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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된 경유차 퇴출 정말 가능할까?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8-11-13 06:00:00 수정 : 2018-11-13 08: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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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정부가 고심한 끝에 미세먼지 관리 강화방안을 내놓았지만,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의미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몰려오는 미세먼지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는데요. 중국 지방정부와 협력사업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중론입니다.

소비자들의 경유차 사용을 줄이기 위한 에너지 가격 조정방안이 이번 대책에서 누락됐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경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야 소비가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이치인데, 각 부처 간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책에 들어가지 못한 형국입니다. 민간차량 2부제도 간헐적으로 시행될 수밖에 없어 미세먼지 고농도를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앞서 중국은 2014년 리커창 총리가 공해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적지 않은 효과를 봤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금지하고, 제철소를 줄였으며, 차량 통행을 통제했고, 석탄광산을 폐쇄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주요 도시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4년 전보다 30%가량 감소했습니다.

미세먼지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불안감은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어린아이가 아파도 미세먼지 때문에 병원에 갈 수 없다는 부모도 있으며, 당장에라도 이민을 가고 싶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미세먼지는 뇌졸중·심장병·폐암·당뇨병·치매·우울증 등을 일으키고 태아와 소아의 성장 발달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입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선진국은 미세먼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사례를 찾아서 참고해야 한다며 대책을 간헐적으로 내놓기 보다는 과감하고 종합적인 정책을 제시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말합니다.

고농도 미세먼지 주범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경유차를 줄이기 위해 기존의 '클린경유 정책'이 폐기된다.

공공 부문은 2030년까지 경유차를 아예 없애고, 소상공인의 노후한 경유트럭 폐차 지원도 확대한다.

지방자치단체 사정에 따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차량 2부제 의무실시 대상 등에 민간 차량도 일부 포함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제56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비상·상시 미세먼지 관리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클린경유 정책은 공식 폐기했다. 이에 따라 저공해 경유차 인정 기준을 삭제하고, 주차료·혼잡 통행료 감면 등 과거 저공해 자동차로 인정받은 약 95만대의 경유차에 부여되던 인센티브도 폐지한다.

공공 부문은 대체 차종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2030년까지 경유차를 아예 없앨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공공 부문 친환경차 구매 비율을 현재 50%에서 100%로 높일 방침이다.

참여정부(노무현 대통령)는 경유 승용차 판매를 허용했고, 이명박 정부는 '클린 경유'(경유) 정책을 폈다. 경유 차량이 휘발유를 연료로 쓰는 차량보다 연료 효율이 높다는 것이 당시 정부의 논리였다.

이런 정책으로 국내 경유차 비율은 2011년 36.3%에서 2014년 39.4%, 지난해 42.5%로 뛰었다. 지난해 전국 자동차 2253만대 가운데 경유차는 958만대에 달한다.

환경부는 브리핑에서 "수도권의 경우 미세먼지 요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이 경유차, 휘발유차이고 그 다음이 건설 기기"라며 "특히 경유가 휘발유의 9배 이상의 미세먼지 유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동안 유럽연합(EU) 배출가스 기준을 토대로 상대적으로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경유차는 친환경차(저공해 자동차)로 인정해 특혜(인센티브)를 줬지만, 이번 대책으로 특혜를 없앤다.

최근 한 유명 수입차 브랜드 화재 등 경유차 배출가스 저감과 기술적으로 연관된 사건도 이번 결정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소상공인의 경유차 이용 비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노후 경유 트럭을 폐차하고 액화석유가스(LPG) 1t 트럭을 구매하면 기존 보조금(최대 165만원)에 추가로 400만원을 더 지원하기로 했다.

단위 배출량이 높은 중대형 화물차의 폐차 보조금(현재 440만∼770만원)도 높여 감축을 유도할 방침이다.

정부는 "늦어도 내년 2월까지 경유차 감축 로드맵을 통해 노후 경유차 퇴출, 신규 경유차 억제, LPG차 사용제한 폐지 등 경유차 비중 축소를 위한 세부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경유, 휘발유보다 9배 더 많은 미세먼지 발생

석탄 화력발전소 미세먼지를 실질적으로 줄이고자 가동중지(셧다운) 대상도 조정했다.

기존에는 지은 지 30년 이상 된 노후발전소인 삼천포 1, 2호기를 봄철(3∼6월)에 셧다운 했지만, 앞으로는 단위배출량이 이들의 약 3배인 삼천포 5, 6호기를 가동 중지하기로 했다.

삼천포 5, 6호기는 상대적으로 새 발전소이지만 탈황설비가 설치돼 있지 않아 단위배출량이 많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년까지 탈황설비 설치를 마칠 계획이다.

중국 등 국외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 대응도 한층 강화한다.

중국 지방정부와 협력해 중국 내 모든 산업 분야 대기오염 방지시설에 한국의 우수한 환경기술을 적용하는 등 협력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6월 중국 베이징에 한·중 환경협력센터를 세운 바 있다.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도 강화한다. 공공부문 위주인 비상저감조치는 내년 2월15일부터 민간 부문으로도 의무 적용이 확대된다.

기존에는 비상저감조치 시 공공 부문에 차량 2부제가 적용되고 민간은 자율참여하는 방식이었지만, 내년 2월15일부터는 민간의 차량도 배출가스등급 등에 따라 운행이 제한될 수 있다.

환경부는 "지역 내 민간 차량 2부제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대중교통 무료정책 등도 지자체 판단에 따라서는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기본적으로는 지자체 여건에 맞는 방식을 개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만간 국무총리 소속 '미세먼지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환경부 산하에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를 설치할 방침이다.

◆휘발유·경유 가격 차이 좁혀져야…격차 좁힐 수 있는 세금 대책 '글쎄'

이번 미세먼지 관리 강화대책 가운데 우리네 서민들의 삶과 가장 밀접한 내용은 경유차 감축이다.

경유차가 줄면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지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의 이번 대책이 현재 시행중인 다른 정책과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정부가 지난 6일부터 6개월간 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LPG)에 부과하는 유류세를 15% 인하한 것이 이번에 발표한 대책과 상충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유차는 전체 자동차 미세먼지 배출량의 약 92%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 차이가 좁혀져야 소비자가 경유차를 선택하는 비율이 급감할 것"이라며 "이번 대책에 가격 차이를 좁힐 수 있는 세금 대책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화물차 등에 지급되는 유가보조금도 이번 경유차 감축 대책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3년 세제 개편으로 휘발유 대비 경유 가격이 56%에서 85% 수준으로 높아지자 정부는 비용 부담이 커진 화물차, 버스 업계에 유가보조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이밖에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의 민간 의무 참여를 확대하면서도 구체적인 시행 방법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자율적으로 맡긴 점도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차량 구매 보조금 늘리고 각종 인프라 확충해야 친환경차 늘어날 듯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하나로 경유차를 감축하기로 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다만 시한이 2030년까지이고, 경유차의 전면적 퇴출은 공공 부문에 국한되기 때문에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자동차업계는 보고 있다.

당장 또 다른 내연기관차인 휘발유차는 물론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다양한 친환경차가 많기 때문이다.

화물차 운전자나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영업을 위해 경유 트럭을 사는 것은 유류세 체계상 경유가 휘발유보다 싸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료 특성상 경유는 휘발유보다 연비가 더 높고 힘이 세어 여러모로 트럭에 유리하다. 다만 기술적 제약 탓에 휘발유 트럭을 생산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결국 유류세 체계를 손질해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 차이를 없애는 등의 조치 없이는 휘발유 트럭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기 어렵다고 자동차업계는 보고 있다.

전기트럭이나 수소전기트럭은 휘발유 트럭보다 훨씬 친환경적이란 점에서 더 바람직하다. 하지만 내연기관차보다 가격이 2∼2.5배 이상 비쌀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무엇보다 충전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큰 폭의 차량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고, 충전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충하지 않는 한 경유 트럭을 전기트럭으로 바꾸도록 유도하긴 어렵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경유 트럭의 감축 문제는 기술적 사안이기보다는 재정 투입이 동반돼야 하는 정책적 선택지인 셈이다.

이번 경유차 퇴출 정책은 정유업계에도 타격을 줄 전망이다.

정유업계도 경유차 퇴출이 갑작스러운 정책 기조 변화는 아닌 만큼 어느 정도 준비를 해온 상태지만, 경유 수요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현재 국내 경유 소비량은 휘발유 소비량의 2배가 넘는다.

그런 만큼 이번 정부 결정으로 경유차 수요가 억제된다면 정유사들로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경유차 개발 시도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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