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입양은 현실… 체계적인 사후 지원시스템 필요” [차 한잔 나누며]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18-12-30 13:41:00 수정 : 2018-12-31 14:27:4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이설아 '건강한 입양가정지원센터' 대표 / 세 아이 입양 경험 토대 모임 설립 / 국내선 입양 공개거론 역사 짧고 / 정부·기관도 입양 자체에만 치중 / 사랑만으로 모든 문제 풀 순 없어 / 외국처럼 생부모와 만남 갖는 등 / '공개입양 3.0' 업그레이드해야

‘입양은 사랑입니다.’ 입양을 장려하는 홍보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많은 국민의 귀에도 익숙하다. 그렇다면 사랑만 있으면 입양 가정과 아동 모두 아무 문제 없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까.

이설아 ‘건강한 입양가정지원센터’ 대표가 지난 23일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정부가 입양 활성화만 강조할 게 아니라 입양가정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체계적인 사후서비스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시흥=서상배 선임기자
지난 23일 경기 시흥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설아(43) ‘건강한 입양가정지원센터’ 대표는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사랑만으로는 부족하고 입양과 관련한 체계적 지원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 대표가 이끄는 센터는 자조모임에서 출발해 입양가정을 위한 전문적인 사후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법인이다.

그는 “가정, 가족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고, 입양가정 역시 다르지 않다”며 “(입양 대상) 아이가 가정의 울타리에만 들어오면 저절로 행복해지는 게 아니고 여느 가족과 마찬가지로 평생에 걸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가족, 가정”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저출산이 심각하고, 가족 형태도 다양화하면서 입양가정도 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입양이 공개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대부분 입양 사실을 숨기고 직접 낳은 자식인 것처럼 하는 ‘비밀입양’이 보편적이었다. 이 대표는 “외국에서는 생부모와 입양가정 사이에 서신이 오가거나 만남을 통해 양쪽이 소통하는 ‘공개입양’이 보편화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에 들어오며 아이(입양아) 중심이기보다 공개를 통해 인식을 개선하고 입양을 장려하는 홍보의 개념과 뒤섞인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입양이 줄고 국내입양까지 신통치 않자 정부가 입양을 권장하면서 정책적 뒷받침에 나섰다. 입양특례법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내입양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넣었다. 이를 계기로 입양가정이 늘어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초반부터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데 성공한 가정은 기대만큼 많지 않았다. 이 대표는 “친자식이 있는 가정에서 입양한 경우 친생자녀와 입양자녀가 서로 자연스럽게 한가족임을 받아들이고 지내게 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을 수 있다”며 “임신이 안 돼 입양을 택한 가정 역시 난임에 따른 상실감을 추스르지 못한 경우 자녀에게 입양 이유를 설명할 때 등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정부와 입양기관이 입양을 보내는 쪽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법적 파양 통계를 들어 ‘대다수 입양가정은 행복하다’고 주장하게 된다. 더불어 ‘이후의 문제는 가정문제’라고 치부하는 게 현실이다.

이 대표는 현 상황을 ‘공개입양 3.0’이라고 진단했다. 입양만 많이 보내면 끝이 아니라 입양 이후 상황까지 모두 파악해 관리하는 쪽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공개입양 1.0’은 공개입양 운동이 시작된 2000년대로 입양가족이 오프라인으로 경험을 공유하고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활동을 펼치던 시기이다. ‘공개입양 2.0’은 인터넷 발달로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입양가족을 만날 수 있게 된 2010년 이후를 말한다.

이 시기에 1970∼80년대에 집중적으로 송출된 해외입양인의 회귀 흐름과 맞물리면서 입양인의 인권이 본격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1.0 때만 해도 입양의 본질적인 이야기까지 건드리며 입양인의 인권 등에 이야기가 오갔지만 2.0 시기에는 입양부모 위주의 시각에 치우친 측면이 있다”며 “입양인의 인권과 알 권리, 생부모의 사후서비스 논의가 시작된 현 시점이 3.0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 아이를 입양한 엄마이기도 한 이 대표는 자신의 고민과 경험을 토대로 2015년 입양가정에 대해 상담과 지원활동을 돕는 자조모임을 만들었다. 그의 노력 덕에 어느덧 수백 입양가정을 지원하는 단체로 거듭났다. 올해 센터가 심혈을 기울인 사업은 바로 입양부모와 입양인, 생부모가 만나 솔직히 이야기하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입양삼자모임’이다. 월 1회의 소규모 모임을 이어오다 최근 ‘입양삼자 토크콘서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도 했다. 이 대표는 “내년부터는 아이의 역사를 제대로 보존하기 위한 ‘라이프 박스’ 도입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며 “입양삼자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듬으며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흥=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