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수소차 ‘가속페달’… “2030년 年 50만대 생산”

‘FCEV 비전 2030’ 공개 / 충주에 연료전지 제2공장 신축 / 7조여원 투자·5만명 고용 계획 / 정의선 “제조 넘어 수소사회 선도”/ 성공 위해선 규제 철폐 등 과제 / 정부, 2019년에 4000대 보급 계획

세계 최고의 수소전기차(FCEV)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현대자동차그룹이 2030년까지 연산 50만대 수소차 생산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차 개발·제조를 넘어 수소가 주요 에너지원인 ‘수소경제사회’를 선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정의선 “수소차 넘어 수소경제 선도”

현대차그룹은 11일 충북 충주에 있는 현대모비스 공장에서 ‘수소차의 엔진’ 격인 연료전지시스템(스택) 생산 확대를 위한 제2공장 신축 기공식을 열었다. 스택은 수소차 생산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말까지 공사를 마무리해 현재 연간 3000대 규모인 생산 능력을 2022년 4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차 및 수소에너지 중장기 로드맵인 ‘FCEV 비전 2030’도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승용과 상용 등 수소차 50만대 생산체제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약 124곳인 수소 부품 협력사와 2030년까지 연구·개발(R&D)과 설비 확대에 총 7조6000억원을 신규 투입하기로 했다. 신규 고용은 5만1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현대차그룹은 연료전지시스템을 외부에 판매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2030년 생산 목표인 70만기 중 약 20만기는 이런 외부 공급용으로 책정됐다.

이날 정의선 수석총괄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그룹 비전을 발표한 점도 눈길을 끈다. 곧 단행될 임원인사와 맞물려 그룹 세대교체가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기공식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진행 현대차 사장, 임영득 현대모비스 사장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11일 현대모비스 충주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생산공장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총괄부회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시종 충북도지사(오른쪽부터) 등 정관계 인사와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이 안병기 현대모비스 전동화사업부장(상무·왼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부는 규제철폐, 기업은 단가절감 과제

현대차가 수소에너지 산업 전반에서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정부 차원에서 수소산업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거는 일본, 중국 등에 비하면 한 발 늦은 데다 각종 규제가 산업 활성화를 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매킨지에 따르면 2030년까지 최대 220만대의 차량에 수소에너지가 활용되고 기차, 선박, 지게차 등 예상 가능한 모든 운송수단에 쓰이면서 550만∼650만개의 수소연료전지가 필요할 전망이다. 특정 기업의 사업이 아닌 국익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성 장관은 “업계가 구축한 성장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며 “내년 수소차 보급을 올해의 5배 이상인 4000대로 늘리고, 2022년까지 전국에 수소충전소 310개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과 협력사는 기술 개발과 상품성 확보로 단가를 떨어뜨려야 한다. 넥쏘만 해도 7000만원 안팎(보조금 제외)인 판매가는 원가 수준으로 알려진다. 현대차 관계자는 “시장 형성을 위해 부품값만 받는 셈”이라며 “연산 10만대 수준이 돼야 초기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와 맺은 ‘수소차 동맹’이 이런 규모의 경제는 물론 국제표준 선점 노력에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수소차처럼 수소에너지를 활용하는 신산업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로서 산업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