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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교실 벗어나 미니 콘서트… ‘예술적 감수성’ 꽃 피운다

입력 : 2018-11-19 03:00:00 수정 : 2018-11-18 19:2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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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보편적 예술교육 활성화 나서 / 충남여중 ‘예술드림거점학교’ 선정 / 학생들 생활태도 긍정적 변해 주목 / 전국 초중고 상당수 예술교육 ‘뒷전’ / 당국, 내년 예술이음학교 지정 운영 / 학교예술교육진흥법 제정 추진키로 / 유은혜 “유관부처와 적극 협력할 것” 대전 중구에 위치한 충남여자중학교는 2016년부터 또 다른 이름을 달고 있다. ‘예술드림거점학교’다. 충남여중은 인근 7개 초·중·고교 및 예술단체 등과 손잡고 매년 ‘여름 예술캠프’와 ‘드림콘서트’ 등을 운영하며 지역사회의 호평을 받고 있다.

전교생이 1100명 가까이 되는 이 학교 교정에는 예술의 향기가 가득하다. 예술드림거점학교 선정 이후 바이올린·플루트·기타·우쿨렐레·국악 등 전문 강사를 초빙하고 교육청의 악기 무상 대여 사업 등을 활용해 학년마다 ‘1인 1악기 활동’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비용부담 없이 음악시간뿐 아니라 자유학기제, 방과후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연주실력을 쌓아 12월이면 반별 연주회를 연다. 콘서트와 미술 전시회 단체 관람도 자주 한다. 특히 음악적 재능이 있는 학생들은 ‘도서관·하굣길 음악회’, ‘둘레길·등나무·중정원 콘서트’ 등 학교 안팎에서 아기자기한 음악회를 꾸미는 재능기부도 활발하다.

이미경 교육연구부장 교사는 “평소 비싼 악기와 관람료 때문에 악기를 배워보거나 콘서트, 전시회 관람하는 것을 주저했던 학생들이 음악과 미술 등 다양한 예술체험활동을 통해 예술적 감수성을 키우고 생활태도 역시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스스로 놀라곤 한다”며 “학교 분위기도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충남여중 학생들이 바이올린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
◆중요성과 달리 척박한 예술교육 풍토

충남여중 사례는 ‘보편적’인 학교예술교육의 힘과 중요성을 보여준다. 우리 예술교육 현장은 딱하기 그지없다. 1만2000개교가량 되는 전국 초·중·고교 중 예술드림거점학교는 88개교, 예술중점학교(학급)는 29개교(45학급)밖에 안 된다. 오케스트라와 뮤지컬, 연극, 미술동아리가 있는 학교도 1050개교에 불과하다. 예술교육 수요는 많지만 학생들이 비용 부담 없이 다양한 예술 활동을 접할 수 있도록 한 여건은 부실하기 때문이다. 올해 악기뱅크(악기교육지원)사업만 봐도 전체 신청 학교에 필요한 금액(670억원)의 10%조차 안 되는 52억원만 확보돼 상당수 학교가 신청에서 탈락하거나 내실 있는 교육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

더욱이 입시교육에 치여 예술교육은 걸핏하면 뒷전으로 밀리고, 그마저도 기능위주 교육에 치우치기 일쑤다. 교육기본법(특수·영재·유아·직업·과학기술·체육·정보화 교육)에도 예술교육은 빠져 있는 신세다.

우리 사회에서 예술교육은 부유층과 재능을 타고난 학생들에게만 어울린다거나 취미로 즐기려 해도 사교육비 부담 탓에 엄두를 못 낸다는 인식이 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곽덕주 서울대 교수(교육학)는 “어린 시절부터 노출된 경쟁과 주입식 교육으로 자아가 단단한 껍질로 둘러싸인 학생들이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고 자유로운 상상을 하도록 해야 할 시대”라며 “무엇인가 할 줄 아는 기술(skill)을 익히는 게 아닌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표현하며 질문할 수 있게 하는’ 예술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충남여중 학생들이 지난해 9월 ‘드림콘서트’에서 사물놀이 공연을 하는 모습.
충남여중 제공
◆팔 걷어붙인 교육부

교육부도 최근 ‘학교 예술교육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며 보편적인 예술교육 활성화 기반 조성에 나섰다. 우선 예술활동 지역협력 네트워크를 꾸리기 위해 내년부터 초·중·고교 11곳을 ‘예술이음학교’로 지정해 3년간 운영한다. 이 모델은 학교가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예술교육을 하고 그 결과를 다시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이다. 경기 용인의 토월초등학교처럼 이미 비슷하게 운영하는 곳도 있다.

토월초는 1·2학기 각각 4∼5일간 ‘집중 예술체험교육과정’을 운영하며 학년별로 예술융합·마임·뮤지컬·연극·뮤지컬·영화 영역을 선정한 뒤 전교생이 ‘예술의 바다’에 흠뻑 빠지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과정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 외부 전문 예술가(멘토)단의 협의를 통해 진행된다. 토월초 관계자는 “활발한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자기 표현력도 늘고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교육부는 또 예술동아리 다양화 등 기존의 ‘1학생 1예술’ 정책을 강화하고, 예술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진로·진학·직업 정보를 제공하는 ‘예술진로교육 페스티벌’도 개최할 예정이다. 문화 소외지역 학생들을 위한 예술드림거점학교와 소질 있는 학생들의 심화 교육을 위한 예술중점학교도 확대할 방침이다. 저소득층 예술 인재의 경우 위탁기관을 지정해 예술캠프·멘토링을 실시한다. 예술교육 관련 교사 연수와 프로그램도 강화한다. 특히 지속적이고 제대로 된 학교예술교육 정책 수립과 시행을 위해 ‘학교예술교육진흥법’(가칭)을 제정키로 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예술교육은 사람에 대한 이해와 성찰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교육”이라며 “정책을 잘 추진할 수 있게 교육청, 유관부처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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