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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학교폭력과 다문화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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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21 21:30:02      수정 : 2018-11-21 21:30:01
지난 13일 인천 연수구의 한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동급생 4명의 집단폭행을 피하다 추락사 한 중학생이 다문화가정 자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교회에서 알고 지낸 지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이 사람들의 마음을 한없이 아프게 하고 있다.

그는 체구가 작고 마음이 여린 착한 아이였다. 아이는 러시아 국적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다문화 한부모가정 자녀였다. 한국인 아버지는 오래전 연락이 끊겨 행방을 알 수 없다고 한다. 아이는 초등학생 때부터 ‘러시아 엄마랑 사는 외국인’ ‘러시아 사람’이라고 놀림을 당했고, 일부 동급생의 괴롭힘으로 인해 학교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아이는 학교에 다니기 싫다며 여러 가지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학업에 충실하지 못했지만, 활발하고 표현성이 좋았고 다문화가정 친구와 잘 어울렸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경찰에 따르면, 아이의 초등학교 동창 등 남학생 세 명과 여학생 한 명은 사건 그날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아이에게 “패딩 점퍼를 벗으라”고 협박한 후 폭력을 행사했고, 아이는 이를 피해 달아났다. 가해 학생들은 이날 몇 시간 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돌려주겠다”며 아이를 불러내 사고가 난 아파트 옥상으로 끌고 가 다시 집단폭행을 가했다. 그러다 아이가 옥상에서 떨어졌는데, 가해 학생 4명이 아이를 폭행 중 밀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뒤 떨어뜨렸는지, 아이가 폭행을 당하다 뛰어내린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사고 사흘 후 가해 학생들이 인천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 남동경찰서를 나설 때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다. 아이의 어머니는 자신의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 ‘영장실질심사 위해 이동하는 중학생들’이라는 기사를 게시하고, 사진 속 베이지색 패딩 점퍼를 입은 학생을 가리키며 “내 아들을 죽였다. 저 패딩 점퍼도 내 아들 것이다”라는 댓글을 러시아어로 달았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수사를 통해 그것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가해 학생들은 “전자담배를 돌려주겠다”며 아이를 불러낸 것으로 경찰에 진술했으나, 시민들은 그보다 값비싼 ‘패딩 점퍼’를 이용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아이의 죽음이 왜곡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라는 분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고 있다.

지금 한국사회에는 수많은 학교폭력 피해자가 있다. 학교폭력 피해자는 사회적 약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문화가정에서 외롭게 살던 아이’는 학교폭력의 희생자가 됐다. 여성가족부의 다문화가족정책, 교육부의 다문화교육정책을 시행한 지도 10년이 훨씬 지났지만, 학교폭력 양상은 더욱 잔혹해지고 피해자 수도 여전히 많다.

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했으나, 가족·학교·지역사회 중 어디에서도 그 아이를 보살피지 못했다. 아이가 도움을 청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이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교사,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다문화 한부모가정’을 포용할 수 있는 지역사회도 필수다. 사회자본은 선진 복지사회의 기반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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