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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그냥 때렸으면”… 따돌림에 멍 드는 아이들 [청소년 氣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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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05 19:33:10 수정 : 2018-12-06 07:5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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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진화하는 교내 따돌림 / 사이버폭력도 기승
#1.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유진(16·가명)양은 아직도 2년 전 일을 떠올리면 몸서리를 친다. 김양은 중학교 2학년이던 2016년 교내 동아리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아직까지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 동아리원들은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김양을 ‘없는 사람’ 취급했고, 나중에는 김양만 남겨 놓고 모두 방을 나갔다. 하루는 6명이 김양을 둘러싸고 폭언을 쏟아낸 적도 있다. 김양은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으나, 학교 측은 ‘학교폭력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양은 “차라리 맞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2.지난달 인천에서는 중학교 2학년 A(14)군이 또래 학생 4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다가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공분을 샀다. 가해 학생들은 집단 폭행 사실을 숨기기 위해 A군이 혼자 목숨을 끊은 것처럼 말을 맞춘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은 혼혈이라는 이유로 어릴 때부터 동네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해왔다고 한다.

집단 폭행 혐의를 받는 가해 중학생들. 연합뉴스
갈수록 교묘해지는 따돌림에 우리 아이들이 신음하고 있다. 따돌림은 물리적인 폭력에 비해 겉으로 드러나는 피해는 적지만, 보다 긴 시간 동안 여러 명에게 시달릴 수 있어 피해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정보통신기술 발전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폭력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당국의 대책이 보다 세밀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단 따돌림·사이버폭력 피해 증가 추세

5일 교육부의 최근 3년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집단 따돌림과 사이버 괴롭힘(불링)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올해 5월 실시한 1차 조사에서 지난 2년에 비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집단 따돌림을 겪은 초·중·고교생은 1000명당 4.3명, 사이버 괴롭힘은 2.7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차 조사보다 약 1명씩 는 것이다.

숫자로 따지면 올해 전체 초·중·고교생의 1.3%인 5만여명이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집단 따돌림은 17.2%로, 8600명 정도다. 사이버 괴롭힘 피해 학생은 5400여명(10.8%)이다. 1, 2차 조사가 시점과 대상 등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1차 조사끼리만 비교해보면 집단 따돌림과 사이버 괴롭힘 피해는 매년 증가 추세다.

일선 학교현장의 집단 따돌림·사이버 괴롭힘 실태는 이보다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7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사이버폭력 피해 경험 비율은 16.6%다. 사이버 괴롭힘이 사이버폭력에 포함되는 개념이긴 하지만 교육부 실태조사 결과에 비해 그 비율이 월등히 높다.

◆어딜 가도 ‘띵동’… 벗어날 수 없는 굴레

특히 사이버폭력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초·중·고교생 4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사이버 폭력 가해 경험이 있다는 비율(16.2%)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가해 이유는 ‘상대방이 싫어서’가 42.2%로 가장 많았고, ‘상대방이 먼저 그런 행동을 해서’가 40.0%였다. 피해 학생이 다시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셈이다.

사이버폭력의 유형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표적인 것이 사이버 공간에서 특정인을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사이버 괴롭힘이다. 사이버 괴롭힘에는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에서 피해자를 대화방에 초대한 뒤 무시하며 방을 나가지도 못하게 하는 ‘카톡감옥’과 피해자만 남겨 놓고 다른 참가자들이 한꺼번에 방을 나가는 ‘방폭’, 특정 피해자에게 단체로 폭언이나 욕설을 퍼붓는 ‘떼카’ 등이 있다. 학교에서 피해 학생의 휴대전화를 다른 아이들이 핫스팟(무선 인터넷 공유기)처럼 이용하며 데이터를 마음대로 쓰는 ‘데이터 셔틀’도 사이버 괴롭힘의 일종이다.

피해 학생들은 사이버 괴롭힘이 ‘벗어날래야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이었다고 호소한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 전담기관인 대전 해맑음센터의 차용복 부장은 “사이버폭력 피해 학생이 새벽에 갑자기 머리나 배가 아프다고 호소해 병원에 데려가도 신체적으로는 아무 이상 없는 경우가 많다”며 “스트레스를 그만큼 많이 받는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심각성 인지하고 세밀한 대책 마련해야”

사정이 이런데도 따돌림이나 사이버폭력은 그 피해에 비해 경시되는 경향이 있다. 김양의 사례처럼 학교 측에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고 알려도 학교폭력으로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방통위·인터넷진흥원의 보고서에서도 사이버폭력 피해 학생의 23.6%가 ‘신고해봤자 소용없을 것 같아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학생, 학교, 교육당국 모두 따돌림과 사이버폭력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폭력은 언제나 존재했지만, 요즘 학교폭력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며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일반 폭력보다 피해가 훨씬 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할 경우 학교에만 맡기기보다는 교육지원청 정도 단위에서 해결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피해 학생 상담·치유와 가해 학생 처벌·교화를 위한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금주 교수는 “논란이 일 때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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