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원조교제’ 하던 아이들, 흔적 안 남는 앱 이용 ‘또래 포주’로 [탐사기획 - 누가 아이들의 性을 사는가]

관련이슈 고정물

입력 : 2018-12-17 18:49:27 수정 : 2018-12-18 07:29:3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1990년대 ‘원조교제’ 등장/日서 들어온 그릇된 불법 성매수/청소년 성매매 사회문제로 대두/2000년 ‘티켓다방’ 등 규제 강화
‘또래 포주.’ 최근 청소년 성매매의 심각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신조어다. 과거 유흥업소나 티켓다방 등 ‘어른들’이 중심이었던 청소년 성매매 알선·강요 범죄가 요즘 ‘아이들’로 연령대가 대폭 낮아졌다. 2014년 잔혹한 범행 수법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김해 여고생 암매장 사건’ 가해자도 20대와 10대로 이뤄진 ‘가출팸’이었다. 가출 상태였던 A(당시 15세)양은 이들로부터 지속적인 가학행위와 성매매 강요 끝에 급성심정지로 숨졌다. 국가가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사이 아이가 아이를 잔인하게 성착취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세계일보 취재팀은 17일 이 분야를 오래 연구한 여러 전문가와 함께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 성범죄 동향·분석 보고서’ 14개와 언론 보도, 각종 통계 등을 바탕으로 지난 20년 동안의 우리나라 청소년 성매매 흐름을 살펴봤다. ‘저연령화’와 ‘종속화’, ‘일상화’가 최근 청소년 성매매의 두드러진 경향인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에서 ‘원조교제’ 유입되며 사회문제 비화

처음 청소년 성매매 문제가 불거진 것은 1990년대 후반 ‘원조교제’란 용어가 일본으로부터 유입되면서였다. 1997년 일본에서 정치인과 교사 등이 ‘원조교제’로 경찰에 적발되는 일이 잦아지고, 이듬해 처벌을 위한 법률이 제정·시행됐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우리나라도 청소년 성매매가 사회문제로 대두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관련 법률이 없어 유흥업소 업주들이 청소년을 접대부로 고용하더라도 ‘불법 고용’이 아닌 한 경미한 처벌만 받았다. 1990년대 초반 언론 보도를 보면 가출 청소년 930명 대상 조사에서 여자 청소년의 71%가 술집 접대부 등으로 ‘팔려갔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던 것이 2000년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과 원조교제 범죄 신상공개로 첫 전환기를 맞았다. 이유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0년을 기점으로 청소년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티켓다방, 성매매집결지 등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분야에 대한 관련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도 바로 이때다.

박숙란 십대여성인권센터 고문변호사는 “2001년 미국 국무부가 발간한 ‘인신매매보고서’에 우리나라가 ‘인신매매 주요 거래국이자 통과국(3등급)’으로 분류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정부는 러시아, 인도네시아, 콩고, 수단 등 23개국과 함께 ‘인신매매국’으로 분류된 데 대해 미국 정부에 유감을 표명하고 관련 단속 강화 및 국회 입법 등도 추진했다.

이런 흐름에 따라 2000년 7명에 불과하던 아동·청소년 성매매 강요·알선 범죄자 수(신상공개 대상자)는 2001년과 이듬해 각각 168명, 150명으로 크게 늘었다. 정부는 이즈음부터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신상공개 대상자)의 동향을 분석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2004년 제정된 ‘성매매특별법’도 영향이 컸다. 단속과 처벌이 강화하면서 유흥업계에서 청소년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청소년 성매매의 주무대가 ‘업소’에서 ‘PC방(채팅사이트)’으로 이동했다. 이 연구위원은 “일종의 ‘풍선효과’로 가출 청소년들이 PC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채팅사이트를 통해 성매수자를 찾게 되는 경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가부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이 성매수자를 만난 경로 중 ‘인터넷’은 2000년 42%에서 2003년 80.9%, 2006년 92.4% 등 압도적이었다. 반면 2000년대 초 10% 넘게 기록하던 ‘티켓다방’은 2006년 1.6%까지 낮아졌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가정폭력에 시달려 집을 나온 아이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려 해도 부모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즈음 가출한 아이들이 채팅사이트를 통해 성매매에 유입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채팅앱이 바꾼 ‘판’…‘저연령화·종속화·일상화’

스마트폰의 등장은 그간의 흐름을 180도 바꿔 놓았다. 채팅앱은 별다른 공간(PC방)을 필요치 않았고 GPS를 통해 서로 거리 확인도 가능해 성매수자와 쉽게 접촉할 수 있게 됐다. 채팅앱이 기존 채팅사이트와 달리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직 경찰관까지 손을 댈 정도로 수요가 몰렸다. 사실상 ‘판’이 깔린 셈이다. 최근 성매매 강요·알선 범죄의 70∼80%가 채팅앱·메신저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때부터 청소년 성매매 강요·알선 범죄자 연령이 본격적으로 낮아지기 시작했다. 2006년 53.5%였던 청소년 성매매 알선·강요 범죄자 중 29세 이하 비율은 2016년 93.3%까지 치솟았다. 이 중에서도 10대 사범이 2016년 기준 52.4%로 절반이 넘는다.

윤덕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출팸’ 등에서 여성 청소년에게 숙식비를 해결하기 위해 성매매를 강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경험’이 쌓여 다른 청소년들을 끌어들이는 등 가해 양상이 ‘포주’ 형태로 진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들의 나이가 어려진 현상도 두드러진다. 2000년대 16∼17세였던 성매매 알선·강요 피해자 평균연령은 2016년 기준 15.8세(알선), 15.2세(강요)로 크게 낮아졌다.

청소년들이 ‘성매매의 늪’을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SNS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최근 사건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가해자들이 ‘입막음용’ 영상이나 사진을 찍어두고 성매매를 지속적으로 강요하는 일이 빈번하다. ‘성행위 사실을 부모나 친구에게 알리겠다’는 협박을 당하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어른도 견디기 힘든 형태의 협박에 성매매 피해 청소년들의 ‘악순환 구조’가 계속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장 최근엔 ‘학교 안 청소년’의 성매매 현상이 다수 보고되고 있다. 성매매의 ‘일상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2016년 성매매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가출 등을 경험한 청소년 173명 중 51.4%가 ‘과거 학교를 다니면서 조건만남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대표는 “성매매 관련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시대”라며 “평범한 청소년들까지 성매매에 무감각해지는 등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특별취재팀 사회부=박현준·남정훈·권구성·이창수·김주영·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십대여성인권센터, 공공의창 공동기획>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