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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개국 이웃사촌 함께 꿈 키우는 ‘한국 속의 지구촌’

입력 : 2018-11-15 03:00:00 수정 : 2018-11-14 21: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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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마을’ 안산 다문화특구 / 안산 주민 9명 중 1명꼴로 외국인 / 원곡·초지동 일대 3만8000명 거주 / 정부, 2009년 특구 지정해 지원 / 외국인 주민 인권증진 조례도 제정 / 계문화체험관·커뮤니티 센터 등 /문화공유·韓생활 지원 거점 역할 기념품을 파는 좌대 너머 목조형 2층 건물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서툰 한글로 적은 메뉴판, 알 수 없는 글자가 쓰인 간판, 그리고 원색 복장의 외국인과 너댓 명씩 어울려 다니는 내국인들로 북적이는 거리…. 목조형 2층 건물에서부터 시작되는 옆길에는 세계 여행을 다닐 때나 볼 수 있는 음식들이 즐비하고 이를 즐기려는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국경 없는 마을’로 유명한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다문화마을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안산시는 한국 속의 지구촌

안산은 시화호가 조성되기 전까지 바다를 끼고 사는 반농반어(半農半漁)의 시골 마을이었다. 육지에서는 농사를 짓고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 생활하던 평화로운 마을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후반이다. 정부는 수도권 지역의 인구 과밀 해소와 산업 분산을 위해 1977년 반월공업단지에 이어 1986년 시화공업단지를 조성했다. 이를 위한 배후 주거단지로 국내 최초의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산업도시로 탈바꿈했다.

일자리가 생기면서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자 안산은 급격하게 팽창했다. 하지만 1990년대 말 외환위기로 많은 한국인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떠나자 그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여든 외국인이 지난 9월 말 현재 8만4000여명에 이른다. 전체 인구가 71만여명임을 생각하면 주민 9명 가운데 1명꼴로 외국인인 셈이다. 소속 국가만 106개국으로 말 그대로 ‘한국 속의 지구촌’이 됐다.
경기 안산시 다문화 마을 내 안산세계문화체험관에서 관광객들이 나이지리아 전통의상을 입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안산시 제공

이들 외국인은 상대적으로 거주비가 싼 곳으로 모여들었는데, 그곳이 원곡·초지동 일대다. 이곳에는 89개국 3만8000여명의 외국인이 산다. 정부는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밀집한 원곡동 일대를 2009년 ‘다문화특구’로 지정했다. 외국인들에게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이곳에서 한국인과 함께 공부하며 꿈을 키우고, 언제든지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배울 수 있다. 거리 청소 등 환경 정비사업은 물론 세계적인 다문화축제나 체육 행사 등을 열며 서로가 어우러지는 ‘공동체 삶’을 영유한다. 100여 개국의 주민들이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채 한 국가의 국민처럼 한곳에서 서로 어울리며 사는 모습은 세계에서 안산이 거의 유일하다.

‘국경 없는 공동체의 삶’이 저절로 생긴 것은 아니다. 이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인 원주민의 애정과 행정기관의 지속적인 지원 정책에 따른 것이다. 안산시는 2007년 ‘안산시 거주 외국인 지원조례’를 제정한 뒤 2008년 전국 처음으로 외국인주민센터를 개관했고, 이어 안산다문화작은도서관을 건립하는 등 거주 이주민을 돕는 다양한 사업을 벌였다. 2009년에는 이주민 인권을 위한 ‘안산시 외국인 주민 인권증진에 관한 조례’까지 제정했다. 모든 행정은 주민센터가 확대된 다문화지원본부가 맡고 있다. 이 조직은 2과 6개팀으로 구성됐으며 2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경기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 거리의 모습.
안산시 제공

◆‘안산세계문화체험관’과 ‘안산글로벌다문화센터’가 중심

안산 다문화특구에는 주민들이 이웃의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공유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공간들이 마련돼 있다. ‘안산세계문화체험관’과 ‘세계글로벌다문화센터’, ‘다문화커뮤니티센터’가 대표적인 시설이다. 다문화커뮤니티센터는 다문화 주민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논의하고 배우는 소통 공간이다. 결혼 이민 초기 적응부터 자녀 양육, 사회적 자립역량 강화 등 이주민의 생애발달 주기에 맞춰 법률·행정 지원을 하는 전국 최초의 다문화 가족 종합복지시설이다.

내외국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안산시가 2012년 다문화 이해 교육장으로 만든 작은 박물관이 세계문화체험관인데, 다문화 주민들의 식당가인 ‘다문화 음식거리’ 입구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베트남, 아프리카 콩고, 나이지리아 등 세계 8개 국가의 문화와 전통의상, 악기, 전통놀이를 경험할 수 있다.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베트남어를 무료로 배울 수 있다.

체험관 인근 다문화음식거리에서는 동남아시아의 거리 음식을 비롯해 중국의 꼬치 요리 등 세계 여행을 하며 만나볼 수 있는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안산 다문화 특구는 ‘세계적인 다문화 명승지’, ‘국경 없는 마을’로 불리며 일반 관광객은 물론이고 학자나 공무원, 비정부기구(NGO) 활동가 등 국내외에서 연간 1만5000여명 정도가 찾는다. 관련 학위 논문이 나올 정도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원=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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