책의 원칙이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현실주의를 따르는 것이 원칙이 돼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15년 7월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과의 다자간 핵 협상을 타결함에 있어 현실을 외면하고 원칙만 따랐기에 미국의 안보와 에너지 수입선은 그 이후 더 위험해졌다고 본다. 이란이라는 절대신정(神政) 국가를 상대로 직접 협상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지켜나가는 방식을 스스로 포기하고, 유엔 안보리 국가 위주의 다자체제에 권한을 위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다른 절대국가인 북한을 상대해서는 유엔 제재와는 별도로 양자 협상과 제재를 끝까지 유지함으로써 미국의 이익과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길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북한 후원국가인 중국을 상대로 한 통상협상, 한국을 상대로 한 방위비 분담 등 협상에서 미국의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약속했듯이 “미국정부는 미국인이 어떻게 살고, 일하며, 숭배하라고 지시하지 않을 것이다(The United States will not tell you how to live or work or worship).”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에서는 정부는 선험적 원칙을 수립하는 기관이 아니고, 현실을 정책에 반영해 대응해나가는 기관인 것이다.

2019년에도 우리는 이러한 트럼피즘을 거칠게 상대해야 한다. 대미 협상 레버리지를 미리 확보하기는커녕 경직된 이념외교로 스스로 패를 미리 노출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최원목 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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