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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14세 중학생을 15층 아파트 밖으로 내몰았나… “차별과 혐오가 부른 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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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20 07:05:00 수정 : 2018-11-19 18: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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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인천 중학생 추락사 안팎 어머니의 국적과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받았다고 알려진 인천의 한 중학생(14)이 집단 폭행을 당한 끝에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아직 정확한 사건 경위가 다 밝혀지진 않은 가운데 피해 중학생은 초등학생 때부터 지속적인 괴롭힘과 따돌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간 폭행이 이어져오는 동안 사회가 사실상 이를 방치한 것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다문화 자녀에 대한 차별이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티이미지
◆지인 “피해 학생, 초등학생 때부터 괴롭힘 당해”

피해 중학생은 러시아 국적 어머니가 2009년 아버지와 이혼한 후, 어머니와 단 둘이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중학생의 지인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인천 연수동 청학아파트 14세 중학생 집단폭행 살인사건’이란 제목의 청원을 올리며 피해자가 초등학생 때부터 따돌림에 시달렸다고 전하며 가해 학생들의 강력한 처벌을 요청했다.

청원인은 청원글에서 “C군(피해 중학생)은 저희 교회에 다니는 학생이다. 체구가 작고 여린 마음 착한 아이”라며 “초등학교 때부터 일부 아이들의 괴롭힘으로 힘들어 했으며, 지금 가해자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있던 또래 아이들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다문화 가정에서 힘들고 외롭게 살던 아이였는데 죽기 직전까지도 엄청난 고통으로 너무나도 힘들어했을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진다”며 “제발 이 아이의 죽음이 왜곡되고 진실이 묻히지 않게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을 바란다”고 말했다.

집단 폭행 혐의를 받는 가해 중학생들.
연합뉴스
◆인천 다문화 학생 10명 중 6명, 학교 안 다녀...“차별이 문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 차별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주민들을 위한 법률지원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최정규 변호사는 19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위에 여러 제보 통해 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이런 집단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며 “학교나 사회에서 이런 내용을 알면서도 그냥 방치했다면 이런 부분들은 더 심각할 것 같다. 더 철저한 조사를 통해서 집단적 괴롭힘의 원인을 파악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최 변호사는 “올해 인천시교육청 발표 자료를 찾아봤는데 전국 다문화학생이 10만 명이고 그 중 6000명 정도가 인천에 살고 있다”며 “(그런데) 학교에 다니지 않는 비율이, 상당히 제가 이거 보고 놀랐는데 63.1%가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다고 파악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전국적으로도 통계가 비슷할 텐데”라며 “결국 학교나 이런 교육시스템에서 다문화 자녀들이 굉장히 적응을 못하고 있고 또 배제돼 있다는 부분이 심각하게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관계가 너무 어려워”...학업중단하는 다문화 출신 자녀들

실제 다문화 출신 자녀의 학업 중단율은 내국인 가정보다 훨씬 높다. 교육부가 발표한 '다문화 학생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내국인 다문화 가정의 초등학교 학업 중단율은 2012년 0.8%에서 2014년 0.9%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감소 추세인 내국인 학생과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중학교 역시 내국인 학생의 학업 중단율이 2012년 0.8%에서 2013년 0.7%, 2014년 0.6%로 꾸준히 감소하는 동안 다문화 학생은 매년 1.2%를 유지했다.

다문화학생이 학교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관계의 어려움 때문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가 2016년 발표한 '전국 다문화 가족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 자녀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서'(64.7%·복수응답)로 나타났다. 이어 '학교 공부에 흥미가 없어서'가 45.2%,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해서'가 25.3% 등이 뒤를 이었다. '외모 때문'도 7.7%를 차지했다.

◆시민단체 활동가 “아프리카 아이들 더럽다며 반까지 따로 운영”

강슬기 의정부엑소더스이주민센터 활동가는 이날 최 변호사와 같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번 일(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로 또 다시 ‘이주배경 청소년을 왕따를 당하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다’는 낙인이 될까봐 좀 우려가 됐다”면서도 “이주배경이라는 것 때문에 피해를 받는 학생들이 있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생김새나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그런 모습 때문에 왕따나 지나친 놀림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번은 이주배경 가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교실 책상에 누가 ‘너의 나라로 돌아가’ ‘꺼져’ 이렇게 적었고 그걸 CCTV로 찾아보니까 제일 친했던 친구가 썼던 걸로 밝혀진 사례도 있었고”라며 “학교뿐만 아니라 유치원에서도 이런 차별이 일어난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 대륙 출신 아이들은 더럽다’면서 한국 아이들과 반을 나눠서 운영한다든가, 집에 돌아온 아이의 기저귀에 대변이 있었는데도 유치원에서 종일 갈지도 않았고 이런 일들이 있었다”고 차별 사례를 전했다.

강 활동가는 “저는 차별이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문화아동부터 학교가면 다문화청소년, 군대가면 다문화군인, 결혼하면 다문화가정, 누군가를 분류하기 위해서 꼬리표 계속 붙여나가는 이 상황이 저는 심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정체성 앞에 이 사회가 그 정체성을 규정짓는 어떠한 단어 붙인다는 것 자체가 차별 아닐까 싶다”고 꼬집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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