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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의 게임’에 어떻게 말려들었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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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24 18:00:00 수정 : 2018-11-24 1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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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한 지 거의 6개월이 흘렀으나 양측간 비핵화 협상은 장기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북한은 내년 초로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에는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도 이 회담 준비를 위한 고위급 회담이나 실무 회담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 조야에서는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회의론이 널리 퍼지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 실패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 중앙정보국(CIA) 선임 분석관을 지낸 켄트 해링턴 (Kent Harrington)과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의 기자 출신인 존 월코트(John Walcott) 조지타운대 교수는 24일(현지시간)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게재한 ‘김정은이 어떻게 트럼프를 가지고 놀았나’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북·미 협상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사진=AP·연합뉴스
◆허 찔린 트럼프

해링턴과 월코트는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망하고 있다”면서 “지난 첫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이 시종일관 트럼프의 허를 찌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트럼프가 세계적 수준의 협상가라고 자처하고 있지만, 진실은 김정은이 트럼프의 수를 다 읽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진짜이든 속임수이든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며 비핵화 약속을 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위협이 쏙 들어갔고, 문재인 대통령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였으며 국제적인 대북 제재를 허물어뜨리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두 전문가는 “김정은은 북한의 핵 능력이 전혀 손상을 입지 않은 상태에서 이 모든 것을 얻어냈고, 비밀리에 최소한 16곳의 탄도 미사일 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2차 회담을 함으로써 자신이 새로 구축한 국제적인 정통성을 강화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을 받으려 한다고 이들이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업적만으로 김일성 전 주석·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통해 역사적이고, 개인적인 성공을 거뒀다고 두 전문가가 지적했다.

두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는 대조적으로 자신이 노력한 결과로 내세울 게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북한에 비핵화 로드맵을 요구했으나 북한은 비핵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핵·미사일 목록 제공조차 완강히 거부했다. 두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발뺌을 하는 것은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수를 잘 읽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광학유리를 생산하는 평안북도의 대관유리공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18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김정은의 전략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을 받았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지지 않으려 하고, 국제 사회의 주목을 한몸에 받으려는 나르시시스트라는 사실을 김 위원장이 간파하고 있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어느 선에서 타협을 볼지 미지수로 남아있다. 두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동의했으면서도 이를 위한 예비회담을 늦춤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노선이 어디인지 탐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비핵화를 하겠다고 약속한 뒤 상응 조치로 처음에는 종전선언을 미국에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12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미국 정부 관리들과 동맹국을 놀라게 했다. 북한은 그다음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계기로 미국에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두 전문가는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충동적인 성격으로 인해 이 요구를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제재를 풀지 않으면 핵·미사일 도발을 재개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두 전문가는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과의 대화에 매달릴수록 김 위원장은 자신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진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실제로 북한에 대한 요구 조건을 하나씩 거둬들이고 있다. 미국은 ‘서두르지 않겠다’며 비핵화 시한 설정을 포기했고, 2차 정상회담 전 핵·미사일 목록 제공 요구도 철회했다. 한·미 양국은 연합 군사 훈련도 연거푸 중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식 및 본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김정은 편들기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을 성사시켜 4차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할 계획이다. 해링턴과 월코트는 “문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는 남북 화해에 달린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지난 10월에 유럽을 방문해 대북 제재 완화 로비전을 전개했다”고 강조했다. 두 전문가는 “문 대통령 정부는 북한을 억제하는 대신에 포용하려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연애편지’를 통해 두 사람 간의 브로맨스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2차 북·미 정상회담도 아직 궤도이탈을 하지 않은 상태이다. 두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지고 놀면서 비핵화를 계속 거부하는 데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12 정상회담 전에 한 차례 회담 취소 결정을 내렸었고,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불허하기도 했다. 두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게임이 더는 말려들지 않으려면 2차 북·미 정상회담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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