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집권 2년 차인 올해 증폭된 갈등이 집회로 표출되면서 각종 집회와 시위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7%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순실 게이트’ 때보다도 집회·시위가 더 많이 벌어졌다는 얘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서울 도심에서 매주 열리는 진보단체와 보수단체의 집회는 정권교체와 맞물려 더욱 극심해진 사회갈등의 단면이란 분석이 나온다.
13일 오후 청주시 오송읍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열린 '계란 산란일자 표기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식약처 정문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올해 열린 집회·시위는 이념이나 성별, 세대 간 갈등이 표출된 사례가 많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놓고 갈라진 진보·보수단체의 집회가 대표적이다. 지난 15일 서울 마로니에공원에서는 백두칭송위원회의 ‘김정은 환영’ 행사가 열렸는데 다음날 세종문화회관 앞에선 백두청산위원회의 ‘김정은 답방 규탄’ 집회가 열렸다. 이 밖에도 ‘미투’ 정국에서 비롯한 혜화역 집회와 일명 ‘곰탕집 성추행’ 판결에 불복하는 집회로 대표되는 성대결 양상의 집회, 난민 수용 찬반 집회 등 맞불성 집회가 연이어 열렸다.
지난해 11월 1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거리에서 열린 `제25차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과 정치투쟁 선언 지지 범우파 국민 총궐기 태극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무죄 석방 촉구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자료사진 |
그러나 ‘집회로 정권을 바꾼’ 경험이 과도한 집회 만능주의를 낳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 질서나 정의와 관계없이 자기네 목소리를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집회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지난 1일 민주노총은 정부의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발하는 민중총궐기를 열었다. 이들은 촛불정국에서 자신들의 활약상을 내세우며 정부를 압박했다. 지난달에는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잡월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 고용을 촉구하며 청와대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소관 부처가 있는데도 청와대가 나서 해결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는 “그동안 내재돼 있던 사회적 문제나 구조적 문제들이 집회를 통해 표출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편으로는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시민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면서 집회·시위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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