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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창문을 통해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은 결코 닫힌 창을 바라보는 사람만큼 많은 것을 보지 못한다. 한 자루 촛불로 밝혀진 창보다 더 그윽하고, 더 신비롭고, 더 풍요롭고, 더 컴컴하고, 더 눈부신 것은 없다.” 19세기 프랑스 시인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의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 가운데 ‘창문들’의 한 대목이다.

현대시의 시조로 불리는 보들레르는 현대의 비판적 태도를 예술적으로 실천한 인물로, 그의 시는 불안과 전율을 일으키는 현대 세계에 대한 미학적 반응으로 평가받는다. 독일 문예학자 후고 프리드리히는 ‘현대시의 구조’에서 “현대라는 말은 보들레르 이후의 시대를 지칭한다”고 했다. 상징과 현대성을 앞세워 프랑스 문학을 세계화했다는 칭송도 듣는다. 후세의 얘기다. 당대에는 필화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인물로 알려졌다.

1857년 100편의 시를 담아 펴낸 시집 ‘악의 꽃’은 그에게 혹독한 시련을 줬다. 유력 신문 피가로가 풍기문란을 지적하는 기사를 내자 내무부 공안국이 고발해 시집은 압류처분을 받고 보들레르는 공중도덕 훼손죄로 기소됐다. 보들레르는 재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문제가 된 시 6편에 대해선 삭제 명령이 내려졌다. 1861년에 시 6편을 빼고 신작 35편을 추가해 시집을 다시 펴냈다. 1949년 프랑스 대법원은 ‘악의 꽃’에 대한 유죄 선고를 파기하고 복권시켰다.

“지옥이건 천국이건 무슨 상관이냐? 저 심연의 밑바닥에,/ 저 미지의 밑바닥에 우리는 잠기고 싶다, 새로운 것을 찾아서!” ‘악의 꽃’에 수록된 시 ‘여행’의 한 구절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드러낸다.

최근 ‘악의 꽃’ 초판본이 국내에서 공개됐다. 보들레르를 연구한 불문학자 강성욱이 프랑스에서 입수해 소장하다가 제자 황현산에게 맡겼는데, 결국 고려대 도서관에 기증됐다. 이를 계기로 ‘악의 꽃’과 현대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우리 사회가 문학에 한발 성큼 다가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문학평론가 김현은 ‘행복한 책읽기’에서 “우리가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은 … 자기의 욕망이 무엇에 대한 욕망인지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악의 꽃’ 일독을 권한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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