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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의영화산책] 사람 사이의 온정이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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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07 23:10:34 수정 : 2018-12-07 23: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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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불황이 지속되면서 창업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러나 인건비도 상승되어 어떤 사업 아이템을 어떻게 운영해야 수익이 날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더해지고 있다. 창업 관련 서적이 인기인 것도 이 점에 기인한다. 막상 창업을 하더라도 처음부터 잘 되는 것은 아니어서, 손님이 늘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기간도 점주를 지치게 한다.

영화 ‘카모메 식당’(감독 오기가미 나오코)은 색다른 외국에서 새롭게 삶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의 꿈을 대변해주기라도 하듯, 주인공 일본인 여성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가 고향을 떠나 핀란드 헬싱키에 정착하여 길모퉁이에 조그만 일식당을 창업한 것으로 시작한다. 영화는 창업 아이템이 어떤 과정으로 성공하게 되는가를 잘 보여준다. 창업 초기 사치에는 고객인 핀란드 사람들에 대한 기호를 파악하지 못하고 자신이 즐기는 일본식 주먹밥을 주 메뉴로 놓고 사람들을 기다린다. 그러나 일식당이 낯선 핀란드 사람들은 한 달이 넘도록 식당 유리문 바깥에서 구경거리로 즐길 뿐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매일 오는 사람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은 토미(자코 니에미)뿐이다. 처음 들어온 사람은 커피는 무조건 공짜라는 원칙 아래 토미는 매일 아침 공짜 커피를 마시러 온다.

세계 지도를 펴놓고 아무 곳이나 찍어서 여행 온 미도리(가타기리 하이리)와 시내 서점에서 만나게 되면서 식당은 변화의 전기를 맞게 된다. 미도리가 합류하게 된 식당은 커피와 갓 구운 시나몬 케이크라는 핀란드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메뉴로 사람들을 모이게 한 다음, 일본식 음식을 핀란드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개발하는 각고의 노력을 한다. 그러나 음식 맛과 메뉴만으로 사람들을 모으기는 쉽지 않다.

식당도 사람이 모이는 곳이어서 휴머니즘 마케팅이 가장 유효하다. 카모메 식당은 외로운 사람들에게 진심어린 관심을 가지고 힘이 되어 주면서 한명 한명이 고객이 되어 간다. 일본 고유의 소박한 음식인 주먹밥으로 핀란드 사람들과 정을 나누는 모습은 인간 모두 외롭고 정을 나누고 싶어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헬싱키의 명소 곳곳을 보여주면서 위로받는 힐링 영화 ‘카모메 식당’은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 사이의 소통,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임을 말해준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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