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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인 걸 알면서도 진짜 현실 같은… 자유로운 시공간 체험에 ‘북적북적’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입력 : 2018-12-22 14:07:20 수정 : 2018-12-22 1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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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엑스포’를 가다 안경을 낀 채로 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하려니 어색했다. 기기를 먼저 머리에 쓰고 안경을 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현장 스태프는 당황한 듯 실소를 터뜨렸다. 이상한 질문을 던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기자는 그제야 민망한 웃음을 짓고서 HMD를 썼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VR엑스포 2018’의 한 부스에서 기자는 ‘거인이 습격한 아파트’라는 특정 상황을 주제로 한 약 10분 분량의 공포 VR 체험을 했다. VR는 가상현실을 뜻하는 ‘Virtual reality’의 약자다.

바깥에서 들리는 각종 사이렌과 소란에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두려움에 떨던 영상 속 인물들은 천장을 뜯어낸 거인이 손을 내밀자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기자가 멀뚱멀뚱 서 있는 사이 끔찍한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기자도 거인의 손을 피해 집안 이곳저곳으로 도망을 쳐야 했다.

“체험시간이 끝났다”며 스태프가 알려주고 나서야 HMD를 벗고 가상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 등이 주관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후원하는 ‘VR엑스포 2018’은 △VR의 시작과 현재에 이어 미래를 논하는 각종 콘퍼런스 △인기 크리에이터들을 만날 수 있는 페스티벌 △영화를 VR로 접할 수 있는 시네마틱(Cinematic) VR 등으로 구성됐다. 이번 행사에는 교육과 영상, 가상훈련, 의료, 프랜차이즈, 플랫폼 분야 등에서 모두 200여개 기업이 참여해 다양한 부스를 운영했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VR엑스포 2018’의 한 부스에서 참관객 두 명이 VR(가상현실)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
VR의 대중화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게임 부스가 예상대로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액션과 슈팅, 레이싱, 심지어 가상의 애인과 일상을 함께하는 연애 시뮬레이션까지 다양한 게임이 참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게임 부스 근처에서 만난 학생들은 “기기를 직접 착용하니 신기하다”며 “VR 테마파크에도 몇 번 다녀왔다”고 입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슈팅게임을 즐긴 한 20대 여성은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며 “다만 화면이 너무 강렬해서 어지러운 게 단점으로 느껴졌다”고 지적했다.

해양안전을 둘러싼 비상한 관심을 증명하듯 관련 내용을 VR로 교육하는 업체도 눈에 띄었다. 이 업체는 대기업과 정부 기관 등의 발주를 토대로 VR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몇 가지 가상 해양사고 시나리오를 VR로 체험함으로써 만약의 위기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며, 시장이 형성된 지 몇 년 지나지 않은 탓에 먼저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서 판로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업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처럼 VR를 적극 활용하는 분야는 게임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현장에서는 ‘자연환경에서의 심리 치유’를 주제로 프로그램을 시연해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업체도 있었다. VR는 현실의 물리법칙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시·공간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만큼 사라져 가는 자연을 가상현실로 보존하고 새롭게 구성해 관객에게 감성적 지각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는 게 이 업체의 설명이다.

업체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과정을 묻자 “제주 애월과 비자림 등을 비롯한 여러 녹지대를 직접 촬영하고 소리를 담은 뒤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구성했다”고 답했다. 답변하는 관계자 옆에서는 한 중년 남성이 HMD를 착용하고서 제주 숲길을 거닐며 마음껏 ‘힐링’ 중이었다.

엑스포 참관객들을 대상으로 사전예약과 현장예약으로 진행된 VR영화관 코너도 인기를 끌고 있었다. 모두 3개 섹션으로 구성된 각 코너에서는 30~40분 분량의 영화를 VR로 볼 수 있으며, 첫날 사전예약 관람객 수만 200여명이나 됐다.

한국VR산업협회는 하드웨어와 콘텐츠를 포함해 올해 2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 규모가 2020년이면 5조7000억원으로 2배 넘게 성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예상을 내놓은 바 있다. 이처럼 급성장 중인 VR 시장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할 새로운 콘텐츠는 과연 누구의 손에서 나올까 하는 궁금증이 ‘VR엑스포 2018’ 참관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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