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국제법센터장은 지난 11월 발간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관한 국제법적 검토’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은 평화협정 체결 이전 단계에서 별도로 추진되고 있는 ‘정치적 합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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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사랑채 광장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 설치돼 눈길을 끌고 있다. 김경호 기자 |
판문점선언 제3조 제3항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구분하여 언급하고 있다. 판문점선언 당시 정부 설명과 판문점 선언을 종합적으로 해석하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은 평화협정 체결 이전 단계에서 별도로 추진된다. 이 연구위원은 “정전협정이 비정상적으로 약 65년이나 지속되고 있는 이례적 상황에서 법적 결과를 수반하지 않으나 향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를 공식적으로 공표하기 위해서라도 종전선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정전협정 자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전쟁 종전선언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은 전쟁의 종료와 관련 국가간의 평화 구축이다. 하지만 이후 평화협정 체결까지의 과정을 고려한다면 종전선언의 내용은 두 가지로 구별된다고 이 센터장은 설명했다. △상당한 협상력을 투자하여 포괄적인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이후 최대한 짧은 시간 내에 평화협정 체결에 도달하는 방안 △단순히 종전을 언급하는 몇 줄짜리 기본적인 종전선언만 추진하고 이후 북한의 비핵화 정도에 따라 실효성 있는 평화협정 체결을 구상하는 방안이다. 종전선언 추진에 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것인지, 아니면 기본적인 종전선언만을 추진하고 이후 평화협정 체결에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 것인지의 문제다.
이 센터장은 “한국 정부가 종전선언 자체가 법적 구속력 없는 정치적 합의에 불과하다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시간과 협상력을 절약하기 위해 기본적인 종전선언만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빠른 시일 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추진해 온 정부로서도 기본적인 종전선언을 추진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 센터장은 “불필요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기본적인 종전선언에 평화협정 체결 시까지 여전히 정전협정이 한반도를 규율한다는 단서를 부가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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