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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앱 성매매 막자”… 구매자보다 운영자 처벌 목소리 [탐사기획-누가 아이들의 性을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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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17 18:51:44 수정 : 2018-12-17 20: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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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남녀 1000명 인식조사/성구매자 처벌, 女가 男보다 10%P↑/‘성인과 다른 대책 필요’ 88.7% 달해/ 女 ‘환경적 요인 탓 성매매’ 30% 1위/
男은 ‘돈을 쉽게 벌기위해’ 34% 최다/ 해결책으로 ‘성범죄 예방’ 35.8% 꼽아
“‘조건만남’ 하면 보통 얼마나 받아요? 100만원?” “야, 무슨 소리야 한 200만원은 받을 거 같은데?” 평범한 10대 청소년들에게 성을 사고 판다는 것은 말 그대로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또래가 10만∼20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데에 크게 놀라며 의아해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매년 20만명 이상의 청소년이 집을 나와 거리를 떠돈다. 이 중 ‘배가 고파서’, ‘잘 곳이 없어서’ 등 이유로 성매매에 유입되는 여성 청소년이 10명 중 6명 꼴인 점을 감안하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 사이의 간극이 생각보다 넓은 셈이다.


이 간극은 정말 좁혀질 수 없는 걸까. 세계일보 취재팀이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과 함께 진행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어느 정도 가닥이 보인다. ‘청소년 성매매 단속 강화에 다소 보수적일 것’이란 통념과 달리 국민들은 아동·청소년 성매매의 ‘통로’로 불리는 채팅앱 규제에 상당수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9명 “채팅앱 규제 강화 공감”

‘흔적’이 남지 않는 채팅앱은 청소년 성매매가 벌어지는 핵심 고리다.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성매매에 가장 많이 이용된 경로는 채팅앱이 67%로 가장 많았다. 같은 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자료를 봐도 청소년들의 조건만남 경로는 채팅앱과 랜덤채팅앱이 각각 37.4%, 23.4%로 절반 이상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정보기술(IT)산업 위축’ 등 이유로 규제를 망설이고 있다. 2016년 이런 통계에 근거해 255개 시민단체가 채팅앱 운영자 4명을 검찰에 고소했지만 불기소 처분으로 끝났다. 정부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의 ‘면죄부’까지 쥐어진 셈이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청소년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해 채팅앱 제재가 필요하다고 봤다.
17일 공공의창이 여론조사업체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6∼27일 진행한 인식조사 결과(신뢰수준 95%, 최대허용오차 ±3.10%P)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9명은 ‘채팅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청소년 성매매 경로의 약 67%가 채팅앱’이란 정부 자료 제시 후 채팅앱 규제 강화에 얼마나 공감하는지 묻자 75.7%가 ‘매우 공감한다’, 14.1%는 ‘공감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채팅앱에서 대화 상대방이 성인인지 구분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77.7%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둬야 할 규제’와 관련해서도 ‘채팅앱 운영자 처벌’(45.3%)이 ‘성 구매자 처벌’(32%), ‘성매매를 한 청소년 처벌’(15.6%)보다 높게 나타났다. 성매수자 처벌보다는 성매매 통로 차단이 우선이란 것이다. ‘관련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문항에도 전체의 93.8%가 공감했다.

십대여성인권센터 관계자는 “국정감사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청소년 성매매, 채팅앱 문제가 계속해 불거진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성·중장년층일수록 ‘온정적 시각’

몇몇 문항에서는 남녀 간, 세대 간 시각차가 엿보였다. 예컨대 규제 관련 질문에서 여성 응답자 중 38.8%가 ‘성구매자 처벌’을 꼽은 반면 남성은 25.3%로 10%P 이상 차이를 보였다. 거꾸로 ‘성매매 청소년 처벌’ 비율은 남성이 19.4%로 여성(11.8%)보다 높았다. 서던포스트 관계자는 “여성들은 채팅앱 규제 강화와 관련해 ‘매우 공감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다”며 “여성들이 자신과 관련한 일로 여겨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청소년들이 성매매를 하는 이유’에 대한 견해도 달랐다. 전체적으로는 ‘가출·가정폭력 등 환경적 요인’(30.1%), ‘돈을 쉽게 벌기 위해서’(29.5%), ‘예상되는 피해를 인지하지 못해서’(14.1%) 순이었다. 이와 달리 남성 응답자들은 ‘돈을 쉽게 벌기 위해서’(34.0%)를 먼저 꼽았다. ‘청소년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예상되는 피해를 인지 못해서’란 응답에서는 여성이 7.2%P 더 높았다.

또 ‘청소년 성매매는 성인 성매매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응답이 88.7%로 나오는 등 국민들은 청소년 눈높이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40대와 50대의 응답률이 각각 92.6%, 92.8%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20대는 77.8%만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은 엄중한 처벌 같은 ‘처방’보다는 성매매 통로 차단 등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도 파악됐다. 청소년 성매매 해결을 위한 지원 방안과 관련해선 ‘청소년 대상 성범죄 예방 제도 강화’(35.8%), ‘가출 등 위기 청소년 지원 강화’(28.1%)의 응답률이 높았던 반면 ‘성매매 피해 청소년 지원 강화’는 6.9%에 그쳤다.

전윤정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IT기술 발전에 따라 새롭게 나타난 성매매의 규제 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초대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강지원 푸르메재단 이사장은 “청소년 성매매 문제가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른과 사회의 책임도 있다는 인식이 퍼진 것으로 보인다”며 “상식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회부=박현준·남정훈·권구성·이창수·김주영·김청윤 기자  bueno@segye.com
<십대여성인권센터, 공공의창 공동기획>
‘공공의창’이란=리얼미터·리서치뷰·우리리서치·리서치DNA·조원씨앤아이·코리아스픽스·타임리서치·한국사회여론연구소·한국여론연구소·피플네트웍스리서치·서던포스트·세종리서치·현대성연구소·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등 14개 여론조사 및 데이터분석 기관이 모인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2016년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반영할 수 있는 조사, 정부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공동체를 강화할 수 있는 조사를 해야 한다’는 기치 아래 공익성 높은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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