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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덕분에 사업 진행… 발달장애인 소통 도울 것”

입력 : 2018-12-12 03:00:00 수정 : 2018-12-12 13: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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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소소한소통’ 백정연 대표 / 이해 어려운 문서?정책 쉽게 바꿔줘 / 첫 제작물은 미란다원칙 권리 안내서 / 근로계약서·공공장소 예절 등도 작업 지난 6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소소한소통(소소)’ 사무실을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택시를 탔지만 기사는 ‘저기 안쪽인 것 같으니 들어가 보라’며 골목 앞에서 내려줬고, 몇 바퀴를 돌다 간신히 사무실을 찾았다.

소소의 백정연 대표는 기자를 만나자 마자 “찾아오는 데 힘들지 않았냐”며 말을 건넸다. 기자는 “지도를 보고도 조금 헤맸다”고 답했다. 백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이 “일반 사람들이 지도를 보고도 한 번에 찾아오기 어려운 곳에 사무실이 있는데 발달장애인들은 더 어려울 것”이라며 “소소는 이런 사람들에게 쉬운 정보를 주는 사회적기업”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6일 서울 구로구 사회적경제창업지원센터에 위치한 소소한소통 사무실에서 백정연 소소 대표가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제작한 인쇄물을 소개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소소는 2016년 말 설립된 발달장애인을 위한 정보 제작 업체다. 이 기업은 일반적인 서류 등 장애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문서에 섞인 단어를 쉬운 말로 바꿔준다.

백 대표는 소소가 처음 제작한 자료를 보여줬다. 창원경찰청이 의뢰해 만든 안내문 ‘권리를 알려드립니다’였다. 백 대표는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간 발달장애인들에게 경찰은 미란다 원칙(진술거부권, 변호인선임권 등) 등이 적힌 종이를 보여주고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발달장애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도 없다”며 “이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쉬운 용어와 그림으로 설명한 자료집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조사를 받기 전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늦은 시간 경찰이 물어보는 말에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권리가 그림과 함께 표현돼 있었다.

근로계약서도 인상적이었다. 회사 이름과 근무자 이름, 일하는 시간과 장소, 업무 내용, 근무시간 등을 그림과 함께 쉬운 용어로 풀어 써 놨다. 백 대표는 “노무사들에게 검수를 받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받은 뒤에 작업이 마무리됐고 무료로 이 파일을 배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23만 명 중 대부분의 발달장애인은 모두 일할 능력을 갖췄지만 일하기까지의 과정이 어려워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례식장에서 또는 극장에서 지켜야 할 예절 등을 설명한 인쇄물도 눈에 들어왔다.

백 대표는 창업에 앞서 2004년부터 15년간 발달장애관련 현장에서 근무했다. 그는 정부 중앙부처와 협의해 발달장애인을 돕는 일을 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한다. 백 대표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행정보다는 조직을 위한 일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발달장애인법에는 ‘국가와 지방단체는 정책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백 대표는 여전히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태풍 내습이 예상된다는 경고문자에 발달장애인들은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 같은데 ‘내습’이란 단어를 이해하지 못했다”며 “경고를 하는 메시지도 어려운 단어투성이”라고 꼬집었다. 백 대표는 “은행거래와 휴대전화 계약도 어렵고 또 공약도 이해하기 어려워 참정권까지 침해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소는 올해 2월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았지만 자금이 없어 애를 먹었다. 하지만 이 기업은 ‘LG소셜캠퍼스’ 지원을 받아 자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백 대표는 “예산이 부족해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다”며 “LG의 지원이 없었다면 회사가 지금까지 운영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와 LG화학은 최근 상생을 위한 프로그램인 LG소셜캠퍼스를 친환경 사회경제 활성화 분야까지 확대했다.

정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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