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국은행과 금융시장에 따르면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2006년(2만795달러) 2만달러 시대를 연 지 12년 만에 3만달러를 넘게 된다. 올 3분기까지 추산된 GNI는 총 2만3433달러였다. 그렇지만 성장률을 비롯한 각종 경제지표가 나빠지고 있어 ‘축배’를 들 수 없는 상황이다. 한은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2.7%로 2012년(2.3%)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며, 금융기관에 따라 2%대 후반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들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체감경기가 좋지 못하다. 나날이 수출 의존도가 커지는 가운데 대다수 가계의 살림살이와 밀접한 내수경기는 오히려 더 악화하고 있다. 소비·투자 등 내수의 성장 기여도(전기 대비)는 3분기 -1.3%포인트로, 2011년 3분기(-2.7%포인트) 이후 가장 낮았다. 반면 3분기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1.7%포인트로 사실상 떨어지는 내수를 수출이 떠받치고 있다.
업종 및 기업의 규모별 양극화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생산 증가율은 올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반면 비 ICT산업 생산 증가율 평균은 2009년 2분기(-1.2%) 이후 최소인 0.7%에 그쳐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석유화학, 기계, 건설, 자동차, 철강, 조선을 비롯한 주요 산업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특히 건설투자는 전 분기 대비 -6.7%로 외환위기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또 올해 2분기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7.8%로 1년 전보다 0.4%포인트 상승했지만 중소기업은 7.3%로 0.1%포인트 하락했다.
가계소득 격차도 나날이 커지는 양상이다. 올 3분기 기준,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가구 소득은 1년 전보다 7.0% 감소했다. 1분위 가구 소득은 1분기 -8.0%, 2분기 -7.6%에 이어 올해 내내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차상위 계층인 2분위(하위 20∼40%) 소득도 올해 3분기 연속 감소했다.
반면 5분위(상위 20%) 소득은 3분기 8.8% 증가하는 등 올 전체 가구 중 소득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3분기 기준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52배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던 2007년(5.52)과 같았다. 5분위 배율은 상·하위 20% 가구 소득을 비교한 지표로, 수치가 클수록 불평등도가 크다는 뜻이다.
홍석철 서울대 교수는 “양극화 확대는 구조적인 문제인데 정책은 혁신성장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해결 대책은 부족한 채 수요 측면에만 방점을 두고 있다”며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도록 기업 활성화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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