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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세 포문 여는 佛… 개혁이냐 무모한 도전이냐

입력 : 2018-12-25 19:05:00 수정 : 2018-12-25 19: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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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합의실패하자 독자노선 선언 / 내년 1월부터… 年 6400억 과세 전망 / 영국도 “2020년부터 2% 세율 적용” / 일부 국가 “美 관세 보복할 것” 눈치 구글과 페이스북 사용자가 많은 유럽에서는 미국의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을 상대로 한 이른바 ‘디지털세’ 도입 논란이 2010년대 초부터 활발히 이뤄졌다. 그 결과 내년 1월부터 일부 국가는 실제 디지털세를 도입하기로 결정하거나, 과세 시한을 결정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유럽연합(EU) 차원의 공통된 합의안 도출에는 실패하면서 국제적 기준을 마련하려던 움직임 또한 좌초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디지털세 도입의 포문은 프랑스가 열어젖혔다. 프랑스는 2019년 1월부터 EU의 논의와는 별도로 독자적인 디지털세 도입 방침을 지난 1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당시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디지털세에 대해 “무슨 일이 있더라도 1월1일부터 이 세목이 도입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디지털세 도입으로 인해 내년 한 해에만 5억유로(약 6400억원)가 걷힐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뉴욕의 구글 사무소 건물 벽면에 이 회사 로고가 부착된 모습. AP연합뉴스
프랑스가 이처럼 독자 노선을 펼치게 된 것은 EU 차원의 논의과정에서는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디지털세 부과 방안을 제안하면서, 2020년부터 연 수익 7억5000만유로 이상이거나, 유럽에서 5000만유로 이상의 수익을 내는 인터넷 기업에 대해 연 매출의 3%를 세금으로 부과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디지털 콘텐츠 등 모든 데이터 사용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안에서 한발 물러나 광고 수익에 대해서만 징수하는 안으로 변경했다. 만약 ‘3% 징수 안’이 통과되면 유럽에서 활동하는 150개 기업에 최대 연 50억유로(약 6조4000억원)를 거둬들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유럽 내 발언권이 큰 영국도 프랑스와 같은 ‘디지털세 도입’ 진영에 서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은 지난달 29일 2019년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2020년부터 글로벌 매출액 5억파운드(약 7400억원) 이상 기업에 2%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에 여타 EU 국가에 비해 디지털세를 수월하게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도 EU 합의가 없을 경우 독자적인 과세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EU는 이 안을 놓고 지난 6일 브뤼셀에서 열린 EU재무장관 회의에서 찬반 투표를 진행했지만 덴마크, 아일랜드, 스웨덴, 몰타, 핀란드 등이 반대 의견을 펼치며 합의는 교착 국면에 빠져들었다. EU 차원의 디지털세 도입을 위해서는 28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합의하고 유럽의회도 동의해야 한다.

미 주간 비즈니스인사이더는 EU 국가 일부가 디지털세 도입에 소극적인 이유를 ‘미국 눈치 보기’라고 분석했다. 구글의 유럽 본사가 위치한 아일랜드가 디지털세 도입에 부정적인 것은 기정사실과 같지만,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는 물론 독일까지 구글세 도입에 주저하는 것은 미국의 관세 보복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의 일부 지도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잠재적 보복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내에서는 EU의 움직임이 미국 기업을 겨냥한 불공정한 과세 안이라는 불만이 우세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을 겨냥해 무역 보복을 단행할 경우 국제사회에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국내 지지율 상승도 노려볼 수 있다. 프랑스와 함께 디지털세 도입에 적극적이던 독일이 최근 주춤하는 것 또한 미국의 영향력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독일에서는 디지털세 부과 시 미국의 자동차 관세 보복이 있을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EU 회원국은 디지털세 문제를 EU 차원이 아니라 36개 선진국이 참여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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