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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백악관 가면 이 와인 마신다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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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25 10:36:53 수정 : 2018-11-25 10: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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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초의 샴페인 방식 스파클링은 슈램스버그 / 1972년 닉슨-저우언라이 총리 회담때 평화의 축배로 사용돼 / 모든 와인을 매해 생산되는 포도로만 빚는 빈티지로 만들어 얼마전 지인이 미국 캘리포니아를 여행하다 마트에서 재미있는 와인을 발견했다며 사진 한장을 보내왔습니다. 병 레이블에 ‘CALIFORNIA CHAMPAGNE(캘리포니아 샴페인)’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미국에서 저렴한 대중적인 스파클링 코벨(Korbel)인데 친절하게 샴페인 방식(METHODE CHAMPENOISE)으로 만들었다는 설명까지 표시돼 있습니다. 
레이블에 CALIFORNIA CHAMPAGNE으로 표기된 코벨

그런데 ‘캘리포니아 샴페인’은 불법이며 엉터리 표기입니다. 샴페인은 프랑스 파리에서 떼제베를 타고 동쪽으로 50분 거리에 있는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와인에만 붙일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놓았기 때문이죠. 실제 프랑스 상파뉴양조자협회(CIVC)는 샹파뉴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에 샴페인이라고 표기하는 와인들을 찾아내 소송을 걸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코벨은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왜 샴페인이라고 표기를 했을까요.
미국 최초로 전통방식으로 생산한 스파클링 슈램스버그

샴페인은 커다란 탱크에서 발효와 숙성이 모두 끝나는 일반 스파클링과는 양조과정이 많이 다릅니다. 1차 발효가 끝난 와인을 병에 효모, 당분과 함께 담아 2차 발효와 숙성을 진행하는데 이때 좁은 공간에서 아주 미세한 버블이 만들어집니다. 버블 알갱이가 작을수록 부드러워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특히 샴페인은 규정한 최소한 15개월 이상 숙성해야 하는데 효모 찌꺼기와 함께 오랜 병숙성을 거치면 샴페인은 브리오슈 같은 깊고 구수한 빵과 효모의 풍미가 와인에 풍성하게 깃들게 됩니다. 생산기간이 길고 상파뉴에서 나는 포도의 품질도 뛰어나니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어 ‘샴페인=프리미엄 와인’으로 여겨지죠. 코벨은 이를 노려 샴페인이라 표기한 겁니다.
슈램스버그 블랑 드 블랑

샴페인을 만드는 방식을 전통방식(Traditional Methode)이라고도 하는데 상파뉴뿐아니라 많은 와인 생산국에서 전통방식으로 만든 스파클링을 생산합니다. 포도 품종도 샴페인과 같이 샤르도네, 피노누아, 피노뮈니에를 사용하는 스파클링도 많습니다.
슈램스버그로 건배하는 닉슨 대통령(왼쪽)과 저우언라이 총리
슈램스버그가 만찬에 쓰인 사실을 전한 당시 워싱턴 포스트 기사

미국에서 최초로 전통방식 스파클링을 생산한 와이너리는 슈램스버그(Shramsberg)입니다. 미국과 중국 수교의 디딤돌이 된 1972년 미국 닉슨 대통령과 중국 저우언라이 총리의 역사적인 베이징 회담때 양국 정상이 슈램스버그 블랑드 블랑(Blanc de Blancs) 1969 빈티지로 ‘평화를 위한 축배’를 들면서 유명해진 와인이죠. 이후 미국 대통령들이 국내외 국빈만찬에서 자주 사용하는 스파클링을 자리잡았습니다. 따라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 백악관을 방문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때 슈램스버그가 식탁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답니다. 
슈램스버그 블랑 드 블랑

슈램스버그 블랑 드 블랑은 나파밸리와 소노마에서 생산되는 샤도네이 100% 와인으로 신선한 레몬, 감귤, 청사과와 잘 익은 복숭아, 파인애플향이 우아하게 입안에서 퍼집니다. 3년동안 효모 숙성을 거쳐 샴페인처럼 빵과 구운 아몬드 등의 복합적인 아로마가 매력적으로 잘 어우러집니다.
빈티지가 표시된 슈램스버그 레이블

슈램스버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또 하나가 있습니다. 샴페인은 포도 품질이 아주 뛰어난해에만 빈티지 샴페인을 만듭니다. 넌빈티지 샴페인은 일관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그해 생산된 포도로 만든 와인과 품질이 좋은 해에 생산된 포도로 만들어 보관해놓은 여러해의 ‘리저브급’ 와인을 섞어서 만들어 만들죠. 하지만 슈램스버그는 모든 와인이 빈티지랍니다. 그만큼 매해 뛰어난 품질의 포도가 일관되게 생산된다는 얘기입니다. 
 
제이콥 슈램(Jacob Schram )과 애니(Annie)
제이콥 슈램
슈램스버그 지하 셀러
슈램스버그 지하 셀러

슈램스버그 역사는 1862년 올라갑니다. 독일인 이민자 제이콥 슈램(Jacob Schram )과 애니(Annie)가 나파밸리 최북단 칼리스토가 다이아몬드 마운틴 근처에 포도밭을 조성하고 집을 짓고 살면서 시작됩니다. 당시 지은 길이 3.2㎢의 지하동굴은 미국 와인 산업 초창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역사적 유적이 됐습니다. 
잭 데이비스(Jack Davies)와 부인 제이미(Jamie)

하지만 금주령과 포도나무 뿌리를 병들어 죽게하는 필록세라가 덮치면서 포도농사는 계속되지 못하고 방치됩니다. 이 포도밭을 되살린 이가 잭 데이비스(Jack Davies)와 부인 제이미(Jamie)로 1965년 땅을 사들여 당시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샴페인 방식으로 스파클링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특히 넌빈티지로 기본급 샴페인을 만드는 상파뉴와 달리 데이비스는 모든 스파클링을 빈티지 상품으로 만드는 획기적인 시도를 시작해 1969년에 첫 빈티지 블랑 드 블랑이 탄생합니다. 
와인 상태를 살피는 잭 데이비스
잭 데이비스

1972년 미국 정부에서 슈램스버그로 전화가 오는데 슈램스버스 15케이스를 근처 공군 기지로 보내줄 것을 요청합니다. 얼마뒤 이웃들이 데이비스에게 전화를 걸어 다급한 목소리로 “당신 와인이 지금 TV를 도배하고 있다”고 알려주는데 바로 닉슨과 저우언라이 총리의 만찬에서 슈램스버그 블랑 드 블랑을 마시는 장면입니다. 와인을 보낼 당시만 해도 어떤 용도인지 전혀 모르고 보냈다고 하네요. 결국 돈 한푼 안들이고 최고의 광고를 찍은 셈이네요.

당시는 신맛이 날 정도의 산도를 지녀야 샴페인의 핵심이라고 여기던 시절이었는데 데이비스는 부분적으로 젖산 발효를 해 날카로운 산도를 부드럽게 만들고 여러해 사용한 프랑스 오크배럴에서 숙성해 오크 풍미를 최대한 절제하는 등 자기만의 독창적인 양조를 시도합니다. 포도품종은 샴페인에 사용한 3개 품종중 피노 뮈니에를 제외한 피노 누아와 샤도네이로만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피노 뮈니에는 와인의 구조를 떨어뜨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캘리포니아는 포도가 완숙하는데 별 문제가 없는 기후인데 비교적 빨리 익는 조생종인 피노 뮈니에가 필요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군요. 
슈램스버그 블랑 드 누아

슈램스버그 블랑 드 누아(Schramsberg Blanc de Noirs) 2013은 소노마,나파밸리, 마린 (Marin), 멘도시노(Mendocino)에서 나는 피노 누아 90%에 샤도네이를 블렌딩합니다. 잘 익은 복숭아, 살구, 딸기, 오렌지 등 과일향이 풍성하고 3년 숙성을 거칩니다.
슈램스버그 브뤼 로제

슈램스버그 브뤼 로제(Schramsberg Brut Rose)는 2015 피노 누아 59%이며 샤도네이가 41%로 비교적 많이 들어갑니다. 산딸기와 체리향이 강하며 오렌지 풍미와 바닐라도 약하게 어우러집니다. 
램스버그 크레망 드미섹

슈램스버그 크레망 드미섹(Schramsberg Crement Demi Sec) 2014는 플로라(Flora)71%, 피노 누아) 16%, 샤도네이 13%가 들어갑니다. 플로라는 UC Davis 대학이 개발한 품종인데 세미용과 게뷔르츠트라미너의 교잡종으로 세미용의 깊이감과 게뷔르츠트라미너의 직설적인 과실 느낌을 동시에 지녔습니다. 드미섹의 당도는 리터당 32∼50g으로 높은 편이고 버블도 부드러워 디저트와 함께 마셔도 좋답니다. 플로라가 주 품종인 만큼 꽃향이 넘쳐나고 살구, 복숭아, 파인애플 등 과일맛도 입안을 즐겁게 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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